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학회 탁월한 학문 공헌상 수상!
미국정치학회 랠프번치상 공동 수상!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올랜도 패터슨의 기념비적 저작
노예제는 어떻게 인간을 사회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가?
전 세계의 노예제도를 비교한 역사사회학 분야의 걸작
이 책은 노예제 연구의 선구자이자 ‘사회적 죽음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역사사회학 분야의 거장 올랜도 패터슨(하버드대학교 존 카울즈 사회학 교수)이 전 세계 노예제의 역사와 영향을 종합적으로 탐구해 독보적인 통찰을 제시한 혁신적 명저다. 부족사회와 고대, 전근대 그리고 현대 세계를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폭의 경이로운 지식과 학문을 바탕으로 이 책은 그리스·로마, 중세 유럽, 중국, 이슬람 왕국들, 아프리카, 카리브해 섬들, 미국 남부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66개 사회의 역사에서 노예제의 내부 역학을 살핀다. 노예제의 본질에 대한 최초의 전면적인 비교 연구로서 인류 역사의 어두운 장을 심도 있게 풀어낸 이 책은 미국정치학회 랠프번치상(1983)과 미국사회학회 탁월한 학문 공헌상(1983)을 수상하였으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분석으로 노예제 연구의 지형을 바꾸었다고 평가받으면서 사회, 역사, 정치, 인류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수많은 후대 연구의 토대가 되었다. 특히 그의 ‘사회적 죽음’ 개념은 노예제 연구뿐만 아니라 문학·문화 연구나 페미니즘 철학에까지 이론적 기반으로 사용되며 탁월한 가치를 입증했다.
오늘날 경매에 부쳐져 최고의 낙찰가에 팔리는 프로 운동선수들과 노예제가 있었던 역사 속 노예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프로 운동선수들은 사람이 자본을 투자해 다른 재산처럼 사고팔 수 있고 감가상각이 발생하는 사유재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을 노예라고 부르는 것이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예와 노예가 아닌 사람의 진정한 차이는 무엇인가? 이 책은 그 차이를 두 가지로 정리한다. 하나는 노예에 대한 노예주(主)의 절대적인 권력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예의 모든 순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임박한 파멸의 감각, 즉 그의 태생적 유대에서의 소외, 다시 말해 노예의 사회적 죽음이다.
노예제 연구의 지형을 바꾼 선구적인 저작
노예제의 구조적 특성을 최초로 규명한 역사사회학의 명저
노예제의 핵심에 ‘재산으로서의 노예’를 배치하는 기존의 물질 중심 시각을 탈피하여 이 책이 주요하게 살피는 것은 그 시스템에 얽혀 있는 사회학적, 상징적, 이데올로기적 요소들이다. 이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노예는 종종 주인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었고, 순전히 이익을 위해서 소유된 것은 아니었다. 주인들은 노예를 소유함으로써 사회로부터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정을 받았고, 특권을 부여받았다. 자유민들은 누구나 주인 계급의 집단적 명예를 공유하였고, 가장 가난한 자유민조차 자신이 노예가 아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존엄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주인의 갖은 노력에 직면한 노예는 인간의 존엄을 주인보다 더 잘 알고 훨씬 열정적으로 갈망하게 되었다.
노예이면서 동시에 정치와 행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제정 로마 초기의 파밀리아 카이사리스(familia Caesaris, 로마 황제의 노예), 이슬람 국가들과 제국들의 엘리트 노예, 비잔티움과 중국 제국의 궁중 환관들이다. 이러한 노예들은 모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무리 강력했을지라도 주인과의 관계에서는 무력하고 주인의 권력에 완전히 의존해야 했다. 이들은 어쩌다 주인으로부터 크게 예우를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누구도 그 자체로 명예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엘리트 노예들이 한 일의 내용이 아니라 그들의 구조적 역할만 봤을 때 우리는 그것이 가장 비참한 농장 노예의 역할과 동일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노예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언제나 구조적으로 주변적이었고, 역설적으로 그의 주변성은 사회에 진정으로 소속된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그를 쓸 수 있게 했다.
한국의 노비제에서 되짚어 보는 사회적 소멸의 메커니즘
특히 우리에게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전 세계적 노예제의 맥락과 구조에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노비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규모 노비제가 19세기까지 1000년 이상 번성했으며, 수세기 동안 한국의 노비 인구 비율은 19세기에 노예제 의존도가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 남부의 노예 인구 비율보다도 높았다고 이 책은 언급한다.
모든 민족과 모든 시대를 통틀어 노예에 경제를 의존한 가장 특별한 사례 중 하나였던 한국에서 노비제는 도덕적 함의를 가졌다. 즉 한국에서 노비는 하늘이 은혜를 거둬들인 자들로, 본질적으로 부도덕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이 책은 노예 소유 사회들에서 노예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내몰아 사회적 죽음을 실현하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한다. 부도덕했기 때문에 사회의 적이 된 경우가 있었던 반면, 적(외부자)이기 때문에 부도덕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다른 나라에 공물을 바치기에는 너무 약했던 많은 속국은 자신의 할당을 채울 만큼 노예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자국의 자유민을 보내기도 했다. 13세기 고려가 몽골의 피보호국이 되었을 때 공물로 보낸 노비는 대부분 원래 자유민이었다. 이러한 강제 편입 방식에서 노예는 외부자이기 때문에 소속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반면 축출 방식에서 노예는 내부에 소속이 없고 더이상 소속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자가 되었다. 전자에서 노예는 외부로 추방된 자이자 침입자인 반면에 후자에서는 내부로 추방된 자이며 공동체의 권리를 모두 박탈당한 사람이었다.
사회사적 발견 너머의 자유의 문제
노예제 연구의 고전, 현대사회를 꿰뚫는 통찰
미국에서 가장 논리정연한 자유의 옹호자 토머스 제퍼슨과 미국 혁명과 역사의 가장 위대한 영웅인 조지 워싱턴이 모두 회개하지 않은 대규모 노예 소유자였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노예제가 자유와는 무관하고,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노예를 소유해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를 발명한 선진문명은 노예제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 책은 노예제와 자유의 신장이 함께 일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사회사적으로 불가피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자유는 노예제와 함께 세상에 등장했다. 노예제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은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전근대에 노예를 소유하지 않았던 사회에서 사람들은 구속의 제거를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노예들은 자유를 언급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에 놓인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가치를 재빨리 알아차린 노예 소유자들은 그들을 착취한 최초의 기생적 억압자 계층이었다. 그에 맞서 투쟁하여 자유를 쟁취하고, 유일하게 그 의미에 맞게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한 최초의 사람들은 해방된 노예들이었지만, 노예제가 없었다면 해방민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이 책은 우리에게 혼란스러운 수수께끼를 던진다. 우리는 노예제를 그것이 가져온 자유 때문에 존중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는 자유에 대한 이러한 개념화와 우리가 자유에 부여한 가치에 도전해야 하는가?
역사 및 사회학뿐 아니라 사회심리, 인권과 윤리, 정치와 경제 등의 폭넓은 주제를 가로지르며 신선한 통찰을 제공하는 이 책은 노예제가 공식적으로(법적으로) 사라진 오늘날 우리에게 노예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함께 우리가 새로운 형태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예제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