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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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에서 당신은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적 풍경에서 가장 필요한 물음을 반추한 소설” 7천만 원 고료,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 이 작품은 유일하게 심사위원 전원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이었다.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면밀한 반응과 가족에 대한 위로가 좋은 장점으로 읽혔다. 무엇보다 작품의 가독성이 좋았다. 드라마적 스피디한 전개는 작가의 필력이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남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각이 여러 입장에서 기술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적 풍경에서 가장 필요한 물음을 반추한 작품이었다. _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심사평 中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플라멩코 추는 남자』가 출간되었다. 인간 정신의 불멸을 증거하는 故 최명희 선생의 대하소설 『혼불』을 세상에 다시 피워 올리고자 2011년 제정된 혼불문학상은 제1회 『난설헌』, 제2회 『프린세스 바리』, 제3회 『홍도』 등 굵직한 수상작들을 통해 한국소설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과 깊은 신뢰를 받아왔다. 2021년 제11회를 맞이한 혼불문학상은 더 새롭고 의미 있는 문학상으로 거듭나기 위해 변화를 선언했다. 수상작에 대한 상금을 7,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은희경·전성태·이기호·편혜영·백가흠 등 지금 한국문학의 중심에 있는 소설가들을 본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번 제11회 혼불문학상에는 총 374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다. 심사위원회는 “혼불문학상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더 젊은 문학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그에 합당한 작품을 찾기 위해 장고”를 거쳤고, 이 가운데 “우리가 희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끔 해준 허태연의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소통을 위한 따뜻한 이야기의 전개”가 돋보인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스페인으로 ‘진짜 가족’을 찾아 나선 한 남자의 플라멩코 정복기 “그래,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어?” 남훈 씨가 묻자 늙다리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은 인상적일 만큼 자그맣고 희미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냥 뭐. 기술이 필요해서죠.” 청년이 꼼꼼히 마스크를 추어올렸다. “원래 꿈은 뭔가? 결혼은 했어?”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요?” _본문 7~8쪽 먼지가 소복이 쌓인 봄날의 작업장, 그곳에 주차돼 있는 거대한 굴착기 앞에서 주인공 허남훈이 한 청년을 만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26년 동안 굴착기를 운전해온 남훈 씨는 은퇴를 결심한 뒤 자신의 중고 굴착기를 거래하기 위해 그곳에서 청년을 만난 것이다. 권위적인 모습의 전형적 꼰대인 남훈 씨는 그 성격답게 거래를 하러 온 청년에게 자신의 굴착기 자랑만 잔뜩 늘어놓은 뒤 이것저것 캐물으며 청년을 괴롭힌다. 원만히 거래가 성사되기 만무하다. 청년과의 거래는 불발되고 이후 남훈 씨는 몇 명의 거래자를 더 만나지만 모두 불발될 수밖에 없다. “어떤 언어형식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것과 같지요. 이 언어는 미래의 언어입니다. 멋진 기회와 새로운 만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억하세요.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_본문 56쪽 고리타분한 자신의 성격을 남훈 씨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반평생을 굴착기 기사로 살아온 그는 은퇴를 결심한 뒤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한 과제들을 마련한다. 스스로의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 어쩌면 이것이 남은 생애 동안 남훈 씨가 이루어야 할 최종 목표일지 모른다. 일종의 버킷 리스트이기도 한 남훈 씨의 과제는 대부분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들이지만 ‘스페인어 배우기’나 ‘플라멩코 배우기’같이 67세 노인에게는 제법 험난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남훈 씨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해외여행’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스페인어 학원에 들어선 남훈 씨는 젊은이들로 가득 찬 교실 분위기에 몸 둘 바를 몰라 하지만, 이내 스페인어에 매료된다.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스페인어 강사 카를로스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또한 ‘체력 기르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찾아간 플라멩코 강습소에서 첫 시간 목격한 단 한 번의 강사의 춤사위에 뜨거운 열정을 체감한다. 고집불통의 성격답게 남훈 씨는 악착같이 그것들을 배워나가지만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맞닥뜨린다. 그것은 가족에 관한 문제였다. 개개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코로나 팬데믹 조금 멀어졌던 ‘가족’이라는 단어를 재발견하는 기회 가볍게 저녁을 먹고 공항 가는 길. 어둑한 하늘에서 싸라기눈이 조금 날렸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가 비행시간에 늦으면 어쩌느냐고 조바심을 냈다. “세 시간이나 미리 출발했잖아요. 걱정 마세요, 엄마. 그나저나 지금 스페인은 어떤 풍경일까? 말라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낙엽 냄새가 풍겨올까요?” 두 손으로 제 어깨를 안고 선아는 바르르 몸을 떨었다. “그럼, 닷새 뒤에 만나요.” 공항 앞에서 아내가 말했다. 추우니 얼른 닫으라는데도 선아는 창밖으로 한동안 손을 흔들었다. _본문 227~28쪽 스페인어와 플라멩코를 배워나가는 한 꼰대 영감의 성장기. 스페인어 강사 카를로스와 플라멩코 강사, 그리고 결국 굴착기를 임대해 간 청년과의 만남 속에서 남훈 씨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남훈 씨는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지막 과제를 마련한다. 그것은 ‘진짜 가족’을 찾기 위한 과제이자, 은퇴 전에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겼던 과제다. 67세 남훈 씨는 과연 자신의 과제를 모두 수행할 수 있을까? 가족이 모르고 있던 또 다른 가족에 대한 문제를 남훈 씨는 결국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도 여전한 팬데믹은 개개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고 있지만, 한편으론 조금은 멀어졌던 ‘가족’이라는 단어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의 주인공 남훈 씨는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뚫고 지나가고 있는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의 한가운데에서 같이 걷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기나긴 터널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짜 가족’을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