「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연재 90주년 기념
45점의 희귀 자료를 담은 158개의 도판 수록
1930년대 <경성 모더니즘>의 성취
『구보의 구보: 박태원과 이상, 1930 경성 모던 보이』가 소전서가의 북아트 시리즈 두 번째 도서로 출간되었다. 1930년대 경성에서 새로운 문학, 모더니즘을 개척했던 구인회 결성 90주년과 구인회 회원 박태원과 이상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연재 90주년을 기념한 문학 전시 (~24.1.28., 소전서림 북아트갤러리)의 일환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척박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조선의 문학과 예술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박태원과 이상의 교류를 비롯한 당시 문인들의 단단한 의지와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구보의 구보: 박태원과 이상, 1930 경성 모던 보이』는 당시 문학사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희귀 자료 45점을 비롯해 영화, 강연, 설치 미술 등의 전시 자료가 158개의 전문성 있는 도판으로 충실히 담겨 있다. 또한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더해 이해를 돕는다. 한국 근대 문학사의 중요한 기점으로 남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 연재된 1930년대 경성의 문학 현장을 통해 독자는 짧았지만 찬란했던 <경성 모더니즘>을 조망할 수 있다.
구보와 하융, 박태원과 이상
1930년대 경성의 두 모던 보이의 첫 협업 프로젝트
이상이 그린 29점의 삽화와 함께 읽는 구보
한 권의 책으로 고전 문학의 문학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나는 <소전서가 북아트 시리즈>. 첫 번째 책 『앨리스: 우리는 한때 이상한 나라에 있었다』에 이어 두 번째 책으로 『구보의 구보: 박태원과 이상, 1930 경성 모던 보이』가 출간되었다.
1934년 여름 『조선중앙일보』 학예면에 연재된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근대 한국 문학의 기념비적 행보가 되었다. 신문에 연재되던 당시, 이 소설에는 <하융>이라는 이름의 삽화가가 그린 그림이 함께했다. <하융>은 박태원은 예술적 친우이자, 시대를 앞서나간 작가 이상이었다. 두 작가의 우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있으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삽화에 이상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소전서림 북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는 소설 연재 90주년을 맞아, 박태원과 이상의 예술적 교류로 탄생한 작품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새롭게 소개했다. 이상의 삽화 29점을 최초로 함께 전시 및 출판하였으며, 두 사람의 예술적 교류의 중심이 된 구인회의 귀중한 자료도 짚어 본다. 1910년대에서 1940년대에 이르는 출판물을 한곳에 모아 한국 근대 문학사의 흐름 속 박태원과 이상, 구인회가 지닌 의미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 자료를 충실히 담되, 각 자료가 지닌 의미에 집중하여 재구성한 이 책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지니는 위치와 우리가 다시 1930년대 경성의 문학을 살펴봐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경성의 북아트
『신생』, 『조광』, 『청춘』 등으로 보는 1930 신문사 잡지 시대
『구보의 구보: 박태원과 이상, 1930 경성 모던 보이』는 박태원과 이상 그리고 구인회의 작가들이 남긴 자료를 통해 당대의 모더니스트들이 펼친 문학, 예술 세계를 주목한다. 순문학적인 목표를 갖고 근대성을 추구했던 이들은 문학과 책을 통해 자신들의 예술적 신념을 표현했다.
당시의 신문과 잡지 내 연재도 중요한 표현의 장이었다. 1930년대 출판물의 특징은 <신문사 잡지 시대>로 불리며, 『신생』, 『조광』, 『청춘』, 『개벽』, 『문장』 등의 자료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자료들을 통해 작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연재, 출간물의 광고 등 당시 문인들의 현장감 있는 활동을 볼 수 있다.
박태원과 이상은 삽화에 직접 참여하며, 제한되고 연속적인 지면 안에서 이뤄지는 <연재>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은 나아가 익숙한 책의 형태에 자신의 문학이 추구하는 바를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책을 하나의 지면이 아닌 자신의 예술관을 담은 예술 매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하기도 했다. 1938년 장정가 정현웅이 참여한『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초판본, 박태원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박태원의 동생인 화가 문원이 표지 디자인을 맡은『천변풍경』은 당시의 예술가들과 장정가들이 협업하여 만든 대표적 결과물이다. 근현대 미술사에서 일제 강점기는 <출판 미술>에 당대 유명 화가들이 참여한 시기다. 김환기, 김용준, 정현웅이 대표적인 화가이자 장정가로 활동한 예시다. 이상도 삽화가뿐만 아니라 장정가로 김기림의 『기상도』를 만들었다.
격동하는 한국의 역사적 시기 속에서 살아남은 귀중한 45점의 자료는 1930년대 예술과 문학 그리고 조선 문단에 대한 고민과 열의가 담긴 작가들의 현장을 그려 보는 경험을 돕는다. 이를 통해 근대 문학으로의 분수령인 박태원과 이상, 구인회의 활동을 생생하게 보고, 여전히 유효한 그들의 영향을 재조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90년 전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즐겁게 읽는 방법
구보 씨의 아홉 걸음으로 보는 경성
5인의 연구자와 전시 참여 작가의 풍부한 해석
『구보의 구보: 박태원과 이상, 1930 경성 모던 보이』는 크게 <저자>, <작품>, <전시>, <깊이 읽기>로 구성된다.
에서는 박태원과 이상의 삶, 문학 세계를 톺아 본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이후 분단이 고스란히 담긴 박태원의 삶,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수수께끼로 남은 천재 작가 이상의 삶을 통해 두 작가의 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두 사람이 우정을 나눈 구인회에 대한 소개를 통해 1930년대 경성에서 순문학을 추구했던 작가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에서는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전시 내 9개의 스폿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뚜렷한 서사 없이 경성을 거니는 구보 씨의 시선과 생각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도시 속에서 걷는 자의 고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며, 여전히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에서는 박태원과 이상, 그리고 구인회 작가 등이 남긴 45점의 한국 근대 문학 자료에 담긴 내용, 모습 그리고 의미를 살피며 1930년대 경성의 문학과 출판 현장을 보여 준다. 에서는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 작가, 디자이너 등과 박태원과 이상, 1930년대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진다. 에는 방민호, 박현수 등 박태원과 이상, 한국 근대 문학의 연구자와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으로 구성된 전문가 5인이 새롭게 쓴 에세이를 실었다. 박태원과 이상의 우정, <경성 모더니즘>에 대한 새로운 관점, 1930년대 소설 속 삽화, 경성의 <카페>와 <다방> 공간에 대한 해석, <신문사 잡지 시대>를 보여 주는 자료 소개를 통해 전문적인 시선으로「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의미를 되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