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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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보다도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상인 쓰레기, 쓰레기가 빚은 우리 삶과 문명에 관한 사색과 성찰 쓰레기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쓰레기는 소비된 대상이요 따라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사물, 욕망이 빠져 나간 사물이다. 쓰레기는 다 쓰고 버려진 것이므로 거기에는 그 어떤 애착도,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쓰레기야말로 궁극의 대상object이 아닐까.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되니, 나아가 생산과 소비가 갈수록 가속화되는 이 시대에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쓰레기로 채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풍경은 쓰레기 풍경trashscape이다. 이 풍경은 세계를 광대하면서도 고르지 않게 분포된 하나의 쓰레기 더미로 변모시킬 뿐 아니라 감지할 수조차 없는 방식으로 자아와 인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변형한다.” 어린 시절 우주 비행사와 쓰레기 트럭 운전수가 꿈이었고 현재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지은이 브라이언 딜은 불가사의한 감수성으로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쓰레기 현장들을 탐사한다.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장엄한 폐허가 아니라 눈에 거슬리고 유해하며 성가신 폐기물들이다. “쓰레기 산책자들, 그러니까 잿더미를 헤치거나 폐기물 패총을 무턱대고 뒤지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고귀한 폐허는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는 항상 쓰러져 가는 것들, 버려진 것들에 이끌린다.” 그렇게 자신의 눈길을 끌어 온 갖가지 쓰레기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는 우리가 만들어 온 쓰레기들이 우리 개인과 문명에 미친 영향을 성찰한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우리는 미래에 걸었던 판돈의 대가로 이 쓰레기들을 돌려받았”으며, “종국에는 플라스틱 물병과 웹사이트, 해피밀 장난감과 폭탄이 최종적으로 처분되는 방식이 자유의 여신상이나 만리장성, 콜로세움의 운명만큼이나 시간과 인류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 줄 것이다”. 그러니 무가치하고 더럽고 불쾌하게만 느껴 왔던 이 대상에 잠시 시선을 고정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 어떤 새 물건보다도 더 새롭고 풍부한 경험이 우리를 맞을지도 모른다. 유희와 의사소통의 수단에서 기억의 환기까지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쓰레기의 문화 논리들 뉴욕시에는 한때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였던 데드호스만Dead Horse Bay이라는 곳이 있다. 이젠 더 이상 쓰레기 하치장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과거의 쓰레기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데드호스만을 둘러보다 보면 여기에는 그 이후 시대의, 특히 아주 최근의 물건들도 쌓여 있다는 사실을 이내 알아차리게 된다. 언젠가부터 이곳에 들러 새 물건을 남겨 두고 가는 사람들이 생겼고, 어느새 이 행위가 하나의 의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데드호스만은 과거의 쓰레기와 현재의 물건이 혼재되어 있는 장소로, 이런 특징 때문에 지역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이 이곳에 새 물건을 두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사람들이 특별히 의미 있는 목적이나 악의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새 물건들을 남겨 두고 가는 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 덕분에 데드호스만은 쓰레기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공간이 된다. 지은이는 겉보기엔 으스스한 이 장소가 알 수 없는 활기를 부여받아 “서로 이질적인 방문객들이 헌 쓰레기와 새 쓰레기라는 소통 수단을 이용해 서로 교류하는 진기한 커뮤니케이션 허브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이곳은 무언가를 슬쩍하거나 남겨 두는 장소라기보다는 쓰레기를 통해 지금은 여기 없지만 먼저 이곳을 찾았거나 다음에 오게 될 사람들과 대화하며 교류하도록 초대하는 장소다.” 우리 인간은 새 물건으로 아는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뿐 아니라 버린 물건으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접속하는 존재인 셈이다. 