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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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김석희의 20년 번역 인생과 행복한 책읽기 독자.번역가.서평가의 감각으로 들려주는 99편의 책 이야기 번역가 김석희의 20년 번역 인생을 돌아보는 서지(書誌) 영어.일어.불어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 중인 번역가 김석희가 20년 번역 생활을 갈무리하는 책을 펴냈다. 1979년 친구의 강청에 못 이겨 <아돌프>를 번역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번역의 세계에 뛰어든 『번역가의 서재』에는 최초 번역작인 <아돌프>에서부터 번역가로서 절정을 이뤘던 시기에 번역한 <로마인 이야기>,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쥘 베른의 <황제의 밀사>에 이르기까지 엄선한 99편의 역자 후기가 실려 있다. ‘사상의 모험’ ‘인간의 초상’ ‘역사와 문명’ ‘사랑과 예술’ ‘환상과 몽상’ ‘쥘 베른 컬렉션’ ‘인간과 동물’ ‘종교와 그 너머’ ‘일본 속의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크게 9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대상이 된 책들은 영미권 소설이 주종을 이루며, 역사.인문서, 재일 한국인 문학, 기타 에세이 등으로 대별된다. 쥘 베른 컬렉션이 하나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는 번역가이면서 동시에 충실하고 친절한 서평가이기도 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번역할 때마다 역자 후기를 쓰는 일에 정성을 쏟아왔다. 이 책을 펴내면서 원래 발표할 때와는 달라진 저자의 사정 때문에 고치거나 덧붙인 부분도 있고, 역자 후기 대신 다른 글을 실은 경우도 있다. 번역 인생 10년을 정리하며 출간했던 역자 후기 모음집,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60>(1997, 한길사)에 실렸던 글들도 얼마간 재수록했다. 『번역가의 서재』를 20년 번역 작업의 서지(書誌)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99편의 글들은 해당 책을 이해하기 위한 충실한 안내서로도 손색이 없다. 원제목, 수상이력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문체의 특성, 타 작품과의 연관성까지 파고들어간다. 원서를 처음 대했을 때의 인상이나 책이 번역되기까지의 여러 곡절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한 소개, 책이 출간될 당시의 역사적 배경, 학술적.문학적 의미망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무게와 매력에 압도당한 책 앞에서는 독자의 위치로 돌아와 함께 감탄하고, 역사적 현실에 부대꼈던 재일동포들의 책을 다루며 저자의 고통스러운 시선에 공감하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여타 언론과 서평지의 평을 소개해 보다 객관적 판단을 돕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더욱 풍성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장미밭에서 춤추는 번역가: 고통 속에 꽃피는 아름다운 결실 책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 책을 옮긴 번역가의 소회를 들어보는 것도 큰 수확이지만 이 책의 장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자 후기 한편 한편이 그 자체로 글읽기의 즐거움을 준다. 정보와 사실들 사이에 인간과 사랑, 사회와 역사에 대한 성찰이 문학적인 필치로 놓여 있다. 그가 옮긴 글들에는 번역투의 문장이 거의 없다. “번역은 기본적으로 글쓰기”라는 그의 번역관을 떠올릴 때 이는 당연한 일이다. 문장을 허겁지겁 따라가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문을 해체해 한국어로 다시 쌓는 과정이 그가 생각하는 번역이다. 한국어 능력이 뒷받침이 되었기에 그의 번역문들은 읽는 맛이 좋고 나아가 문자의 향기까지 풍길 수 있었다. 소설 창작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김석희는 번역가이자 소설가이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번역을 밥벌이로 삼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니 비슷한 시기에 소설과 번역을 양손에 쥐고 있었던 셈이다. 문학을 꿈꾸며 어렵사리 등단한 그에게 소설가라는 신분도 소중했고, 생활의 방편이자 애써 익힌 외국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번역 또한 중요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창작의 어려움 때문에 소설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용기와 명분을 준 것이 <로마인 이야기>와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이 책들을 번역하면서 한편으로는 글쓰기의 욕망과 창작의 갈증을 대리만족의 형태로나마 달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만한 작품을 써낼 수 없다면 아예 글쓰기를 작파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시시한 소설 쓰느라 끙끙대느니 좋은 책을 번역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게 훨씬 뜻있는 작업이자 수지맞는 사업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웬만한 두께의 책은 한 달 안에 번역을 끝낸다. 하루에 8시간을 자고, 8시간은 놀고, 8시간은 일하는 ‘8.8.8 원칙’을 고수하는 번역가. 살림집이자 작업 공간인 집을 ‘번역공장’이라고 부르는 그에게 번역은 “등산처럼 한 발짝 한 발짝 빠짐없이 옮겨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번역은 ‘장미밭에서 춤추기’라는 그의 오랜 명제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고통 속의 쾌락, 거기에 번역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역자 후기 모음집인 이 책은 그러므로, 지난한 고통 속에 꽃핀 아름다운 결실이다. 번역가의 서재에서 나누는 행복한 대화 ‘번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층위를 달리한 채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슐레겔의 저 유명한 말을 필두로, 번역 현장에서 필요한 지침들을 담은 실용서를 비롯해 번역의 역사를 살피거나 개념을 정의하려는 책들도 눈에 띈다. 근래에는 <번역비평>이라는 잡지까지 나왔다. 번역을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해석한 논의들도 있다. 번역을 통해 근대를 받아들인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이 한 사회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데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 책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긴 번역어들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한 개인의 세계관, 한 사회의 전체상을 들여다보는 프리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번역을 홀대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공 분야의 고전을 번역해도 연구업적으로 대접을 안 해주는 학계의 풍토는 연구자들을 점점 번역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한국어 능력은 경시한 채 외국어 실력만으로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양질의 번역서 출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번역가 김석희에게 더욱 기대를 모으게 되는 이유이다. 그는 『번역가의 서재』 머리말에서 “앞으로 10년만 더 작업한 뒤에 세 번째 ‘역자 후기 모음집’을 펴내면서 은퇴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자신을 아끼고 성원해준 출판사와 독자들도 그때까지 건승하기를 기원했다. 행복한 번역가일 수 있었던 까닭을 좋은 저자, 좋은 출판사, 좋은 독자들을 만난 행운 덕분이라고 말하는 김석희. 제주도로의 귀향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20년보다 더 행복한 나날이기를 빌어본다. 독자들은 때때로 그 행복한 번역가를 방문해 서재에 꽂힌 책들을 탐독하고 담소 나눌 수 있다면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