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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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깬다!”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는 짜릿한 쾌감 속된 말로 표현해서 “깬다!” 기시다 슈의 이론과 글을 처음 접한 이들의 반응이다. 기시다 슈의 ‘유환론(唯幻論)’은 파격이었다. 파격이었으나 반박하기 힘든 논리를 갖추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머릿속에서 굳어져 있던 고정관념들이 허물어지는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이 책이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을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모든 것은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유환론’은 ‘기시다 심리학’으로 따로 분류될 정도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일본에서는 개정판으로 쇄를 거듭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여전히 그의 이론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황제가 단 한 번도 단절된 적 없이 이어졌다는 ‘혈통 망상’에 일본이 시달리고 있다거나, 일본의 근대는 정신분열병에 빠졌다거나, 인간의 성은 정상, 비정상을 불문해서 모두 본능이 아닌 환상으로 유지된다고 하는 거침없고 스스럼없는 주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을 키워준 양어머니로부터 비롯된 원한과 신경증의 개인 경험을 신랄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그는 철저한 자기 확신과 인간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바탕 삼고 풍부한 사례와 쉬운 글을 도구 삼아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본능이 파괴된 동물, 인간! 인간의 본능은 환상의 지배를 받는다 사자는 먹을 걸 앞에 두고 인내하고 단념하는 경우가 없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먹지 않는다는 것은 곧 생명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인간 이외의 동물이 가진 본능은 현실에 밀착되어 있다. 본능을 만족시키는 일은 개체와 종족을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현실에서 빗겨나 환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문제가 시작된다. 인간의 욕망은 개체 보존, 종족 보존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소유하고 갈망한다. 인간만이 “무익하게 남의 생명을 살상하는 유일한 동물”, “임신한 암컷과 수컷이 성교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거나 멈출 줄 모르는 욕망 때문에 인간은 동물에게는 없는 감정인 ‘회한’을 가지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의 개념을 만들었다는 기시다 슈의 주장을 만나다 보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자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온 존재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본능에 충실한 것을 동물적인 것이라며 폄하하는 인간의 말 속에 깃든 것이 ‘시기심’이라는 주장은 곱씹어볼 만큼 새롭다. 이보다 광범위할 수 없다, 게으름뱅이 학자의 다양하고 명쾌한 이론 저자는 “관련 문헌이나 자료를 조사하는 일은 죽고 싶을 정도로 귀찮다”고 책 속에서 고백한다. 어떤 학자가 책을 묶으며 이런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솔직함은 문제가 되기 십상이라 어떤 방식으로든 포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포장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실 저자는 자신을 ‘게으름뱅이’라고 말하지만 자기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일 뿐이다. 자신을 게으름뱅이라 칭하면서도 “어떤 문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어떤 문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이론은 이론이라고 말할 가치도 없다”라고 단언할 정도로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들며 폭넓은 학문적 사유를 하고 있다. 천황제와 성도착을, 혁명과 정신병을, 전쟁과 연애를, 종교와 화폐를, 다양하게 펼쳐지는 주제를 흐트러짐 없이 명쾌하게 다루는 그의 주장은 강한 흡입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이토록 매력적인 게으름이라니. “나는 늘 한가합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은 늘 “한가하다”는 기시다 슈. 그렇지만 “나의 한가한 시간이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니오”라고 분명히 선언하는 그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 게으름뱅이인가. 학생에게 맞기도 한다는 어이없는 그의 일화는 “대체 이 사람, 뭐야?” 싶기도 해서 간혹 궤변처럼 들리는 저자의 목소리와 주장을 더욱 의심하게 만든다. 정신분석과 심리학, 그리고 역사에 관한 그의 날카로운 통찰과 중독성 있는 논리 외에도 이 책에는 ‘기시다 슈’라는 학자를 인간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글들도 함께 실려 있다. 또한, 미시마 유키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 대표 작가들의 작품과 정신세계를 분석한 글은 일본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꼭 일독할 필요가 있다. 문학작품에 대한 그의 방대한 독서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바쁜 사람들은 소설을 읽을 시간이 없다!). 더불어 자신처럼 ‘게으른’ 독자들을 위해 친절한 안내도 한다. “만약 이 책을 전부 읽을 마음이 들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라면 ‘일본의 근대를 정신분석하다’, ‘국가론’, ‘성적 유환론’, ‘셀프 이미지의 구조’, ‘시간과 공간의 기원’만 읽어도 좋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1권에서 그의 중독성 있는 ‘게으름’을 맛본 독자들은 또 2권을 읽을 수밖에 없다. ‘죽음은 왜 두려운가’, ‘역할로서의 성 - 동성애에 관해’, ‘사디즘의 기원’ 등에 대해 저자는 역시나 우리가 가졌던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아주 격한 공감(혹은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장을 펼치니 충분히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