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암흑시대가 이 책 때문에 “어둠을 잃었다.” ― 올더스 헉슬리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중세 유럽이 “암흑시대”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이 주장은 폐기되었지만 여전히 중세 유럽은 마녀 사냥과 같은 암울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활동한 재야 사학자 크리스토퍼 도슨은 누구보다도 먼저 중세 사회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인식한 학자였다. 유럽 문명이 꿈틀대던 시기, 서방과 동방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세계를 파헤치면서 중세야말로 가장 활발하게 문화 창조가 일어난 시기였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하나의 유럽이 탄생하는 그 역동적인 순간을 그리다
『유럽의 형성―유럽통합체의 기원을 찾아서』(원제: The Making of Europe―An Introduction to the History of European Unity)는 1932년에 출간되어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아직도 세계 유수의 명문대에 필독서로 추천되고 있는 고전이다. 이 책은 4세기에서 11세기까지 유럽 문명을 이룬 주요 요소들에 하나씩 조명을 비추면서, 유럽이라는 하나의 통합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밝히고 있다. 즉 로마 제국과 고전문화, 기독교, 야만족, 비잔티움과 이슬람의 각 전통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럽 문명을 만들어나가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념은 로마 제국에서 시작한다. 로마는 하나의 종교와 정치체제를 가진 통일 제국에 대한 이상향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기독교의 등장과 함께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여기에 수사학과 철학에 기반을 둔 고전문화 전통이 합류하면서 유럽 문명의 싹이 움텄다. 그러나 이 전통은 아직 역사의 변두리에 불과했고, 서유럽의 세계는 자신을 위협하는 수많은 적들과 맞서야 했다. 혈족 사회를 중심으로 한 무자비한 야만족 전통, 뿌리는 같으나 동방의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서방세계와 충돌했던 비잔티움 제국, 그리고 동방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 이슬람 세력의 등장까지. 이 다양한 전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럽 문명의 통일성은 과연 어떻게 태어났는가.
20세기 초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사가였던 도슨은 생생한 고문헌 자료와 놀라운 통찰력, 그리고 낭만적 소설 같은 흥미로운 글솜씨로 로마 멸망 이후 지중해 세계와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다채로운 문명사적 흐름을 완벽하게 복원하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위대한 명저
역사학은 사료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과학이지만, 사학자가 직접 사료를 선택하고 해석한다는 점에서는 예술에 가깝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측면이 역사학의 한계이기도 하기 때문에 역사적 기록물이 오랜 세월 고전으로 인정받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1932년에 출간된 『유럽의 형성』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독서광 도슨은 20세기 초에 나온 방대한 사료를 거의 모두 섭렵했고, 이를 토대로 각 문화적 전통이 보여주는 정치·종교·사상·예술의 흐름을 완벽하게 되살린다. 한마디로 『유럽의 형성』은 과학과 예술의 인위적인 경계를 넘어선 고전 중의 고전이다.
특히 이 책은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고문헌 사료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성 그레고리우스 같은 기독교 성직자와 이슬람·북유럽 시인들의 다채로운 인용문은 역사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고기를 푹 삶고, 그 한가운데에 있는 뼈도 푹 삶는다’는 말은 이 도시(로마)에 잘 어울린다. ……원로원은 어디에 있는가? 로마 시민은 어디에 있는가? 뼈는 모두 녹아버리고, 고기는 모조리 먹어치우고, 이 세상의 고관대작들의 영화도 모두 사라졌다. 모든 것이 통째로 푹 삶아지고 있다. ……말하자면 로마는 이미 비어서 타오르고 있다. ……도가니에 푹 삶은 살과 뼈는 이미 다 먹어치웠고, 지금은 그 도가니 자체까지 먹어치우고 있다.…… (313~314쪽)
-혼란에 빠진 로마의 상황에 절규하는 대교황 성 그레고리우스
특히 한 시대의 핵심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료를 찾아내는 도슨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다음에서 도슨은 단 하나의 인용문을 통해 온통 종교에 심취해 있던 4세기 비잔티움의 분위기를 포착한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빵을 사러 가게에 들어가면, “빵집 주인은 빵값을 말하는 대신 성부가 성자보다 위대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환전상은 돈을 바꾸어주는 대신 ‘인간의 아들로 태어난 자’와 ‘신처럼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자’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목욕탕에 가면 목욕탕 주인이 성자는 무에서 생겨난 게 분명하다고 장담한다.” (206쪽)
또한 도슨의 사료 해석은 신중하면서도 균형 잡혀 있어 80년이 지난 오늘날에 읽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특히 서유럽의 역사를 기술하면서도 유럽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이슬람을 비롯한 동방 세계까지 공정하게 서술한 태도는 현대 사학자들의 선두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유럽 문화는 더 발달한 이슬람 문명의 그늘에서 성장했고, 중세 기독교 세계는 비잔티움 세계보다 오히려 이슬람 문명을 통해 그리스 과학과 철학의 유산 가운데 자기 몫을 되찾을 수 있었다. (284쪽)
소설처럼 재미있는 역사책, 『유럽의 형성』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도슨의 백과사전적 지식도 놀랍지만, 복잡한 주제를 단순화시켜 표현해낸 유려한 글솜씨는 탁월하다. 이 책이 출간 당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도 종래의 학술서 체제를 피하고 낭만적 소설처럼 서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쓰기 솜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나무를 통해 숲을 보는” 도슨의 놀라운 통찰력이다. 그는 잡다한 사료 속에서 핵심적인 흐름을 명확하게 포착할 줄 아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 예를 들어 ‘기사도 정신’에 대한 도슨의 분석을 보라. 그는 10세기 말 혼란에 빠진 유럽 사회 속에서 두 가지 큰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해낸 후, 이 두 흐름의 만남이 ‘기사도 정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암흑시대가 끝날 때까지 서유럽 사회를 특징지은 것은 문화의 이중성과 대응하는 윤리적 이중성이었다. 전사들을 위한 이념과 기독교도를 위한 이념이 따로 있었고, 전사의 이념은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북유럽 이교의 야만적인 세계에 속해 있었다. 군사적 사회가 십자군 이념의 영향으로 서유럽 기독교 세계의 정신 체제에 통합된 것은 11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기사도는 북유럽의 전통과 기독교의 전통이 융합하여 중세의 통합체를 이룬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439쪽)
저자의 독창적인 통찰력과 뛰어난 글솜씨 덕분에 『유럽의 형성』은 전문적인 역사책이면서도, 소설책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로 가득하다. 로마 제국의 멸망과 기독교의 부흥, 비잔티움 제국과 이슬람 제국의 흥망성쇠, 켈트족 수도사들의 활약과 바이킹 족의 모험담,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형성』은 국내에 막연하게만 알려졌던 중세의 역사적 사건들을 방대한 사료 분석과 탁월한 통찰력, 그리고 걸출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뛰어난 역작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번역가 김석희, 『유럽의 형성』을 탐내다
본래 『유럽의 형성』은 2007년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완역한 번역가 김석희 씨가 로마 멸망 이후 유럽 세계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직접 선택한 책이다. 그 역시 저자 도슨의 방대한 독서량과 천재적인 통찰력, 그리고 흥미진진한 글솜씨에 매료되어 이 책에 빠져들었다.
덕분에 국내 독자들은 『유럽의 형성』을 국내 최고 번역자 김석희 씨의 명료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 수상에 빛나는 김석희 씨의 번역은 난해한 학술적인 문장도 쉽고 명료하게 바꿔내는 절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원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