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리처드 3세>는 에드워드 4세 치하에서 왕위 계승 앞 순위 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드디어 왕위에 오른 리처드 3세 통치 2년, 그리고 1485년 헨리 리치먼드(훗날 헨리 7세)가 보스워스 전투에서 승리해 튜더 왕조를 여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그렸다.
<헨리 6세 3부>의 연작 속편으로 1막 1장에서 리처드가 왕관을 향한 발걸음을 개시했음을 알리는 독백은 <헨리 6세 3부> 5막 6장에서의 독백과 그대로 이어진다 해도 무리가 없다.
역사적으로 리처드 3세는 튜더 왕조의 혈통과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자비하고 위선적인 반영웅으로서의 리처드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4막 4장 마가릿 왕비, 요크 공작부인, 앤 부인 세 여자가 비탄하는 장면처럼 대사는 고도로 정형화되고 수사학적인 통일성이 부여된다. 또한 극의 디자인적 효과를 위해 역사적 재료를 이전 작품보다 자유롭게 변용시켰다. 1막 2장에서 시아버지 헨리 6세의 관을 운구하는 앤에게 구애하는 장면이나 1476년 프랑스로 돌아간 마가릿 왕비가 비탄과 보복을 노래하는 합창단처럼 곳곳에 등장하는 장면 등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3세는 역사 속에서 마이너리티 또는 아웃사이더가 주역으로 등장하기 위해 치열한 역동성을 발휘하는 인물을 상징한다. 한 시대의 관습, 선입견, 기득권을 깨부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장애물들이 앞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몰락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비난과 모욕을 당해야 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 주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셰익스피어는 리처드의 독백을 통해 그 심리적 상태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캐릭터에 활기찬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끔찍한 정치의 장에서 솟아나는 기괴의 미학
<리처드 3세>는 기형의 왕이 벌이는, 소름끼칠 정도로 기괴하고 끔찍한 정치의 장이다.……
리처드 3세의 찬탈 과정은 속이 빤하고, 헨리 7세 등장 이전까지는 명분도 아름다움도 의리도 비극성도 동반 퇴색하지만, 리처드 3세가 리처드 3세를 기괴하게 여기는 극에 달할 때까지 축적되는 기괴의 과정, 그 기괴의 미학, 즉 기괴의 이미저리와 그럴듯함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
-역자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