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 2019 영어권 최고 논픽션—베일리 기퍼드상 수상작 『더 파이브』의 저자 핼리 루벤홀드의 데뷔작(개정판) 18세기 영국의 ‘가장 수치스럽고도 성공적인 출판물’ ‘매춘부 리스트’에 박제된 여자들, 그리고 그 책을 만든 사람들 동정의 대상이면서 경멸의 대상이었던,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 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1757년 초판 이후 세기말까지 꾸준히 개정되며 무려 25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지만, 공공연하게 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매춘부들’의 특기와 전공, 신상 명세를 기술한 남부끄러운 책이었던 탓이다. 바로 『해리스의 코번트가든 여자 리스트Harris’s List of Covent Garden Ladies』다. 이 책은 그 ‘리스트’에 관한 책이다. 리스트의 표면이 아닌 행간에 파묻힌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해리스 리스트』에 얽힌 세 사람이 이 책의 주요 인물이다. 허영심 많고 가난한 시인, ‘잉글랜드의 포주 대장’, 마담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의 전철을 되밟고 만 ‘품위 있는’ 고급 매춘부. 리스트의 저작권자인 이 세 사람의 굴곡진 삶을 파고들다 보면, 우리는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이 당대 최고의 환락가 ‘코번트가든’, 그리고 사회의 변두리에서 위태롭고도 치열하게 살아가던 여자들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거리의 여자”, “애첩”, “님프”, “작부”, “갈보”, “비너스의 후예” 등으로 불린, 이른바 ‘매춘부’였다. 저자 핼리 루벤홀드는 우리에게 알려진 빛나는 역사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천착해 왔다. 그가 세심하게 읽고 구축한 유려한 내러티브를 통해, 오늘날 읽기에는 불쾌한 이야기로 가득한 옛 문헌이 생생한 내러티브를 품은 시대의 거울로 재탄생한다. 가혹한 삶의 조건에 내던져진, 이를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보통 사람들 그들의 치열한 분투가 벌어지는 18세기 영국의 할리우드, ‘코번트가든’ 코번트가든은 오늘날 런던의 주요 관광지다. 잡화점이 늘어선 아치형 지붕 아래로 북적이는 관광객들이 지나다니고, 거리 예술가들이 버스킹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곳이다. 광장의 오른쪽으로 뻗은 보우스트리트에는 런던을 대표하는 공연장 로열오페라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으며, 반대쪽 거리인 베드퍼드스트리트에서는 소박한 외관의 세인트폴교회가 왕래하는 방문객들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1700년대에 교회에서 바라본 코번트가든의 경관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밤에는 특히 더 그랬다. 거리 곳곳에 즐비한 유곽 겸 술집들이 밤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은근히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대놓고 유곽도 겸하는 음란한 가게들이었다. 지금은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거리에 위치한 사법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귀족과 부자, 작가와 군인, 배우와 부랑자들이 거리낌 없이 뒤섞이는 코번트가든에서는 “누구든 하고 싶은 대로 했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코번트가든의 여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구 돈을 써도 지갑이 마르지 않던 상류층 남자들과 그들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리던 여자들. 그런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어떻게든 빌붙어서 한 푼이라도 뜯어내 보려던 또 다른 여자들과 남자들. 이들 대부분은 “18세기 영국 사회의 변두리에서 목숨을 간신히 부지하던 사람들”이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세 명의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새뮤얼 데릭, 존 해리슨(잭 해리스), 샬럿 헤이즈는 이런 범주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젊은 데릭은 아일랜드 출신의 방탕한 작가 지망생이다. 포목상을 운영하는 친척 집에서 중간계급으로 성장했지만, 옷감을 파는 일엔 흥미가 없었다. 아직 ‘잭 해리스’가 되기 전의 젊은 존 해리슨은 베드퍼드스트리트의 술집에서 태어난 유망한 포주다. 친척 어른들 어깨 너머로 일을 배우며, 합법적인 일보다 불법적인 일이 돈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익혔다. 