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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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명암을 주파하는 반동의 시선 사진의 토대를 세우는 저항과 용서의 기록들 사진가 황예지의 새 산문집 『아릿한 포옹』 출간 사진을 통해 관계에 서 있는 ‘동시 존재’를 호명하며 자신의 근원과 타자에게 건네는 위로를 발명해온 사진작가 황예지의 새 산문집 『아릿한 포옹』이 출간되었다. 세상과 나 사이의 크고 작은 이격을 저항, 투쟁, 화해, 용서라는 이름에 기대어 기록한 29편의 산문은 책 제목처럼 아릿한 포옹에 참전하는 현장이자, 다음날을 위해 벼랑을 딛고 서는 몸짓이기도 하다. 첫 산문집에서 가족과 주변인의 관계를 집요하게 탐구하며 사랑과 증오가 버티고 서 있는 자신의 근원적 존재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산문집에서는 카메라에 대한 사유와 사진 속에서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창작의 토대를 조감한다. 한 세계가 구성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이 이야기들은, 단지 지나온 궤적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날을 살게 하는 힘으로 다가오게 된다. 사진이 사회적 관계망에서 가질 수 있는 힘을, 윤리적 태도를, 개인의 서사 안으로 개입하여 결속시키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진솔히 이야기한다. 불화로부터 끌어안음까지 황예지 식 동시 존재 넘나들기 황예지의 산문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단순히 나와 경험을 공유하는 자들이 아니라 작가의 말처럼 “저주하는 마음과 환대하는 마음”이 동시에 깃드는 양면적인 관계망이다. 근원적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쥐여주고 삶에 대한 어떤 여지를 만들어가게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사진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 연인, 엄마와 할아버지, 상담 선생님, 작품으로 우정을 나눈 작가 등을 통해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생각들을 재구성한다. 그동안 황예지가 작업해온 사진과 산문 속에는 이와 같은 ‘동시 존재’를 호출하는 황예지 식 넘나들기가 선행된다. 이는 저항과 투쟁을 마다하지 않음과 동시에 화해와 용서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삶의 모순적인 진실에 가닿는 발 구름이 된다. 이 넘나들기의 여정에서 카메라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평행 감각이 된다. 양면적인 삶의 국면을 더 첨예하고 예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으로 작가와 함께 동반한다. 사진에 담긴 피사체를 넘어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존재의 빛과 어둠을 함께 이야기하며, 그 의미를 자신의 자리로 가져와 침잠하여 표류하고 있던 생각에게 길을 내어주기도 한다. 무형의 운동장에서 홍콩 몽콕역까지 시간을 흐르게 두는 사진의 생장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몸살을 앓던 2019년 황예지는 동료들과 함께 홍콩으로 떠난다. 투쟁의 현장을 몸소 지나며 느꼈던 이야기는 그때 그날의 기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옮겨와 계속 흐르게 된다. 이렇듯 황예지는 사진이 한 시간을 포착하여 가두는 형태가 아니라, 그것을 들여다보고 간직하는 동안에 계속 흐르는 시간으로 둔다. “사진을 하나하나 찍으며 함께 시간을 건너고 있었기에 믿어주었던”(「낸 골딘처럼」) 보통날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흐르는 시간과 함께 작가는 다가올 시간 앞에 서게 된다. 이폴리트 바야르, 프란체스카 우드먼, 낸 골딘, 노순택, 홍진훤 등 작가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기대어 있는 또 다른 세계는 사진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이런 싸움, 저런 싸움에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 누가 나 대신 싸워주고 있었을 뿐이었다”(「홍콩에서 쓴 편지」)라고 고백하는 황예지는, “카메라를 들고 투쟁의 자리에 서면 내가 누락한 장면들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리란 터무니 없는 기대가 있었”지만 자신의 서사와 겹쳐 보이는 순간을 마주하며 다시 새롭게 상실을 깨닫고, 복원과 회복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둔 미완의 이야기다. 상처와 회복이 서로를 끌어안는 이 포옹의 현장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반동의 시선을 세상에 겨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