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일 작가들의 전작 <생각한다>와 궤를 같이 한다. 대담하고 다채로운 그림이 단단한 글과 마침맞음으로 어우러질 때마다 나는 몇 번이나 무릎을 치고 경탄했는지 모른다. 당연히 잘 편집해야 한다는 당위와 강박과 구속과 강요로, 무한 교열 윤문에 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니 전작보다 6개월 더 걸렸다. 트레이싱지 자켓은 <생각한다>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예술성과 진면목을 베일처럼 가려 시선을 이끌고, 본문 안에 사철로 엮인 4장의 노란색 트레이싱지는 봄처럼 산뜻하다. 트레이싱지를 넘길 때마다 그 위에 얹어진 문장들이 좌우를 바꿔가며 다양한 강박과 의무감을 반전처럼 허물어버린다. 이 책의 제작 사양은 트레이싱지 자켓, 문켄 표지, 비비칼라 면지 등 다양한 고급지에 헤드밴드가 더해졌다. 특히 습도에 민감한 트레이싱지는 특수 UV인쇄를 해 미세한 번짐조차 없다. 누구라도 자아를 마주하고, 행복을 상기하는 데 부족함 없이 아름답다. 끝으로 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나와 내 안의 내가 매일같이 나누었던 무언의 대화로 갈무리해 본다.
[정말 잘 해야 한다. 과연 최선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잖아!’ / ‘그건 고민이 아니야.’ / ‘그럼 대체 뭐란 말이야?’ / ‘그냥 생각해 보는 거지.’ / ‘이게 그냥 생각하는 거라고?’ / ‘그래, 진짜 고민을 해 봐.’ (한참 침묵이 흐른다.) 나는 다시 책을 펼치고 고민한다. 나도 더 이상 아무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