악명 높은 마담 워드의 딸 헤이즈는 아버지 없는 사생아다. 워드 부인은 딸의 ‘처녀성’을 비싸게 팔고자 하고, 다른 여자들을 착취하여 딸의 앞날을 열어 주려 한다. 저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의 미래를 꿈꾸던 세 젊은이의 삶은 마침내 ‘코번트가든’에서 뒤얽힌다. 당시의 코번트가든은 단순한 유흥가가 아니었다. 18세기 중반의 코번트가든은, 말하자면 20세기의 할리우드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멋들어진 가명을 지어낼 수도 있고, 비극적인 인생사를 꾸며 댈 수도 있었다. 세 사람은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꾸며 냈다. 데릭에 관한 어떤 기록에서도 그의 부모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고, 해리스가 떠나온 뒤의 해리슨 가족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샬럿이 어머니의 성 대신 선택한 ‘헤이즈’라는 이름에 얽힌 사연도 우리에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의 역사를 되는 대로 꾸며 내지만, 저자는 세심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둘러싼 거짓들을 파헤친다. 저자의 사려 깊은 서술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꿈과 욕망을 품고 사회에서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보통 사람들이었다는 사실뿐이다. ‘해리스 리스트’, 잊혀진 베스트셀러 오늘날 중요하게 간주되는 18세기의 저술로는 어떤 책들이 있을까? 루소의 『에밀』, 볼테르의 『캉디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범위를 영국으로만 좁혀 봐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최초의 소설 중 하나로 간주되는 새뮤얼 리처드슨의 『패멀라』 같은 작품들이 모두 이 시기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책도 『해리스의 코번트가든 여자 리스트』(이하 『해리스 리스트』)보다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40여 년간 줄기차게 개정·재판된 이 리스트는 무려 25만 부나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대체 어떤 ‘리스트’였기에 이렇게나 많이 팔렸고, 또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역사에서 지워진 것일까? 1757년 처음 출간된 『해리스 리스트』는 다름 아닌 ‘매춘 가이드북’이었다. ‘매춘부’의 프로필과 특기 등이 빼곡히 적혀 있는, 당대 신사들의 안주머니에 꽂혀 있던 필수품이었다. 실제로 쓴 사람은 데릭이지만, 위대한 시인이 되기를 꿈꿨던 그는 죽을 때까지 부끄러운 이력을 감췄다. 책의 이름은 런던 뒷골목을 주름잡고 있던 포주이자 정보통의 이름을 빌린 ‘해리스 리스트’가 되었다. 해리스는 (가짜) 이름과 여자들의 목록을 빌려주고서도 정작 수입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책이 그 정도로 오랫동안 많이 팔릴 줄 몰랐던 것이다. 헤이즈는 한창때 이 책에 직접 이름을 올렸고, 나중에는 저작권자 명단으로 이름을 올린다. 저자는 이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매개로 당대인들이 살아갔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되살려 낸다. 이로써 오늘날 읽기에는 불쾌한 이야기로 가득한 옛 문헌이 생생한 내러티브를 품은 시대의 거울로 재탄생한다. 데릭은 어쩌다 이런 책을 쓰게 됐을까? 데릭은 속에 입는 셔츠는 고작 한 벌이면서도 비싼 겉옷은 여러 벌 장만하는 허영심 많은 남자였다. 안정된 생계수단과 보장된 유산을 내팽개치고 환락의 거리인 코번트가든에 정착했지만, 지갑 사정은 늘 쪼들리기 일쑤였다. 부유한 남자의 정부(情婦)였던 여자들에게 기생하던 그는 언젠가 채무자 감옥에 갇혔고, 그곳에서 해리스의 여자들 리스트를 출간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기실 여자들을 목록화하자는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당대 포주들은 이미 각자의 목록을 지니고 있었고, 해리스는 가장 방대한 목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데릭의 독창성은 단순한 카탈로그에 불과했던 이 글을 사실적인 오락물로 바꾸었다는 데 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고, 코번트가든의 생리에 누구보다 훤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게다가 실용성도 놓칠 수 없었다. 꿈만 큰 ‘매문가’로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데릭은 리스트를 매년 갱신해야 한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