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지리와 문명에 대한 상상력을 매개로 중화세계관이 그린 장구한 궤적을 탐색
『조선과 중화―조선이 꿈꾸고 상상한 세계와 문명』은 여말선초부터 한말에 이르는 긴 시간대 위에서 조선 지식인들이 추구한 세계관을 당대의 다양한 역사적 변수와 맥락 속에서 탐색한다. 지리와 문명에 대한 당대인들의 상상력을 매개로 그 세계관이 지닌 지성사적 의미를 궁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세계관은 다름 아닌 ‘중화’中華이다. 조선왕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흔히들 ‘성리학의 나라’라는 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중화의 나라’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자주’와 ‘사대’의 이분법을 넘어, 조선의 지성사와 세계관를 맥락적으로 독해
20세기 한국 역사학에서 ‘중화’라는 주제는 역사적 실체로서 온전히 다루어지기보다는, ‘자주’自主와 ‘사대’事大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실천적으로’ 이용되어왔다. 식민사관은 중화에 사대의 이미지를 덧칠했다. 민족주의 사학자들은 식민사관의 논리를 비판하고 중화에서 자주의 의미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민족과 국가, 그것으로부터 연상되는 공동체의 주체성과 근대지향성 대신, 먼저 이 땅에 살았던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자 했다. 현재와 직결될 것 같은 중화, 21세기적인 현실의 원인이 될 것 같은 중화를 묻는 대신 그 시대의 중화에 대해 질문했다. “중화를 본질주의적인 방식으로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글 전체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중화세계관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그것이 그려낸 궤적”(6쪽)을 드러내려고 한 것이다.
최남선, 신채호가 괄호친 역사를 복원―“역사학을 역사학답게, 인문학답게”
조선 실학의 성취로 평가되는 이중환의 『택리지』는 한반도의 모양을 중원대륙에 읍하는 노인의 형상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최남선이 조선광문회에서 『택리지』를 출판할 때 이에 대한 언급을 삭제, 왜곡한 일이 있다. 이중환이 한반도의 모양을 통해 중국에 사대해온 역사를 읽고 오랑캐와 달리 중원대륙을 침략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부심을 읽고자 한 데 비해, 최남선은 이를 왜곡하여 남들 다 넘보았던 중원대륙에 욕심 한번 내보지 못한 무능력한 조선왕조를 비판하는 이중환으로 탈바꿈시켰다. 저자는 이것이 최남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며, “조선적인 것들에 대해 우리가 기대한 것들”은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595쪽)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20세기 민족주의 사학의 지평을 연 신채호는 중화주의를 모화주의라는 ‘노예사상’으로 보고, ‘낭가적 독립사상’을 상찬하고 고취했다. 신채호가 조선 후기의 이종휘를 높이 평가한 것은 이종휘가 단군과 고대의 자국사를 자주적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종휘는 중화주의의 보편성이라는 범위 안에서 단군을 논의하고, ‘중원대륙의 지리적 쌍생아’로서의 조선의 지리적 위상을 자리매김했다. 그가 고토로서의 요동을 회복해야 한다는, 이른바 고토 회복론을 제기한 것도 오랑캐의 침략 위기로부터 중화문화의 계승자인 조선을 지키고 이로써 중화를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신채호는 중화주의자로서의 이종휘의 진면목을 삭제한 것이다. 이후 한국사 연구는 신채호의 민족주의 사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저자는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지성사로서 중화세계관을 핵심적인 주제로 보고, 다양한 역사적 변수와 맥락 속에서 그것이 그린 궤적을 따라가보기를 제시한다. “그 시간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성취를 긴 호흡으로, 다중의 변수를 고려하면서 맥락적으로 독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역사학을 역사학답게, 인문학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5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