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스타’와 ‘공인’ 사이 ‘셀럽’ ― 셀러브리티의 탄생, 소비, 소멸을 둘러싼 명성 게임
“저희는 공인이 아닙니다.” 난데없이 방송국 사장 자리를 제안받은 배우 정우성이 자기는 ‘익명성’이 없고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유명인, 곧 셀러브리티는 명성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셀럽’은 대중의 열망을 투영하는 거울이면서 강한 도덕 기준과 공적 의무를 강요받는 ‘공인’이다. 그런데 셀럽이 도대체 뭘까? 정치인 같은 유명인은 모두 셀럽일까? 왜 다들 셀럽을 부러워하고 셀럽이 되려 할까? 1억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팝 스타 셀레나 고메즈, 자살자 시신 영상으로 파문을 일으킨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은 진짜 ‘셀럽’일까?
《셀러브리티 ― 우리 시대 셀럽의 탄생과 소멸에 관하여》는 현대 문화 연구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 대학교 문화연구학과 그레엄 터너 교수가 대중문화 이론과 연예 산업의 최신 흐름을 바탕으로 셀러브리티란 누구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소비되다가 사라지는지를 살펴본, 셀러브리티 이론과 사례 연구의 결정판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리얼리티 쇼, 오디션 프로그램 등 확장된 온라인 플랫폼을 무대로 광적이라 할 만한 팬덤과 ‘DIY 셀럽’의 시대를 이끄는 셀러브리티를 담론, 산업, 열망의 구조 속에서 분석한 새로운 시도다.
‘셀럽’ 되기와 ‘셀럽’ 소비하기 ― 셀러브리티를 둘러싼 담론, 산업, 열망의 지형도
리얼리티 쇼와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뛰어넘는 ‘명성 자본’을 지닌 셀럽들이 출현한다. 평범함과 진정성을 내세운 ‘벼락스타’와 셀럽 문화가 미디어와 일상과 정치를 지배하고, 막강한 팬덤과 엄청난 수입을 자랑하는 셀럽은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된다. 셀럽 소비 행위가 정체성 형성에 참여하는 과정을 살피면 셀럽을 생산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지만, 하나의 담론, 상품, 스펙터클로서 셀럽은 언제나 모순적이고 모호할 뿐이다.
《셀러브리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 ‘서론’은 영화 산업에서 시작된 셀러브리티의 역사를 훑고 셀러브리티에 관한 분석을 개괄하며, 그 과정에서 셀러브리티의 문화적 기능을 파악한다. 2부 ‘생산’은 셀러브리티를 생산하는 프로모션과 홍보 산업을 살펴본 뒤 텔레비전과 연예 산업의 트렌드를 검토한다. 셀러브리티 생산은 새로운 방송 포맷과 생산물의 창출에 밀접히 관련되기 때문이다. 3부 ‘소비’는 셀러브리티 소비 양식과 셀러브리티 소비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다이애나 비의 죽음을 접한 대중의 반응뿐 아니라 셀러브리티 웹사이트의 매력도 검토한다.
또한 셀러브리티가 문화적 정체성의 형성에서 하는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셀러브리티의 담론적 구성(이를테면 진정성 담론이 수행하는 기능이나 셀러브리티의 양면적 가치), 셀러브리티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 구조, 셀러브리티를 소비하는 문화적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나아가 셀러브리티가 미디어 권력을 탈중심화하고, 콘텐츠의 대중화와 정치적 민주주의가 연관되며, 셀러브리티 소비는 생산적인 사회적 실천이라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셀러브리티가 되려는 열망이 보편화되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이해하려면 명성의 생산과 유통에서 일어난 변화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 ― 조작된 진정성과 명성의 스펙터클 사이에 선 셀러브리티
《셀러브리티》는 셀러브리티 분석을 넘어 명성의 추구가 일반화된 현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셀러브리티를 욕망하는 이유, 그 욕망을 성취하기 힘든 까닭을 설명하려 한다. 이제 셀러브리티는 특정한 개인의 업적이나 성취를 넘어서고, 명성은 산업의 특성을 띤다. 또한 자기가 몸담은 공동체를 재생산하고 변형하는 계기로서 셀러브리티는 일상적 현상인 동시에 한 사회, 나아가 전지구적 공통 감각을 형성한다. 따라서 셀러브리티의 생산, 유통, 소비는 역사적이며, 명성은 사적 담론을 공적 쟁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획득된다. 명성을 추구하는 욕망은 점점 더 평범해지고, 유명해질 수 있는 수단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셀러브리티는 ‘뜨는 데’ 필수인 조작된 진정성과 ‘벼락스타’가 전시하는 명성의 스펙터클이 뒤섞인 장소다. 무엇보다도 ‘뜰 때까지 방송을 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쇼는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