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아버지의 억압에서 동기간의 질투로, 오이디푸스에서 이아고로,
메두사에서 미친 남자로, 히스테리를 재탈환해
정신분석의 역사를 다시 쓰는 논쟁적인 책!
“20세기 동안 서양 세계에서 히스테리가 사라졌다고 널리 주장되었다.
이 주목할 만한 주장은 쟁점을 닫기보다는 열어놓는다.
나는 그것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책을 발행하며: 사라진 히스테리를 되살리다
도서출판 b에서 페미니즘 정신분석학자 줄리엣 미첼의 두 번째 책이 발간되었다. 2015년에 한국 최초로 발간한 미첼의 책 <동기간>(이성민 역) 이후 10년 만에 반태진·이성민 선생이 번역한 <미친 남자들과 메두사들>(Mad Men and Medusas, Allen Lane, 2000)이 그것이다. 다만 이 책은 <동기간>보다 3년 먼저 쓰인 책으로 <동기간>을 가능케 한 ‘프리퀄’이라 할 수 있다. 반드시 함께 읽어야 할 두 책이다.
<미친 남자들과 메두사들>의 제목에 나오는 ‘미친 남자들’은 이 책에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메두사들’은 이 책의 본문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의 표지가 보여주듯, 이미 ‘메두사’의 머리는 잘렸기 때문이다. ‘메두사들’의 다른 말은 ‘미친 여자들’로, 기존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히스테리증자, 절대 다수의 여성 히스테리증자를 가리킨다. 이 ‘메두사들’은 프로이트(와 브로이어)의 첫 번째 히스테리 사례인 안나 O부터 시작하여 정신분석의 히스테리 연구사를 장식한다. 여자들은 바로 히스테리에 걸리기 쉬운 존재들이며, 히스테리는 곧 여자들이었다. 정신분석 이전에도 히스테리는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의사들에게는 ‘사별한 과부들’이 히스테리증자들이었다. ‘(남편이) 결핍된 자궁’(hystera)이라는 말에서 ‘히스테리’가 기원했듯이 말이다. 중세 기독교에서 히스테리는 ‘악마와 결탁한 여자들/마녀들’이었다. 후기 르네상스 시대 영국에서 히스테리는 ‘자궁의 질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7세기가 되어서야 히스테리의 원인은 자궁에서 뇌로 전환된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히스테리증자는 여성이었으며, 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통해 20세기 전반부까지 지속된다. 이 여자들이 바로 ‘메두사들’이다.
“적어도 서양사회에서 17세기까지 히스테리는 대개 여자들과 연계되었으며 그것의 병인론은 자궁이 야기하거나 혹은 (남성) 악마의 유혹이 야기하는 것으로 사고되었다.”(1장)
미첼은 ‘메두사들’이 장악하던 히스테리 분석사를 ‘미친 남자들’로 대체한다. 다시 말해, 그동안 히스테리 분석에서 사라져있던 ‘미친 남자들’을 전경前景으로 불러낸다. 심지어 미첼은 프로이트 자신이 히스테리증자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진단마저 내린다. 그동안 남자들이 히스테리를 비켜 간 것은 그들이 보이는 히스테리 증상이 “외상에 대한 단기 반응”으로만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 100년사를 전복시키는 미첼의 주장은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대신 돈 후안과 이아고(<오셀로>)를 전면에 내세우는 분석으로 절정을 이룬다. 미첼에 따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아버지-아들 간의 ‘수직 관계’는 중요한 맥락 하나를 완전히 놓치는데, 그것은 바로 형제들 간, 즉 동기간의 ‘수평 관계’ 혹은 ‘측면 관계’이다. 미첼은 히스테리는 아예 측면 관계에서의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가령 프로이트의 ‘늑대인간’ 분석이 소년의 부모 성교 장면 목격이라는 트라우마를 주된 기둥으로 전개되는 데 반해(수직적 관계), 미첼은 소년과 누나와의 성적 에피소드(측면 관계)를 프로이트가 무시했다고 밝힌다. 측면 관계를 중시하게 된다면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분석은 새로 써야만 하는 것이다. <오셀로>의 이아고는 이 측면 관계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이아고가 계속해서 거짓말하면서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살인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과 동등한 카시오가 자신과는 달리 승진하는 데 대한 시기다. 이아고는 카시오에 의해 전치되고displaced, 엄청난 질투와 분노 속에서 동기(카시오)를 죽이고 싶어한다. 바람둥이 돈 후안은 자신을 파괴할 조짐이 있는 어떤 원초적 불안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머니’ 혹은 ‘여자’에 대한 원초적 동일시를 통해 그 불안 상황을 회피한다. 끝없이 여성을 ‘갈아치우는’ 이 ‘남성적’ 특성이야말로 불안을 회피하려는, 하지만 해결하지는 못하는 전형적 히스테리증의 증상이다. 그렇다면 ‘미친 남자들’은 얼마나 많아질까?
“자신의 끝없는 여자들과 함께 돈 후안은 결코 아무것도 상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또한 결코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데, 바로 그렇기에 히스테리증자는 계속해서 원한다.”(8장)
줄리엣 미첼의 <미친 남자들과 메두사들>은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인 히스테리 분석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대면하면서, 그것에 빠진 구멍들을 채워 넣는다. ‘미친 남자들’과 ‘측면 관계’를 통해서 그 구멍이 채워지면, 이제 정신분석은 (여성 중심이 아닌 남녀) 보편의 문제에 대한 담론이 되고, 수직적 관계만이 아닌 동기간의 측면 관계를 통해 더 확장된다. 이 책은 여성주의 담론이 기존 학술 담론의 빈틈을 어떻게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재구성해 내는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독자들(학부, 대학원생, 연구자),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독자들, 미첼의 <동기간>을 재밌게 읽은 독자들, 프로이트를 읽으며 어딘지 모르게 공허함을 느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책이 나온 지는 25년이 지났지만, 이 책의 문제의식은 현재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현재에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이 책은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어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