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어떤 진실은 그것이 고백을 닮을 때 더욱 절실하게 됩니다. 신영복 교수의 지적 염원이 유감없이 반영된 이 책의 산문은 그런 고백과 동행하는 신비를 슬쩍슬쩍 내보이기도 합니다.” _ 고은(시인) “세모의 한파와 함께 다시 어둡고 엄혹한 곤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곤경이 비록 우리들이 이룩해 놓은 크고 작은 달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다만 통절한 깨달음 하나만이라도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_ 『더불어숲』 본문에서 세기를 넘어 더불어 읽는 신영복 선생의 깊고 너른 성찰, 『더불어숲』을 새로이 펴냅니다. 신영복 선생의 『더불어숲』은 1998년에 1, 2권으로 나뉘어 처음 출간되었다. 20세기의 저물녘인 1997년 한 해 동안 ‘새로운 세기를 찾아서’라는 화두를 지니고 22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세계사가 뒤바뀐 기억의 장소에서부터 세계화의 한파가 몰아치는 삶의 자리까지 선생의 편력은 깊고 너른 여정이었다. 문자 그대로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선생의 해박한 지식, 현실에 대한 겸손하되 날카로운 인식, 세상을 향한 정직하고 따뜻한 통찰을 벼린 글과 더불어 그림과 사진으로 엮어낸 이 책은 초판 출간 이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어 2003년에는 한 권의 합본호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된 『더불어숲』을 초판 발간 18년 만에 돌베개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한다. 이번 개정판은 한 권의 소프트커버본으로 꾸며 책의 무게를 줄였다. 내용을 부분 개정했으며, 표지 제호와 표지·본문 디자인까지 모두 새롭게 바꾸었다. 물론 책에 스민 성찰과 감동은 고스란하며, 오히려 선생의 메시지가 품은 시의성은 더욱 적실해 보인다. 21세기 오늘의 한국 사회는 을(乙)의 비애, 헬조선, 3포를 넘어 5포세대 등의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격차와 ‘각자도생’의 구호가 넘치고 있다. 정치·사회·경제·문화·이념 등의 갈등을 공존의 논리가 아닌 ‘갑’의 일방적인 강제로 해결 지으려 한다. 이런 첨예한 사회 모순들을 살피며 신영복 선생이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강조한 ‘공존과 연대, 그리고 새로운 인간주의’라는 메시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와 닿는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라는 부드러운 언어는 ‘오만한’ 강자의 지배 논리에 맞서 ‘겸손과 공존’의 원리를 지키고, ‘비정한’ 자본의 논리에 맞서 ‘인간의 논리’를 지키자는 뜻일 터이다. 여기에는 더불어 함께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관계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 책에서 선생이 끊임없이 되짚는 ‘성찰’과 ‘모색’의 태도는 21세기에도 변함없이 응답해야 할 우리들의 철학이자 함께 사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무엇이 진정 강하고, 진정 올바른 것일까? “나무들이 모여 우람한 역사의 숲을 만듭니다.” 신영복 선생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향해 출항한 곳인 스페인 우엘바에서 시작하여 유럽과 남미를 거쳐 중국의 태산에서 여정을 마치기까지 전 세계의 역사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느낀 감회를, 마치 ‘당신에게’ 엽서를 보내듯 편지 형식으로 써내려갔다. 로마, 베이징, 모스크바, 아테네, 이스탄불 등 세계의 역사 도시들을 찾아 그 도시들이 품은 콜로세움, 만리장성, 크렘린 궁전, 아크로폴리스, 소피아 성당 등 거대한 유적들을 돌아보며 그 압도적인 규모에도 경탄하지만 선생의 시선은 우리가 외면하기 쉬운 그 장소와 기억의 이면으로 향한다. 인류의 역사는 강자의 논리로 점철되었지만, 그 바탕에는 수많은 생명의 희생과 피땀이 있었다. 선생은 만리장성과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그것을 쌓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한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말에는 강자의 논리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들이 발견한 땅은 결코 신대륙이 아니다. 콜럼버스 이후 코르테스로 대표되는 유럽의 세력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가 자행한 무수한 살육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다만 그것이 공격용이 아닌 방어 목적이었다는 데서 조금의 위안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주검이 여전히 장성의 아래에 묻혀 있다. 선생은 이처럼 패권주의와 물질주의 아래 함몰되어 온 희생의 의미와 가치를 섬세히 사색한다. 선생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함께 담아 보여 주고 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본에 있어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과거의 청산이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완고한 현실의 구조를 허물기 위해서는 우리가 쌓아 온 ‘생각의 성(城)’을 벗어날 뿐 아니라 그 성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행이 그러한 ‘겸손한 만남’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뜻 깊은 전언을, 이처럼 정직하고 나직하게 전하는 기행문은 드물고 귀할 것이다. ‘21세기 자본’의 오만과 무지에 대한 성찰, 그리고 ‘새로운 인간주의’의 모색 그리하여 넓은 세계를 여행하며 선생이 확인한 것은 자본주의의 오만과 무지, 그리고 반인간주의이다. 매일 충족하고 싶어 하는 “무한한 허영의 욕망”과 연결됨으로써 그 어느 누구도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선생은 선진 자본이 머리가 되고 중진 자본이 몸이 되고 그보다 못한 자본이 발이 되는 구조,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 체제와 불평등 분업의 상호 침투라는 이중 구조를 직시한다.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동(同)의 논리로 강요되는 강자의 지배 논리는 비단 정치·경제적인 지배력을 장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 유적의 미학까지도 재구성함으로써 사람들의 심성마저 획일화하고 있다는 것. 그러한 강자의 지배 논리로는 지속가능한 삶이 어렵다고 토로하며, 선생은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새로운 인간주의’를 제시한다. 새로운 인간주의는 자연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궁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인간이 쌓아 놓은 자본으로부터, 그리고 무한한 허영의 욕망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리스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달려온 셈입니다. 그 먼 길을 등 뒤에 지고 다시 더욱 먼 길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인지도 모릅니다. _본문에서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선생의 이러한 ‘새로운 인간주의’에 대해, “‘인간의 자기완성’이라는 고전적 인간주의와 ‘인간다운 인간의 자기실현’이라는 근대적 인간주의를 넘어 ‘인간과 인간의 연대에 기초한 자연적 인간의 지향’”이라고 논한 바 있다.(『신영복 함께읽기』, 지상의 인연, 인간의 연대―다시 읽는 『더불어숲』에서)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는 공명의 메아리는 “가장 정직한 사랑의 방법은 함께 걸어가는 것”으로 퍼지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나아가면서 길을 만드는 일”이 되는 것이다. 금융 위기와 전 지구적 테러 위협으로 현대 자본주의 체제는 위태롭고, 일방적인 신자유주의의 패권과 획일화의 균열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엇이 강한 것이며 무엇이 약한 것인가.” 무엇을 함께 공부하고 꿈꿀까? 다른 꿈이 간절한 ‘문명의 가을’에 자본의 환상에서 깨어나는 ‘깸’이 먼저임을 전하는 『더불어숲』은 오래도록 우리에게 독서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세계화는 인간의 논리가 아닌 자본의 논리입니다. 더불어 손잡고 자본의 논리에 저항하는 진지陣地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