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2024년 8월 5일 타계 5주기를 맞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강렬한 데뷔작
참혹한 현실 속, 파란 눈을 갈망한 흑인 소녀의 비극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의 데뷔작.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로레인을 배경으로, 파란 눈을 가지면 끔찍한 현실이 뒤바뀔 것이라고 믿은 흑인 소녀의 비극을 다룬 소설이다. 차별과 빈곤, 폭력이 대물림되는 흑인 사회의 슬픈 연대기가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어 더욱 강렬하게 그려진다. “너무나 정확하고 너무나 충실하며 고통과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기에 시가 된 소설”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을 정소영 번역가가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선보인다. 또 작가가 1993년에 쓴 서문이 새롭게 추가되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 1993년 노벨문학상 ★ 1996년 전미도서상 평생공로상 ★ 2010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 ★ 2012년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
미국문학의 지평을 넓힌 작가 토니 모리슨의 데뷔작
흑인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전미도서상 평생공로상, 국가 인문학 훈장, 대통령 자유 훈장 등 미국에서 작가에게 주어지는 거의 모든 영예를 얻은 토니 모리슨. 그가 세상에 내놓은 첫 소설이 『가장 파란 눈』이다. 흑인, 그것도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당시로서 상당히 드문 편이었다. 인종 · 성별 · 연령으로 인해 삼중의 차별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것이다.
『가장 파란 눈』의 출간 연도는 1970년이지만 모리슨이 이 소설의 토대가 되는 짧은 이야기를 쓴 것은 1962년의 일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직접 이야기를 써보라는 권유를 받은 그는 어릴 적 친구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파란 눈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썼다. 이 소설이 집필된 1960년대는 격변의 시대였다. 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활발히 활동했던 때였고,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해가 1963년, 암살당한 해가 1968년이었다. 흑인들의 대중 운동도 기세를 얻었다. 흑인 문학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노예제의 참상과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저항문학이 지배적이었으며 흑인과 백인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백인은 억압하고 흑인은 억압받는다는 단순한 구도만으로는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어졌고, 점차 작가들은 흑인과 흑인의 관계, 인종차별이 흑인 사회 내부에서 발현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토니 모리슨이 있었다.
차별과 빈곤, 폭력이 대물림되는 흑인 사회의 슬픈 연대기
194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 호기심 많고 활달한 아홉 살 소녀 클로디아 맥티어는 부모님 그리고 언니 프리다와 함께 살고 있다. 맥티어 가족은 페콜라라는 이웃 소녀를 맡게 되는데, 폭력적인 페콜라의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갈 곳 없이 나앉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비슷한 페콜라와 프리다는 아역배우 셜리 템플에 열광하지만 클로디아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온 세상이 여자아이라면 다들 파란 눈과 노란 머리와 분홍 피부의 인형을 소중히 여긴다는 데 합의한 듯”해도, 오히려 클로디아는 선물로 받은 그 인형을 해체했다가 심한 꾸지람을 듣는다.
페콜라의 아버지 촐리는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친모에게 버림받았고, 친부도 누구인지 모른 채 자랐다. 게다가 성행위를 하던 중 백인들에게 모욕당한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아내 폴린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잠시 안정된 생활을 하는가 싶었지만 비참한 현실은 가족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간다. 한편 백인에게 고용되어 가정부로 일하는 폴린은 집과 정원을 깔끔하게 꾸미는 일에 집착하며, 자기 자식보다도 고용주의 아이를 더 다정하게 대한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페콜라는 자신이 아름다워지면, 파란 눈을 가지면 현실이 뒤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근방에서 주술사 같은 존재로 통하는 소프헤드 처치를 찾아가 파란 눈을 갖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소원이 이뤄졌다고 믿은 페콜라는 결국 정신이 이상해지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은 존재가 되고 만다.
이토록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순진한 어린아이의 말을 듣는 것 같고, 때로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누군가의 넋두리를 듣는 것 같은 솔직하고 친근감 있는 문장은 비극적 서사를 고조시키며 독자의 눈과 마음을 붙든다.
토니 모리슨이 남긴 메시지, 그리고 희망
토니 모리슨은 데뷔작 『가장 파란 눈』부터 『솔로몬의 노래』 『빌러비드』 등 일관되게 흑인의 기억과 경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흑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서문에서 “페콜라의 삶이 비록 남다르지만 그 취약성의 몇몇 면모는 모든 여자아이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고 밝힌다. 광고와 TV, 영화를 포함한 대중매체가 이상적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공하는 사회에서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혐오가 싹트는 경험. 주택을 소유하고 부부와 딸, 아들로 이뤄진 이상적인 중산층 핵가족 신화를 좇다가 실패해 좌절하는 경험. 이러한 경험들은 1940년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모리슨의 작품이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리슨의 작품이 사랑받는 또다른 이유는 ‘희망’일 것이다. 그는 동이 트기 전 글쓰기를 시작하는 습관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사실 절실한 필요에 의해 생긴 습관으로,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이자 출판사 편집자였던 그는 육아와 업무, 글쓰기를 병행해야 했다.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글 쓰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한 그는 밤보다 아침을 택했다. 아직 어둑할 때 일어나 동이 터오는 동안 쓴 글들은 어두운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항상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던 토니 모리슨 그 자체였다.
2019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평소 친분이 있었던 오프라 윈프리와 프랜 리보위츠 등 각계 인사들이 추모식에 참석했다. 또 전 세계의 수많은 작가가 애도를 표하는 가운데 특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록산 게이 등 젊은 흑인 여성 작가들은 토니 모리슨의 업적과 그 영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그를 “국보급 작가”로 칭하며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마신 것은 신의 은총”이라고 했다. 비록 토니 모리슨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 그가 시대와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여전히 지금 여기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