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불평등과 차별, 불확실성이 들끓는 시대에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소중한 작업”
말랑은 트랜스남성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면서 때로는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가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화로 만들어보았습니다. 특별하고도 평범한 말랑의 솔직하고 유쾌한 트랜스젠더 이야기가 이제 시작됩니다!
만화를 그리기 전까지 전 제가 아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처럼 스텔스로 숨어 살게 될 줄 알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연락이 끊어지거나 생김새가 좀 이상해진 사람으로, 성인이 된 후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시스젠더 남성으로 살아가면서요. 어쩌면 제 정체성을 부끄러워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이름은 말랑,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는 저와 같은 트랜스젠더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저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매개가 되었습니다. 제 만화를 봐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트랜스젠더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자신의 소수자성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삶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자신을 부끄러워하거나, 어쩌면 혐오하기도 하는 모두가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에게」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목소리로 듣는 존재 선언
LGBTQ, 즉 성소수자는 늘 사회적 편견과 마주합니다. 세상은 어떻게든 이들의 존재를 지우려 합니다. 이들에게는 차별과 혐오가 공기처럼 따라다닙니다. 세상이 이들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랜스젠더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병으로 규정했을 정도로 존재 자체가 부정되었고, 지금도 그러한 인식이 만연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예전에 비해 많이 가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게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정체성대로 살아가려면 온갖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하고, 그것이 너무 힘들어서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려면 디스포리아의 고통을 견뎌야 합니다.
대체 누가 ‘비정상’을 규정할 수 있을까요. 만약 누군가가 ‘비정상’을 규정할 수 있다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과연 누가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을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혼자이지 않다는 것을, 그들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필요하다면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트랜스젠더는 정신병이라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읽고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단 한 명이라도 생각이 바뀌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를 부정당하는 존재,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의 목소리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목소리는 존재의 증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