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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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2년, 우리는 국가의 부재를 깨달았다 참사가 일상화된 사회, 안전이 실종된 나라 오늘의 대한민국이 반드시 읽어야 할 10·29 이태원 참사 기록집 11번의 신고가 있었다. 질서 유지를 요청하고 인파 밀집을 우려하고 부상자를 알리고 압사를 호소하는, 참사 발생 직전까지 11차례의 신고 끝에 이루어진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2022년 10월 29일, 그렇게 생때같은 159명의 청년들이 이태원 골목길에서 목숨을 잃었다. 730번의 하루가 흘렀다. 참담한 비극의 밤 이후 2년이 지나는 동안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 소재가 규명되고 예방책이 마련된 바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태원 참사로 우리는 국가의 부재를 깨달았다. 그리고 정부와 안전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발걸음이었다. 이태원 참사로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들의 이야기를 선명히 담아낸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이번 책은 유가족 활동 전면에 나섰던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과 분투부터, 뿔뿔이 흩어진 탓에 좀체 드러나지 못했던 지역 및 해외 유가족들의 애타는 심경과 트라우마, 참사 이후의 삶까지 그러모아 기록했다.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뜻으로 작가와 활동가 들이 결성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25명의 유가족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동행취재 하면서,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이태원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유례없는 재난참사를 최전선에서 마주한 유가족 투쟁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어떤 궤적을 그려내고 있는지 지난 두해 동안의 증언과 실례들을 꼼꼼히 길어 올렸다. 세월이 가고 망각이 덮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이태원 참사 730일의 이야기. 안전이 실종되고 참사가 번져나가는 한국 사회를 부서지는 마음과 온몸으로 체감한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으며, 골목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재난과 상실, 위험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중요한 기록이다. 정부와 안전이 사라진 거리 진상규명의 책임을 스스로 걸머지고 나선 남겨진 부모들의 730일 육성기록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자녀들을 도저히 떠나보낼 수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한 맺힌 걸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태원 참사 현장부터 녹사평 분향소, 서울시청 광장, 국회와 대통령실을 지나 전국의 온 거리를 누볐다. 영정을 껴안은 도보행진, 삼보일배, 오체투지, 삭발, 단식농성… 부모들의 맹렬한 비폭력 투쟁이 이어지는 동안 계절은 어느덧 두바퀴를 돌았다.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을 잃고 세계가 무너져 내린 그날 이후 부모들은 온갖 형태의 고통과 좌절, 혐오와 외면을 마주했고, 다짐과 변화, 연대와 투쟁을 거치며 누구보다 단단해져 왔다. 1부 「고통과 슬픔에도 그치지 않았던 730일의 걸음」에서는 참사 이후 적나라한 아픔의 시간들 그리고 그 상처를 껴안은 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온 부모들의 2년을 담았다. 부모들은 고통과 슬픔을 겪어내는 것을 넘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괴로운 책임을 지고자 손수 나섰다. 일방적으로 시행된 국가애도기간, 미리 예방할 수 없었다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 시민분향소에 대한 강제 철거 시도, 대통령의 특별법 거부권 행사 등 정권과 당국이 책임과 도리를 외면할 때마다 부모들은 오로지 몸 하나로 길 위에 이야기를 새겨왔다. 차게 식은 딸의 몸을 40분이나마 안아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수빈 어머니, 분향소로 매일 출근하며 당국의 철거 위협에 맞서 밤새 아들의 영정을 지켜온 동민 아버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으로서 유가족 투쟁의 10가지 주요 장면을 회고한 정민 아버지, 이태원에 ‘놀러 간’ 아이는 길에서 죽어도 되는 것인지 직설로 되묻는 산하 어머니… 사회적 재난참사의 피해자로서 부모들은 가장 사랑하는 이를 이유도 모른 채 잃어버리는 부당한 상실의 경험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만을 외친다. 무엇이 이러한 참사를 가능하게 했는지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떠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는다. 지난 두해를 되짚는 부모들의 간곡하고도 또렷한 구술은 이태원 참사의 진실에 접근할 길을 여는 동시에,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의 공동체적 의미 그리고 사회적 재난 앞에서 진실을 묻고 이해하는 방식에 관해 곰곰이 숙고하게 한다. “정부가 이렇게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는가 싶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태원 참사의 ‘피해’란 과연 무엇인가 당국의 무능이 초래한 재난참사의 총체적 실태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의 공식 피해자는 사망자 159명, 부상자 195명이다. 그러나 이 두개의 숫자가 이태원 참사의 모든 ‘피해’를 포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재난참사의 피해란 무엇이고, ‘피해자’를 명명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대규모 재난참사에 의한 피해 안에는 숨겨지고 차별화된 고통이 곳곳에 내재해 있고, 피해자들 역시 균질한 그룹이 아니며 그 안에 매우 다양한 형편과 처지가 산재한다. 연령·국적·인종·지역·계급을 교차하며 광범위하게 그 피해가 걸쳐 있는 이태원 참사는 산 자의 위계가 죽은 자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2부 「재난참사 ‘피해자’라는 이름, 그 안에는」에서는 그간 제대로 의제화되지 못한 채 가려져왔던 이태원 참사의 여러 피해 형태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군은 참사 트라우마와 피해자를 향한 날 선 혐오, 당국의 무대응 속에 43일을 살아내다 결국 세상을 등졌다. 호주 희생자 그레이스씨의 어머니는 참사 소식을 얻기 위해 한국 뉴스를 일일이 번역해가며 읽고 한국의 출판사로 직접 연락해 관련 정보를 물어야만 한다. 해외 유가족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과 정보 제공이 일절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에 거주하는 유가족들은 사후 관리가 전무한 환경 속에서 고립된 채 외로이 고초를 삭이고 있다. ‘피해자다움’이라는 가상의 규범 아래 현실의 피해자를 향한 혐오 표현은 어떻게 이들을 파괴하는가. 지역과 인종, 국적 등의 경계는 어떤 피해를 비가시화하며 누구의 말하기를 가로막는가. 국가는 무엇을 방기하고 동시에 의도하고 있는가. 다양한 피해자들의 위치는 그만큼 총체적으로 정부가 기능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적어내린 작가기록단은 “정부가 이렇게까지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는 것인가 싶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회고한다. 이번 기록집에 실린 참사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한다는 것은, 곧 ‘재난참사’라는 거대한 물음표의 구조를 각각의 면마다 들여다보는 일이자 우리 앞에 당도한 이 비극적 사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사유하는 일이다. 끝없는 참사, 무너진 세상, 재난이 남긴 폐허 나침반이 되어줄 이태원 참사 가족들의 마지막 외침 1년 6개월여에 걸친 가족들의 투쟁 끝에 2024년 5월 21일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공포되었고, 지난 9월 말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참사 2주기를 맞게 되었다. 혹자는 묻는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여기서 더 밝힐 수 있는 진실이 존재하느냐고, 특별법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다 이룬 것 아니냐고. 하지만 무엇이 이태원 참사를 가능하게 했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이를 사회의 공적 서사로 만들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3부 「참사가 물었다, 어디로 나아갈 테냐고」에서 가족들은 재난의 진실을 밝히는 일과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서로 완전히 밀착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애진 어머니는 참사 원인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군중유체화’는 발단이 아니라 한 과정에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