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더위, 이 책 한 권만 있다면 문제없다!
- 아동을 위한 본격 추리소설 『체리나무 위의 눈동자』
성인을 위한 범죄 드라마나 수사 드라마는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수사 드라마의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사 반장]이 그랬고, 지금도 큰 인기를 얻으며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가 그렇다. 뿐만 아니라 성인을 위한 추리소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작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사정은 어땠을까?
아동추리소설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아동추리소설’이란 단어를 들으면,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쭉 읽혀오던 [셜록 홈즈] 시리즈나 [괴도 루팡]을 떠올리기 쉽다. 게다가 새로 나온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기대를 갖고 읽어 보면,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 권선징악의 요소들을 빌어 교훈을 심어 주기에 급급하다. 이런 실정이니 그동안 아이들이 ‘추리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을 리가 없다.
아이들도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닌 ‘재미있는 독서’, ‘맛있는 독서’를 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본격 아동추리소설 『체리나무 위의 눈동자』가 보물창고에서 출간되었다.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로 인정받아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세 차례나 받은 윌로 데이비스 로버츠가 어린이를 위해 쓴 추리소설답게, 억지스러운 교훈을 만들어 내고 세뇌시키기보다 추리소설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전달해 주고 있다.
소통의 단절이 빚어낸 악몽의 시간
정보화 시대가 되고 스마트한 세상이 되면서 인간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통의 단절’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핵가족화에 따른 맞벌이 부모의 증가는 ‘소통의 단절’에 작으나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각종 디지털 매체는 아이들의 영혼을 사로잡아 가족 간의 대화는 물론 가족의 존재조차 잊게 하고 있다. 즉, 자기만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는 셈이다.
『체리나무 위의 눈동자』의 주인공 롭은 입장이 바뀌었을 뿐, 가족들과 소통이 단절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롭은 끊임없이 가족들에게 다가가려 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어느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고 롭을 밀어낼 뿐이다. 롭은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애물단지’와 같은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결국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철저히 혼자가 된 채 롭은 우연찮게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면서 정체불명의 피의자로부터 계속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궁리한 끝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할 뿐 아니라 사건 마무리까지 스스로 힘으로 해낸다.
급박하고 긴장이 감도는 『체리나무 위의 눈동자』의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손에 땀을 쥔 채 몰입을 거듭하며 추리소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또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 간의 소통의 중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