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지성… 정신계의 전사… 베이징대학의 정신적 스승 첸리췬이 영혼의 심지를 태워서 써내려간 ‘정신의 자서전’ 사상 검열로 삭제된 내용까지 복원한 한국어판 출간 지식인이란 무엇이고, 인문학을 가슴에 품고 나아가는 동시대적 삶이란 무엇인가 “수십 년 동안 ‘항상 사람을 잡아 먹어온 이곳’, ‘나도 그 속에서 오랫동안 섞여 살았고’, 모르는 사이에 나도 사람 고기를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 ‘사람을 잡아먹은 적이 없는 아이가 혹시라도 있을까? 아이를 구하라……’”(21쪽) “역사학자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 선택이 필연적으로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과학적 논증’을 해나가야 했다. 자칭 역사적 유물론자라는 우리가 어째서 역사의 실패자인 항우項羽를 위해 「본기本紀」를 쓰던 사마천 같은 담략조차도 없었단 말인가?” (본문 41쪽) “사상은 자유롭고 급진적이어야 하지만 행동은 온건해야 한다. 출발은 빨리, 발걸음은 느리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몇 마디 말을 어기지 말라. 이 말은 이 세기의 무수한 경험과 교훈(그 속에는 피의 교훈도 포함되어 있다)을 총결한 끝에 비로소 획득한 것이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본문 254쪽) 1. 출간의의 현대 중국의 저명한 루쉰 연구자인 첸리췬(1939년생·74세) 전 베이징대 교수의 『내 정신의 자서전』(원제: 我的情神自傳)이 번역·출간되었다. 단독 저서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첸리췬의 책이며 그의 학문적 여정과 사유의 핵심을 가장 심도 있게 드러낸 대표작이다. 한 마디로 규정하기가 힘들 정도로 풍부한 함의를 지닌 이 책은 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톈안먼사건·개혁개방까지 그 파란만장한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지식인이 인권과 자존의 위기에서, 현실과 학문의 심각한 이율배반에서, 통제된 언론과 탄압 속에서, 극좌와 극우의 양날의 비판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독립된 비판적 인문지성’을 투명하게 지켜왔는지를 절절하게 토해내는 고해성사이다. 또한 1980년대부터 20년 동안 30여권이나 쌓아온 저술활동의 지층을 한 겹 한 겹 다시 걷어내며, 각 시대와 상황마다 다를 수밖에 없었던 저술 동기들과 수많은 자아自我들을 다시 대면하고, 그 내적 인과관계를 풀어가면서 독서와 글쓰기의 내밀한 역사를 진술한 고난이도의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을 혁명(건국)세대와 개방세대 사이에 낀 ‘역사적 중간물’로 인식하는 저자는 그러한 어느 정도는 희생적인 역사의 주체이자 집단의 일원으로서 갈 수밖에 없었던 길, 던질 수밖에 없었던 질문들과 그것들이 어떻게 내적 갈등을 일으키며 스스로 폭발했다가 다시 재건되었는지도 내면의 풍경으로 모아냈다. 보통의 자서전이 연대기적으로 쓰여진 점에서 ‘달력’과 ‘사진’에 가깝다면 이 정신의 자서전은 카메라를 들고 기억의 골목들을 담아낸 르포르타주다. 『내 정신의 자서전』은 2007년 대륙에서 출간된 이후 신문·잡지의 인터뷰, 서평, 좌담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담론을 낳았으며 지식인들, 특히 20~30대 젊은 학생들의 마음에 큰 파고를 불러일으켰다. 그로써 첸리췬을 한 사람의 학자를 뛰어넘어 깨어있는 모든 이들의 ‘정신적 스승’으로까지 여겨지게 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타이완판(1부와 2부를 각각 한권으로 펴냄)이 출간되자 사람들은 더욱 큰 충격에 빠졌으며 그 결과 이 책은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당국의 사상검열로 출판사가 자체 삭제한 내용이 온전히 복원된 타이완판은 거의 1/3이나 그 분량이 늘어났으며, 그 안에서 제기된 사건과 풍경, 진술과 평론들은 저자 첸리췬의 진정한 양심적 진술과 핵심적 통찰이 집약된 부분이었다. 타이완판과 대륙판을 비교하면 대륙판은 싱거워서 읽을 수가 없을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을 보면, 작금의 중국에서 사상통제가 얼마나 극심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러한 한계 아래에서도 가치와 공감을 일구어내는 이 책의 진정성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한국어판은 역자인 김영문 교수가 저자로부터 이메일로 직접 제공받은 『대륙판·타이완판 대조 교정본』을 대륙판과 대조해가며 번역했으며 대륙판의 내용은 물론 타이완판에서도 삭제되었던 일부 표현까지도 온전하게 되살렸다. 