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상징, 에미넴
미국 디트로이트 흑인 거주지역의 ‘별 볼 일 없는 백인 아이’에서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에미넴. 단 세 장의 앨범으로 흑인들이 장악하던 힙합계의 판도를 뒤집으며 ‘팝의 황제’로 등극한 그에게 미국 언론은 “엘비스 프레슬리에 버금가는 미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에미넴인가? 사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반문화인사’로 통한다. 그의 음악이 폭력적이고 외설적이며 미국의 문화적 정치적 부조리를 난도질하는 탓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그의 음악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어떤 정치인은 그의 앨범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거침없는 독설과 조소와 냉소로 기성세대를 비웃고, 솔직한 독백으로 젊은이들의 고민과 좌절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모든 단어를 라임으로 만드는 천재적인 언어 감각을 과시한다. 또한,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의 래핑으로 흑인보다 더 진지한 힙합을 구사한다. 흑인보다 투철한 힙합 정신으로 흑인 문화의 주류를 장악한다. 미국 언론이 그를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에미넴의 독백 또는 고백
이 책은 에미넴의 ‘독백’ 또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인터뷰를 재구성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자전적 모노드라마이다. 그의 고백은 그의 음악과 흡사하다. 솔직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자신의 모든 내력과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렇다. 그의 고백은 섬뜩하리만큼 솔직하다. 그의 말대로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다. 가리거나 피하는 부분도 없다. 그의 고백을 듣는 사람들이 오히려 당혹스러울 정도다. 가령 이렇다.
우리 아버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사진을 본 적도 없다. 요즘 아버지가 나랑 연락하려고 한다는데, 지랄하고 있다고 전해! 그딴 새끼는 나가 뒈져버리라고 해!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저번 앨범은 개판이다. 돈 주고 사지 마라. 내 남동생처럼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듣기를!
그의 고백은 또한 거침이 없다. 쉴 새 없이 뱉어내는 랩처럼 그의 가족에게, 동료에게, 팬들에게, 그리고 그의 음악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속마음을 때로는 독설을 쏟아낸다. 또한, 마약이나 폭력, 동성애, 인종 문제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고백을 통해 슈퍼스타로서의 에미넴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에미넴을 만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왕따와 폭력으로 얼룩진 청소년기, 갈등과 반목의 가족 관계, 힙합에서 발견한 희망과 좌절, 성공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슈퍼스타로서의 고민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한 평범한 사내’로서의 에미넴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넌지시 그의 행보에 주목하게 된다.
아마도 젊음의 가장 큰 특권은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힙합은 그런 저항적 에너지를 지닌 젊은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직설적이고 신랄한 표현이 특징이다. 아이들만의 음악으로 치부하던 힙합은 더는 소수문화 혹은 흑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절대다수의 젊은이를 사로잡고 열광적 환호를 받는 주류문화다. 그 중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아티스트가 바로 에미넴으로 힙합의 ‘절대신’이다.
마샬 브루스 매더스3세
Marshall Bruce Mathers III
에미넴은 미국의 유명 연예잡지 「롤링스톤」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100명 중 한 명으로 뽑은 힙합 가수이다. 1999년 ‘더 슬림 세이디 LP’로 데뷔한 에미넴은 현재까지 약 9,000만 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그래미에서 세 번 연속 최우수 랩 앨범상을 받았다. 그는 흑인의 전유물이던 힙합 음악에 도전해서 흑인 중심의 힙합계를 뒤흔들며 최고의 반열에 오른 혁명가이자 천재적인 아티스트로 랩의 황제라는 칭호가 따라다닌다. 자신의 랩 태그로 ‘초콜릿 스위트’라는 말을 택한 이 사내의 삶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1974년 10월 17일 마샬 매더스Ⅲ는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십 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생활보장대상자였던 그의 유년시절은 형편없이 불우했고 시련의 연속이었다. 열다섯 살 때는 수많은 폭력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아흐레 동안 코마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MC음악에 몰입하는 것으로 자신의 불행에 대응했다. 거침없는 스타일과 신랄한 디스는 그 대상이 자신의 어머니에게까지 이르렀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가사를 엮어낸다. 코맹맹이 랩핑과 탄력 있는 라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모든 단어를 라임으로 만드는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다.
에미넴은 음악계에 등단하자마자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로 논란을 일으켰으며 특히 어머니를 폭행하는 내용의 ‘킬유’는 그를 논쟁의 중심인물로 몰아넣고 악동 이미지를 더했다.
에미넴의 음악적 특징은 가사의 독특한 표현과 구성에 있다. 마치 완벽한 시나리오를 보듯 치밀한 상황전개와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 설정, 위트와 섬뜩한 공포가 주요 골자이며 또한 선정적인 묘사와 기성세대에 대한 신세대 래퍼의 분노가 표출한다. 그가 직접 출연한 8마일은 미국 전역 2,470개의 극장에서 개봉해 첫 주말 사흘 동안 5천4백만 불의 입장수익을 올리며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그를 백인 프리미엄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그는 어느덧 엘비스나 제임스 딘에 필적할 만한 스타로 자리매김했으며 프로듀서로서의 역량도 탁월하다. 에미넴은 완벽한 엔터테이너이자 언제나 논쟁의 중심에 선 랩퍼로 국내 팬덤도 어마어마하다.
오는 8월 국내 내한공연 일정이 잡히자마자 이미 티켓 전쟁이 예고됐으며 수많은 조회와 글이 쏟아지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힙합
랩은 한때의 흑인음악 및 하류문화의 흐름으로 그치지 않고 심지어 이제는 미국 빌보드 싱글 핫 차트에서도 10위권 안이 모두 힙합이 될 만큼 그 흐름이 도도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영국 등, 유럽 각지와 아시아를 휩쓸며 젊음의 코드로 열렬히 지지받으며 확대되었다. 이제는 힙합을 하류문화의 한 흐름으로써만 볼 게 아니라 무엇이 그들을 자극하고 열광하게 하는지 관심을 둘 때이다.
처음부터 내 주요 관심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외설적인 것이라 해도.
-에미넴-
에미넴은 언어의 힘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춘 전무후무한 랩 시인임을 증명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