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단편 소설의 완성자’ 안톤 체호프가 전하는
‘자꾸 주저앉고 넘어지고 비틀거리는’ 우리 이야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하면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를 빼놓을 수 없다. 40대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까지 소설과 희곡 등 9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그는 기 드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와 더불어 ‘단편 소설의 거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거장’ 체호프도 처음에는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해 수많은 글을 기계적으로 창작했다. 그러다가 1888년 푸시킨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고, 러시아의 대표 작가로 급부상하게 된다.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33번째 작품인 『체호프 단편선』에는 톨스토이의 극찬을 받았던 「귀여운 여인」을 비롯해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잘 표현한 「어느 관리의 죽음」, 생계 수단으로 글을 쓰는 삼류 작가의 괴로움을 드러낸 「쉿!」, 수면 욕구로 말미암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고 싶다」 이외에도 「진창」, 「입맞춤」, 「불행」 등 총 7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짧지만 강렬한 이 소설들을 통해 체호프가 왜 단편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성과 지성을 더하다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한 권의 책을 선택해서 손에 쥐고 페이지를 넘기기까지는 여러 고민과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심 끝에 선택된 책은 오롯이 한 개인의 책이 된다. 도서출판 생각뿔은 그렇게 선택된 책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그 가치에 부응하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는 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세계 문학 작품을 엄선해 알차게 구성한 세계 문학 시리즈다. 책을 들고 읽을 때 편안할 수 있도록 손에 잘 잡히는 미니북으로 제작했고,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자칫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작품들이 지금 이곳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나친 번역 투 문장과 비문 등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번역에 공을 들였다. 그러면서도 원문의 뜻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인간을 위해 펜을 든 작가, 안톤 체호프
우리를 지배하는 ‘일상’을 글로 붙잡다!
체호프는 합리적이고도 객관적인 태도로 삶과 문학의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다.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가 장편 소설을 통해 거장의 면모를 드러냈다면, 체호프는 단편 소설 속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명료하게 담아냈다. 그가 생전에 남긴 단편 소설만 600여 편에 달한다. 『체호프 단편선』에는 체호프의 많은 단편 소설 가운데 그의 문학관과 사상이 잘 드러난 7편의 단편 소설을 엄선해 수록했다.
“행복은 없다. 우리는 다만 행복을 바랄 뿐이다.”
간결함이라는 칼날로 단숨에 도려낸 ‘삶의 양면’
「귀여운 여인」은 톨스토이가 네 번이나 읽었다는 소설이다. 올렌카는 쿠킨에게 동정심을 느껴 그와 결혼한다. 이후 남편이 죽고 푸스토발로프, 스미르닌에게 느꼈던 에로스적 사랑은 열 살짜리 소년 사샤를 만나면서 모성애로 바뀌게 된다. 「어느 관리의 죽음」은 예상하기 힘든 결말이 놀라움과 더불어 다소 허무함을 안겨 주는 작품이다. 하급 관리였던 체르뱌코프는 오페라를 보다가 재채기가 나와 앞에 앉은 상관의 대머리에 침이 튀게 한다. 소심한 성격의 체르뱌코프는 계속 이 일에 신경을 쓰면서 상관에게 사과한다. 결국 반복되는 그의 행동에 상관은 짜증을 낸다. 이 작품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
「쉿!」은 체호프가 실제로 그랬던 것처럼 생계 수단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작가의 현실적인 고뇌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자고 싶다」에는 어린 나이에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인간의 최소한의 기본 욕구도 보장받지 못하고 가혹하게 일에 시달리는 소녀가 등장한다. 단지 잠이 자고 싶었던 소녀는 결국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만다. 이외에도 인간 본연에 내재된 욕망과 속물적 근성을 잘 보여 주는 「진창」, 풋풋한 사랑에 대한 애잔한 심리 묘사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입맞춤」, 사랑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능, 그리고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부도덕성과 일탈의 심리를 잘 그려 낸 「불행」은 체호프 특유의 필치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항상 낮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체호프.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작품에 담아 현재 우리에게도 묘한 위안을 주는 그의 대표작을 한 권으로 만나 보자.
“작가는 자신의 주인공들이나 그들이 말하는 것에 대한 심판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부당한 목격자가 되어야 합니다.”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