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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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오늘이 시작되는 곳, 이곳은 치매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7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환자가 그렇게나 많다는데 우리가 길에서 우연히 치매 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 많은 치매 환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조금 멀리 떨어져줄 것, 병원 치료를 그만둬줄 것, 그리고 조용히 죽어줄 것을 강요받는다. 노인들이 요양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한 번 들어가면 죽어야만 나올 수 있는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요양원에는 또 다른 사람들도 있다. 국내 치매 환자 수의 절반가량 되는 34만 명의 요양보호사들이다. 이들은 때로는 치매 노인들에게 이유도 없이 얻어맞기도 하고, 때로는 보호자들에게 자기 부모를 학대하는 사람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돌봐야 하므로 육체노동 강도도 매우 높고, 그런 만큼 업무 중 재해를 입거나 몸이 혹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당연히, 최저임금이다. 극심한 육체노동인 동시에 극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이들이 바로 요양보호사다. 돌봄을 받는 이들도,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어느 쪽에도 희망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째 이곳에서 치매 노인들을 돌보며 희망을 써 내려가는 요양보호사가 있다. 저자 고재욱 작가는 치매 노인들의 암울해 보이는 현실에서 찾아낸 삶의 의미를 담담히 풀어낸다. 한때는 삶의 전부였을 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 일 년째 연락 두절인 아들만을 기다리며 출입문 앞에서 온종일을 보내는 할아버지, 거동도 말도 못하는 어머니 앞에서 왜 빨리 죽지 않느냐고 울부짖는 보호자…,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온통 아프기만 한데, 어쩐지 책을 읽으며 실컷 울고 나면 간절한 마음으로 행복을 꿈꾸게 되는 이상한 책이다. 겨울이면 꽃이 지고, 봄이 오면 다시 꽃이 피듯 그렇게 당신도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매일 조금씩 늙어간다. 우리는 병듦을 피할 수 없다. 겨울이 오면 꽃이 지고, 떨어진 낙엽마저 흙이 되어 사라지듯이. 누구도 이 위대한 자연의 섭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겨울과 함께 모두 떠난 줄 알았던 그 자리에도, 봄이 오면 다시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난다. 이 책은 추운 겨울과 같은 절망 속에서도 다가올 봄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어느 한 사람 건강하지 못하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마음이 흉터투성이다. 자식에게 더 이상 부담 주기 싫어 걷지 못하는 척하며 요양원에 실려 온 95세 노인, 여든이 넘은 나이에 다시 여덟 살 아이가 되어 오래전 이미 돌아가신 엄마를 찾아 요양원 복도를 헤매는 할머니. 저자는 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지만, 도리어 이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았던 경험들을 풀어놓는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고통보다는 남겨질 사람들을 걱정하는 노인의 모습은 우리가 낭비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의 50가지 에피소드들은 모두 하나같이 극적인 감동을 주는데, 정말 이것이 저자 한 사람의 7년간의 경험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 곳곳의 수많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저자의 말처럼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의미 없는 인생은 없으며, 죽음 앞에서 하찮은 삶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은 반드시 온다,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은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인생은 모두가 알다시피 공평하기 어려우며, 심지어 태어나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을 겪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자는 치매 노인들과 꽤 많은 시간을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을 꺼려 하거나 외면하는 태도는 결코 인생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도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깨달음은 저자의 살아온 이력에서도 엿보인다. 사업 실패로 한순간 노숙자로 전락해 영등포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했던 저자는, 거리에서 얼어 죽거나 병들어 죽어간 많은 노숙인들을 목격했다. 삶의 의지를 잃고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은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저자는 삶과 죽음이란 거울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금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요양원과 마찬가지로 노숙인 시설에서도 죽음은 자주 목격되었다. 요양원에서의 죽음이 존중받는 죽음이라면 노숙인들의 죽음은 보호받지 못한 죽음이 많았는데, 삶이 끝난다는 점에서는 두 죽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뻔한 얘기 같지만, 사실이니까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노숙인들을 보면서 마포대교 위에서의 나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을 통해 삶으로부터 도망쳤다가 다시 삶으로 돌아왔다.” (265쪽) 조금 둘러 오긴 했지만, 그 이후 저자가 삶의 의지를 다지며 선택한 직업이 요양보호사다. 한때는 그 역시 수차례 죽음을 시도했고, 이후로는 죽음과 가장 가까이 놓인 삶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지난 삶을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삶에 더욱 충실해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그래서 큰 울림을 준다. 그리고 저자는 치매 노인들은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고 또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오직 오늘의 즐거움과 행복에 집중하며 하루를 보낸다고 말한다. 삶에서, 요양원에서, 노숙인들과 치매 노인들로부터 배운 중요한 지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을까.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그리고 먼 훗날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 당연한 대답이 쑥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미처 행복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너무 바쁘게 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말도 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토록 자신을 내던지며 사는 존재가 지구상에 인간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싶다. 당장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미래를 위해 참고,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때로는 모욕과 스트레스도 참아가며 돈을 번다. 하도 일을 많이 해서 몸이 고목처럼 구부러진 노부모를 보며 안타까워하지만, 본인들 역시 자식을 위해 그렇게 살고 있음은 자주 잊는다. “엄마들은 늘 괜찮다고 말한다”, 이 책의 한 꼭지 제목처럼 말이다. 저자는 치매 노인들의 입을 빌려 당부한다. 부디 지금의 행복을 참지 말기를. 사랑의 감정을 내일로 미루지 않기를. 희망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치매 노인과 요양원의 이야기를 통해, 요양원 바깥 세상의 우리들에게 도리어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우리는 언제나 내일을 떠올리며 산다. 바쁜 오늘 때문에 당장은 급해 보이지 않는 일, 사랑이나 행복 같은 일들은 내일로 잠시 미뤄둔다. 하지만 내일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모든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사랑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온통 나와 당신을 사랑하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 (3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