역자는 대륙판에서 삭제된 부분은 굵은 글씨로, 타이완판에서 삭제된 부분은 엷은 글씨로 구분함으로써 한국 독자들이 『내 정신의 자서전』이 지닌 상처와 역사를 보며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도록 이끌었고, 중국 지배층이 두려워하고 금지하는 지식인들의 발언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의 성격과 가치와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매우 특이한 자서전이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자서전이 저자의 삶을 외면적인 경력 위주로 구성하는 데 비해, 이 책은 첸리췬 내면의 정신 역정과 학술 사상을 반성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그의 정신 역정과 학술 사상이 ‘역사적 중간물’로서의 희생정신, ‘돈키호테와 햄릿’ 사이의 방황 의식, 엄혹한 중국 현대사의 ‘생존자’ 관념, ‘학자·교사·정신계의 전사’로서의 복합적인 의지,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분투 사상, ‘사상가와 실천가’ 사이의 곤혹, ‘유랑자와 사수자’에 대한 공감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첸리췬은 단계마다, 중국 현실 문제에 대한 비판적 관심에서 출발하여 그의 연구·사고·활동의 심도를 깊게 하면서 문학·역사·사상 분야에 견실한 자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중국 관방의 대중화주의의 목소리와는 다른 양심적이고 비판적인 중국 지식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첸리췬의 목소리는 단순히 중국 지식인에 대한 질타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학술 연구가 상품화의 수렁에 빠져들어 수단이 목적화되고, ‘거품 학술’이 조성되면서 ‘허위적이고 열등한 학술상품’을 생산해내고 있다”고 비판하는 첸리췬의 목소리가 어찌 중국 학계만을 겨냥한 것이겠는가? 또 그는 “일부 학자들은 자기 학문 분야에서는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자신의 학문적 견해에 구애된 나머지, 자신과 다른 새로운 학문 경향에 대해서는 판단력을 잃고 종종 그들의 부분적인 실수와 결함에 기대어, 아주 간단하게 새로운 학문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탄식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첸리췬은 지금 현실 속의 가짜 지식인을 이렇게 규정한다. “가짜 지식인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그들은 모두 믿음이 없는 인사이며 신념이 없는 지식인이다. 둘째, 그런데도 그들은 다른 사람의 신념을 말살시키고 다른 사람이 신념을 갖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셋째, 그들은 또 자기 자신을 신념의 수호자로 가장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우리 학계와 지성계를 돌아볼 때, 지금 첸리췬의 『내 정신의 자서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성찰의 깊이는 단순한 타산지석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 확실하다. 이 책이 우리 학계와 지성계에 심도 깊은 성찰의 목소리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2. ‘정신의 자서전’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후기’에서 ‘정신의 자서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이전의 저작과는 다르게 이번에 나는 내 자신의 전기와 생명사를 저술했다. (…) 그러나 내가 쓴 자서전이 후스의 요구에는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그는 『사십자술四十自述』 「자서自序」에서 이런 의견을 표명한 적이 있다. “사회에서 한동안 사업을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기록하여 역사학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문학가들에게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가 기대한 것은 ‘자질구레한 생활’을 기록한 실록체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쓴 것은 나 자신의 인생 경력이나 일상생활이 아니라 정신 역정과 학술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