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페르난두 페소아, 쇼펜하우어, 안도 다다오, 살바도르 달리…
‘카프카스러운’ 날들을 살아내는 모든 평범한 삶을 향해
예술가들이 전하는 내 삶을 긍정하는 인생 기술 23
무기질이 부족한 아이가 석회벽을 보면 본능적으로 벽을 긁어서 입으로 가져간다는 연구가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굳이 찾아 읽고 귀를 기울이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나에게 없는 무언가를 채우려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고 듣는 것은 아닐까. 괄호 안에 묶인 예술가들의 내적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 마음에 안 드는 현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내공을 얻는다.
_‘프롤로그’ 중에서
마지못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가, 오직 덕질만이 나를 살게 하는가, 적성을 못 찾은 채 여전히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고 있는가, 하는 일마다 망해서 자신감이 바닥인가…. 당신도 이런 이들 중 한 사람인가. 통장 잔고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를 견디고, 희망마저 없는 ‘카프카스러운(* 카프카스럽다 : 희망 없고, 참을 수 없는 모든 상황을 일컫는 말)’ 상황을 살아내는 게 일상이 된 ‘K-직장인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영화와 책 속 인물, 예술가 들의 이야기에서 지혜를 빌려오곤 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름 이면에 감춰진 자연인으로서의 삶의 궤적을 좇는다. 그저 교회의 요구에 따라 성실하게 작곡하는 직장인이었던 바흐, 산재조차 개성으로 승화시킨 클로드 모네, 도전과 실패 전문가 안도 다다오, 본캐는 공사 직원, 부캐는 작가였던 프란츠 카프카, 어머니와 악담을 나누는 게 일상이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 저자가 마주한 예술가들의 인생 이야기는 알수록 볼수록 우리와 닮은꼴이었다. 한 분야에 획을 그은 대가들 역시 자신의 나약함에 절망하고 때론 도파민에 중독되어 집중력을 도둑맞고 퇴사는 엄두도 못 낸 채 딴짓과 덕질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카프카스러운 일상을 살아냈다. 그렇게 살아내며 답이 아닌,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갔다.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찾지 못해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자책하기 일쑤라면 저자가 들려주는 예술가들의 흑역사를 따라가 보자. 걸작 뒤에 숨은 그들의 진짜 민낯을 마주하면 ‘어라, 나랑 똑같잖아.’ 하는 위로와 함께 보잘것없어 보였던 내 삶을 보듬고 긍정하는 힘이 샘솟는다. 나만 불행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마음에 안 드는 현재를 응시하는 내공을 얻게 된다. 다시 털고 일어나 지하철에 몸을 싣는 성실함과 평범함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재능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예술가들의 흑역사에서 발견한 자기 긍정 인생론
답도 모르는 문제들로 끙끙거릴 때마다 길을 비추는 빛 같은 이야기를 만나곤 했다. 여러 작가, 화가 등 예술가들이 ‘살아낸’ 이야기였다. 적게는 몇십 년, 많게는 몇백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인생 이야기는 알수록 우리와 닮은꼴이었다. 그들 역시 자신의 마음은 깊숙한 곳에 넣어둔 채 얼떨결에 부모의 바람대로 전공을 선택하거나 어른의 몫을 해내느라 퇴사는 엄두도 못 내고 퇴근 후 딴짓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우리처럼 마음에 안 드는 현실에서 달아나려고, 아니 버티려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덕질을 했다. 회피하고 갈등하고 헤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어라, 나랑 똑같잖아’라고 중얼거리고 나면 슬그머니 고민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_‘프롤로그’ 중에서
관습에서 벗어난 건축 양식을 선보였던 안도 다다오는 초창기에 기능적 면에서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의 제안은 무시당하기 일쑤였지만 그는 수많은 비판과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패를 도전의 짝꿍으로 여겼던 그는 여러 구상을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다듬어나갔고 무수한 실패 끝에 안도 다다오표 건축 스타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모네는 말년에 백내장을 진단받아 색깔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화가에겐 치명적인 단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그 결과 단점이 개성이 되어 모네만의 수련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은 훗날 추상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산재보험공사 직원이었다. 작가로서 차고 넘치는 재능에도 카프카는 자기 몫의 하기 싫은 일을 해내며 낮에는 직장인으로 살고 퇴근하면 ‘쓰는 사람’으로 살았다. 퇴사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선뜻 직장을 그만두지 못했던 그는 작품에서조차 자유로운 영혼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흔들리고 고뇌하는 삶이 기본값이었던 카프카가 남긴 작품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저자가 책에서 다룬 예술가들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기까지 숱한 실패를 거듭해야 했고, 치명적인 약점 탓에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으며, 어른의 몫을 해내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텨야 했다. 절망, 갈등, 회피로 점철된 예술가들의 흑역사는 우리에게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와 함께 긍정의 기운을 선사한다. 또한 답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카프카스러운’ 날들을 그럼에도 살아내는 우리의 성실함이 결국 ‘나다운 나’를 찾는 가장 큰 무기라는 사실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