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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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매일 흘러나오는 비슷한 멜로디의 대중가요, 돌고 도는 소재에 포장만 조금씩 달리한 채 반복되는 TV 드라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상품처럼 동일한 것이 무한 반복되는 현대 사회의 대중문화는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기술적 복제로 현대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 대중예술은 예술의 민주화를 가져온 이 시대 예술의 희망인가,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억압과 기만의 도구인가? 암울했던 20세기 초 대중문화와 상업주의가 결합한 문화산업의 근원을 추적, 통렬한 비판과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던 두 사상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를 다시 진단한다! 대중문화, 사회악의 근원 혹은 대중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마취제인가, 고단한 삶에 위안을 안겨주는 희망의 원동력인가? 1999년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언론은 폭력적인 대중문화를 이 참담한 사건의 근원으로 몰아세웠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청소년의 흉폭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모방 범죄를 운운하며 대중문화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다. 그럴 때마다 저급한 대중문화, 천박한 대중매체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률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오늘날의 대중매체가 대중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그들을 의식적 주체로 만들고 있다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 이 시대에 어떤 방송이나 신문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터넷 역시 상황에 따라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진보적 매체라는 평가와 함께 확인되지 않은 기사와 걸러지지 않은 소문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저급한 문화라고 평가를 동시에 받고는 한다. 나날이 발달하는 기술은 새로운 문화와 매체를 계속해서 창출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생각과 태도는 여전히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듯 혼란스럽고 모호하기만 하다. 라디오에서 길거리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비슷한 멜로디의 대중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TV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천편일률적인 소재의 드라마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가득 들어찬 영화들. 저자는 현대인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중문화를 늘 그렇듯 쉽게 듣고 보아 넘기는 것에 그치지 말고 과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찬찬히 한번 살펴보자고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벤야민과 아도르노와 함께 서있다. 1장짜리 교양, 10분짜리 상식이 아닌 현실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벤야민과 아도르노 미학자로 잘 알려진 벤야민과 아도르노는 현대 대중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두 번은 들어봤음 직한 그리고 반드시 짚고 넘어야가할 사상가들이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은 다이제스트식 간략하고 단순화된 설명과 해설을 통해 그들의 사상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을 통해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본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것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과연 오늘날의 대중문화는 아도르노의 주장처럼 대중들의 적극적이고 반성적인 사유를 위축시키고 그들의 사유능력을 불구화시킴으로써 기존의 지배 체제와 이데올로기가 지속되는 데 기여하는 대중기만의 수단일까? 아니면 벤야민의 말처럼 과거와 달리 기술적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현대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 대중문화는 대중을 창조적 주체로서 거듭나게 하고 이를 통해 억압과 순종에 길들여진 기존의 삶의 방식에 해방을 가져다줄 새로운 출구일까? 친구들과 무심코 즐기는 한편의 영화는 고된 일상의 괴로움을 잊어버리고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만드는 달콤한 마취제에 불과한 것일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고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천편일률적인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진부함을 알지만 그 속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잊으면서도 이유 모를 허무함이 밀려온다면, 네티즌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대중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되는 야누스적 특성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다면, 벤야민과 아도르노는 그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정확한 나침반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