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 문화 영역에서 생산된 디스토피아적 도시 재현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비평적 해석으로 바라보는 책, 『누아르 어바니즘』
“도시가 가진 어떤 특성, 구조가 디스토피아적인 재현을 야기하는가? 어떻게 이러한 도시의 이미지들이 생산되고 유통되어 왔는가?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토피아의 반대되는 용어로서, 그리스어로 ‘나쁜(dys) 장소(topos)’를 가리키는 디스토피아dystopia는 부정적인 암흑의 세계(관)를 지칭한다. 서양의 문화에서 오랜 역사를 갖는 디스토피아 재현물은 주로 어둡고 절망적인 가상의 미래 사회를 그려냄으로써 현실의 상황을 비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문학 작품이나 사상의 형태로 등장해 왔다. 최근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대중문화에서도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데, 많은 경우 이런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무대는 현대적인 도시다. 그것은 마천루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첨단 도시의 이미지로, 혹은 실존하는 특정 도시의 이미지 (혹은 그 복합체)로 재현된다.
디스토피아적 재현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지만, 동시에 현실의 장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편집자 기안 프라카시와 글쓴이들은 이러한 긴밀한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바이마르의 베를린, 일본의 도쿄, 미국의 뉴욕, 로스앤젤레스, 인도의 봄베이, 델리 등을 경유한다. 이들이 탐구하는 주제는 프리츠 랑Fritz Lang의 1927년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나타난 바이마르의 도시 디스토피아 재현, 멕시코시티의 1960년대 모더니즘 건축, 1940년대와 1950년대의 할리우드 필름 느와르, 전후 일본의 공상과학 파멸 문화에서 반복되는 도쿄의 허구적 파괴, 봄베이 시네마의 어반 프린지,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요하네스버그의 도시 디스토피아에 대한 허구적 탐구, 1980년대와 1990년대 델리의 통제 불능적이고 미디어 포화적인 어바니즘 등을 아우른다. 글쓴이들이 『누아르 어바니즘』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어두운 재현과 현대적인 도시 경험 사이에서 나타나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화학반응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도시를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으로 재현한 시도를 도시 비평의 형식으로 탐구하기 위해 그러한 재현을 야기했던 역사적/사회적 조건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다종다양한 조건과 감각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이미지들이 현대인의 도시 경험과 도시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도시적 알레고리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다양하게 논의된 조건들 중에서도 특히 프라카시가 도시의 재현이 작동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매커니즘으로 주목하는 것은 ‘이미지의 유통’일 것이다. 프라카시는 그 이유로, 디스토피아적 재현의 주 무대가 되는 ‘도시’라는 장소가 근대화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고, 근대화가 진행되는 도시에서 모더니티의 형성과 작동은 이미지 생산 및 유통과 불가분의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프라카시는 도시의 이미지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살고 있는 상상의 공간이 되고, 이미지적으로 존재하는 제도로서, 사회를 구성하는 상징, 가치, 그리고 욕망을 드러낸다고 이야기 한다.
글쓴이
데이비드 R. 암바라스David R. Ambaras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이다. 현재 일본 제국주의 하의 근대 일본과 동아시아에서 나타나는 낙후된 일본인의 경험, 주변성과 사회적 실패에 관한 담론, ‘고통의 공간’에 대한 재현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쁜 청소년: 근대 일본의 청소년 비행과 일상 생활의 정치학Bad Youth: Juvenile Delinquency and the Politics of Everyday Life in Modern Japan』(2006)이 있다.
제임스 도널드James Donald는 호주 시드니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영화학 교수이자 예술 및 사회과학 학부의 학장이다. 저서로는 『현대 도시를 상상하기Imagining the Modern City』(1999), 『감성 교육: 학교 교육, 대중 문화, 자유의 규제Sentimental Education: Schooling, Popular Culture and the Regulation of Liberty』(1992), 『미디어와 정보의 펭귄 아틀라스Penguin Atlas of Media and Information』(2001) 등이 있으며, 편집한 책으로는 『한계점: 정신분석과 문화 이론Thresholds: Psychoanalysis and Cultural Theory』(1991), 『‘인종’, 문화와 차이“Race,” Culture and Difference』(1992), 『클로즈업, 1927?1933: 영화와 모더니즘Close Up, 1927?1933: Cinema and Modernism』(1998) 등이 있다. 현재 그의 주요 연구 프로젝트는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와 폴 로브슨Paul Robeson의 모더니즘에 관한 것으로, 호주연구위원회Australian Research Council의 디스커버리 그랜트로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루벤 갈로Ruben Gallo는 『멕시칸 모더니티: 아방가르드와 기술 혁명 Mexican Modernity: The Avant-Garde and the Technological Revolution』(2005)의 저자이다. 그의 가장 최근 저서는 『프로이트의 멕시코: 정신분석의 야생 속으로Freud’s Mexico: Into the Wilds of Psychoanalysis』(2010)이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안톤 카에스Anton Kaes는 1939년생으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독어 및 영화학과 교수이다. 최근 출간한 『쉘 쇼크 시네마: 바이마르 문화와 전쟁의 상처Shell Shock Cinema: Weimar Culture and the Wounds of War』(2009)를 비롯하여, 영화 역사와 이론의 다학제적, 비교적 측면을 다룬 영어와 독일어로 된 여러 책을 저술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1978년 록펠러 재단과 1984/85년 훔볼트 재단의 펠로우십, 1990년 구겐하임 펠로우십, 1995년 NEH 및 UC 총장 연구 펠로우십 등이 있다. 또한 1989-90년에는 게티 미술사 및 인문학 센터에서, 1998년에는 벨라지오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훔볼트 연구상을 수상했다.
란자니 마줌다르Ranjani Mazumdar는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예술 및 미학 대학의 영화학과 부교수이자, 독립 영화 제작자이며, 2003?4년 프린스턴 대학교 셸비 컬럼 데이비스 센터의 펠로우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봄베이 시네마: 도시의 아카이브Bombay Cinema: An Archive of the City』(2007)의 저자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로는 폭력, 기억, 도시에 관한 작품인 <델리 다이어리 2001Delhi Diary 2001>(2001)와 봄베이 영화에 관한 텔레비전 시리즈인 <이미지의 힘The Power of the Image>(공동 연출)이 있다. 현재 1960년대 시네마, 세계화와 영화 문화, 영화와 역사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제니퍼 로빈슨Jennifer Robinson은 영국 개방 대학교의 도시 지리학 교수이자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아프리카 도시 센터 명예 교수이다. 그녀의 최근 저서인 『보통의 도시들: 모더니티와 개발 사이Ordinary Cities: Between Modernity and Development』(2006)는 도시 연구에 대한 탈식민주의적 비판을 제시하며, 도시 이론이 전 세계 남부의 도시를 도외시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이의를 제기하다. 현재는 보다 적절한 국제 도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비교 연구 방법을 재조명하는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