데드호스만이 독특한 쓰레기 문화를 형성한 드문 곳이라면 웹 공간은 매우 익숙한 또 하나의 쓰레기장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 일상뿐 아니라 디지털 삶에서도 우리는 필요 없어진 온갖 것을, 어쩌면 더 빈번하게 버리거나 방치해 두곤 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물질적 쓰레기는 내다 버리면 끝인 것, 새롭고 산뜻한 하루를 위해 치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쓰레기는 이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을 어느 누구도 완전히 깨끗하게 정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는 언제나 (때로는 버리는 것보다 더 많은) 잔여물이 남기 마련이고, 이 때문에 디지털 쓰레기는 제 나름의 특성과 기능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읽지 않은 블로그 포스트나 오래전에 관심글로 저장한 트윗, 예전 채팅 타래가 며칠, 몇 달, 몇 년간의 기억을 단숨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이처럼 기억을 불러내는 디지털 요소들은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동일한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다. 일 년 전 친구가 남긴 트윗이 깊은 연상 작용을 일으키거나 역사적 가치를 지니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읽거나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반려동물에 보인 집착, 얄팍한 유행과 가십거리, 보다 지속적인 문제들을 두고 친구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부분적으로 폐기된 사물들의 집합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디지털 잔여물은 우리 삶의 충만함을 전달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이것들은 매주 도로변에 쌓였다가 트럭에 실려 간 뒤에는 기억속에서도 소멸하는 물질적 쓰레기가 결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안에, 우리를 위해 끈질기게 남아 있다.” 인터넷에서 완전히 청결한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잔여물은 우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틈을 비집고 들어와 그 자리에 단단히 자리 잡는다. 이걸 단순히 지저분한 상태라 치부하고 더욱더 청결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디지털 환경에는 내버려야 할 단순한 폐기물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지은이가 말하듯 이 잔여물들은 과거의 기억이나 아이디어를 환기하는 매개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디지털 폐기물은 물질적인 쓰레기와 근본적으로 다르게 존재하며, 욕망과 버리기, 과거와 현재의 구분을 흐트러뜨리는 셈이다. 우리 욕망의 산물이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먼 미래까지 살아남을 쓰레기, 쓰레기와 더불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렇듯 이 책은 열 개의 장章을 통해 쓰레기와 우리가 맺는 관계가 우리의 자아와 세계관을 어떻게 빚는지 사색한다. 각 장에는 우리가 잘 몰랐거나 들어보았더라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쳤을 사례들이 등장한다. 지은이는 ‘욕망’과 ‘시간’이라는 개념을 주축 삼아 이 쓰레기 풍경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빛을 던진다. 크리스 조던은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자란 새들의 사체를 찍은 연작으로 유명한 사진작가다. 지은이는 조던이 찍은 사진 속 새들의 사체 내부에 들어찬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조각을 보면서 “우리를 위해 죽음에 이르는 역할을 수행하는 새들은 흩어져 있는 인류를 일시적으로 결합시키는 장소, 우리 인간의 집단적 쓰레기를 마지막 식사로 삼는 소름끼치는 만남의 장소”라는 사실을 비통하게 성찰한다. 오늘날 세대는 잘 모르지만 70년대에는 「스타트렉」 외에 우주를 배경 삼은 드라마가 하나 더 있었다. ‘우주 쓰레기 수거’ 임무를 맡은 우주선을 소재로 한 「쿼크」는 엄청난 혹평과 더불어 첫 시즌만 방영하고 막을 내린 SF 드라마다. 지은이 역시 이 작품이 졸작임을 인정하지만, 일상적인 활동을 완전히 배제하는 다른 SF 작품들과 달리 “「쿼크」의 승무원들이 하는 일은 희미하게나마 현실적이라는 인상을” 주며, “「쿼크」는 「스타트렉」 같은 작품들에 나타나는 바로 이런 거짓 청결을 조롱하고 있는 셈”이라며 미처 인식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를 끌어낸다. 핵폐기물 저장소도 이 책이 조명하는 쓰레기 풍경의 하나다. 일군의 전문가들이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