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서 ×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출간
▼ 정이현·김금희·정세랑·강화길 작가 추천
“읽고 쓰는 사람들의 시작이며 나아갈 길”
-정세랑(소설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대표작이
이옥토 작가의 사진을 만나 새로운 독자들을 찾아왔다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대표작인 ‘소설로 그린 자화상’ 연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리커버 특별판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사랑받아온 두 권의 장편소설은 누적 판매 170만 부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역작으로 남았다. ‘2025서울국제도서전’을 뜨겁게 달군 사진작가 이옥토의 작품으로 표지를 갈아입고 장정을 새롭게 꾸며, 그 찬란하고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지금 이곳으로 되살린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의 재료로 삼아왔던 박완서 작가가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쓴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의 성장기를 그렸다.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170만이 사랑한 박완서의 대표작과 사진작가 이옥토의 컬래버레이션
거목의 문장을 지금 이곳에 되살리다
박완서 작가의 연작 장편소설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 새로운 장정으로 거듭나 지금 이곳의 독자들을 다시 찾는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2011년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써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이 연작은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적판매 170만 부를 돌파하며 한국소설의 대표적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서 사랑받고 있다. 이 가운데 2025년 3월 구리시가 주최한 박완서 작가 타계 14주기 추모 낭독공연에서는 AI기술로 재현한 박완서 작가의 목소리로 『그 많던 싱아…』를 낭독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2025년 8월, 박완서 문학의 대표작 두 권이 사진작가 이옥토의 작품과 만나 ‘박완서×이옥토 리커버 특별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옥토 작가는 『채식주의자』(한강)의 리커버판 표지 사진을 작업한 사진작가로, 그가 제작한 ‘투명 책갈피’를 구입하려는 독자들이 ‘2025서울국제도서전’에 ‘오픈런’ 하는 풍경을 자아내며 2030 독자들 가운데 화제가 되었다. 이옥토 작가는 박완서 작가의 리커버 특별판의 표지에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소설 속 그 계절의 이야기를 여름의 싱그럽고 투명한 이미지로 구현해냈다. 『그 많던 싱아…』의 표지에 담긴 물빛 어린 초원의 풍경은 박적골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의 찬란한 기억을, 『그 산이 정말…』의 차가운 차창의 모습을 담은 표지는 역사의 광풍 속에 서리꽃처럼 피어나는 강인한 희망과 인간애를 연상시킨다.
듣는 순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그 문장,
“그 많던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
유년의 기억, 박완서의 작품세계가 시작된 그 계절의 생생한 이야기
자신의 경험을 소설의 재료로 삼아 왔던 박완서 작가가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쓴 ‘소설로 그린 자화상’의 첫 번째 이야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자연에서 모든 유희를 구하는 그 시절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놀이 모습 등이 박완서 특유의 기지가 엿보인다. 풍부한 감성으로 순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문체의 매력을 소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사소해 보이는 장면에서도 절묘한 비애와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박완서만의 감성이 자라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박적골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그렇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 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 텃밭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 비길까. (32~33쪽)
고향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로 대변되는 작가의 순수한 유년 시절은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더욱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한때는 흔했으나 이제는 흔적도 사라져 버린 어떤 것, 더듬더듬 기억으로 복원해낼 수밖에 없는 한 시절을 형상화”(정이현)하며 독자로 하여금 저마다 ‘그 많던 ○○는 어디로 갔을까’를 떠올리며 탄식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실제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되어 베스트셀러로 재부상한 이 소설은 전 국민적 ‘싱아’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국민 소설로 자리 잡았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한 폭의 수채화로 완성한
날카롭게 빛나는 성장소설의 진수
싱아’가 작중 주인공 ‘나’의 싱그러운 유년기를 대변한다면, 소설의 중반부부터 펼쳐지는 눈 뜨고도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의 빈곤한 생활과 인왕산 자락을 뒤덮은 ‘아카시아’가 그의 성장을 위한 뼈아픈 통과의례를 은유한다. 1940년대 일제 치하의 학교생활과 변소에 가는 일도 주인집 눈치를 봐야 하는 서글픈 서울살이 속에서 점차 세상을 깨달아가는 ‘나’의 모습이 펼쳐진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89쪽)
소설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나’를 둘러싼 세계는 이제 1950년 한국사의 격랑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지기 직전의 위기 상태로 치닫는다. 전쟁으로 무참하게 깨져버린 가족의 단란함, 그렇게 되기까지 엎치고 덮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매듭짓는 소설의 말미는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 작가 박완서의 등장을 예고하는 프리퀄과도 같다.
“이 소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한 한국 문학의 자산이다”(정이현)
소설로 기억을 증명하는 자, 박완서 문학세계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을 완벽하게 재현한 작품
『그 많던 싱아…』는 이미 발표된 박완서의 여러 소설 속에서 파편적으로 드러나거나 소설적으로 변용되어 나타난 자전적 요소들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까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제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엄마의 말뚝 2」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소설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온 작가의 가족 관계가 예리하게 묘사되며 작중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많던 싱아…』의 작품 해설을 쓴 고(故) 김윤식 선생은 이 점을 언급하며 이 소설이 박완서 문학의 모태 혹은 원형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만일 이 작가의 전 작품을 골똘히 읽어 온 독자라면 『그 많던 싱아…』라는, 전대미문의 ‘기억력에만’ ‘순전히’ 의존한 이 작품은 이 작가가 조심스럽게 써 온 「엄마의 말뚝 4」임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엄마의 말뚝 1」이 박적골에서 서울로 와 바느질품팔이로 현저동에 머문 기숙(己宿) 여사의 몸부림이라면, 「엄마의 말뚝 2」가 그다음의 이야기고, 「엄마의 말뚝 3」은 기숙 여사의 죽음을 다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