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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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서린 음기가 뭉쳐 태어난 존재 ‘귀매’를 필두로 한국의 귀신과 도깨비, 정령들이 페이지마다 도사린 섬뜩하고 신비로운 K-오컬트 호러 소설 출간! 22년 전 출간된 한국형 오컬트 장편소설 『귀매』가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로 개정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오컬트 장르는 ‘악마’라는 존재가 종교적‧문화적으로 폭넓게 자리잡은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만의 문화와 민족성을 오컬트에 접목시켜 흥행에 성공한 [곡성](2016), [사바하](2019), [파묘](2024) 등의 작품을 거치며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잠재되어 있던 영적 본능이 깨어난 듯하다. 한국의 전통 신앙인 무속을 대대적으로 소설화한 장편 『귀매』는 ‘K-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바로 지금 독자들의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켜줄 단 한 권의 소설이다. 『귀매』는 무속이 지금처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는커녕 오히려 터부시되었던 2002년, 한국 고유의 종교로서 무속을 재정의하기 위해 발표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미신이라 탄압되며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고 만 무속이 일본의 경우처럼 보전되었다면 얼마만큼의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을지 『귀매』는 보여준다. 울창한 자연 한가운데서 문득 느껴지는 오싹함과 경외감이 뭉쳐 태어난 영적 존재인 ‘귀매’부터, 깊은 원념에 이끌려 인간을 해하려는 물귀신과 서낭신, 치명적인 힘을 지녔지만 어딘지 어리숙해 친근하게 여겨지는 도깨비, 인간을 수호하려는 인자한 성정의 당할머니신 등, 우리나라 고유의 다양한 귀신들이 지닌 신비롭고 매력적인 특성을 탄탄히 응집된 서사 구조 위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묘사와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작가 유은지의 이력 또한 흥미롭다. 깊이 있는 독해를 돕기 위해 작품 내외의 정보를 풍부하게 수록한 ‘코멘터리 북’ 속 인터뷰에 따르면, 유은지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귀매』를 대학교 1학년 학부생이던 스무 살에 썼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한국의 도깨비 신앙에 관한 자료를 재미삼아 읽고는 단숨에 이 작품을 집필하여 1년 만에 단행본 출간까지 해냈다. 짜릿한 함정을 내포한 꽉 짜인 기승전결, 뚜렷한 특색을 뽐내는 캐릭터, 굵직한 줄거리와 부수적인 에피소드를 오가는 리듬, 제때 공포감을 고조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탁월한 감각까지, 독자를 사로잡는 데 필요한 재능을 이 작가는 천부적으로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작가가 소설쓰기를 공부한 적 없는 이공계생이었다는 사실이다. 『귀매』를 쓰며 민속학에 매료된 작가는 전공 분야를 바꾸어 민속학 연구자가 되었고, 그후 20여 년간 작가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은 이번에 재출간된 『귀매』 개정판에 십분 녹아들었다. 한국의 무속을 제대로 다루면서 한여름의 엔터테인먼트로도 손색없는 진정한 K-오컬트 호러가 일찍이 존재해왔음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귀매』 개정판 출간은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본능적으로 공유하는 문화와 정서를 건드리며 강한 몰입감을 안겨주는 이 소설은 오직 한국만이 선사할 수 있는 공포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떤 매력을 지니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흰옷을 입은 무녀가 왼손에는 손가락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기둥을 가리키며 들어가라 하니 즐겁기 그지없도다.” 한국의 민간신앙을 연구하는 대학생들이 부산의 한 마을을 조사하다 위험에 빠진다 비밀스러운 제의가 이어져온 그 마을 곳곳에는 거대한 원한이 불러모은 요귀들이 포진해 있는데……! 오컬트 유행에 발맞춰 후속적으로 파생된 소설이 아니라, 일찍이 진정한 K-오컬트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완성되어 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귀매』는 한국의 오컬트 소설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다. 세계관과 설정, 시공간적 배경이 폭넓으며 주제의식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덕분에 특정한 시대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독자층이 즐길 수 있는 대형 다크 판타지가 펼쳐진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일제 치하 부산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참극과 그로 인한 거대한 원한을 현대의 영능력자 대학생들이 해소해나간다는 줄거리를 통해, 『귀매』는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짚는 한편 개발지상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의해 소실되어가는 전통문화에 대한 안타까움, 때로는 귀신보다 인간의 탐욕이 더 무섭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꼬집는다. 소설은 곧 사라질 마을 제의를 연구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대학생들의 활기찬 에너지로 시작된다. 열렬한 개신교 신자이자 교회 집사이면서 전국의 굿판을 쫓아다니며 연구하는 독특한 캐릭터 ‘김재관 교수’의 주도하에 결성된 민속조사단은 대학원생 ‘혜린’과 ‘형섭’, 학부생 ‘성진’과 ‘유정’으로 이루어졌다. 혜린은 부산에 정착한 옛 친구 ‘민경’을 만나러 갔다가 괴이한 이야기를 듣는다. 혜린 일행이 앞으로 조사할 마을에서 자살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그 죽음이 하나같이 끔찍하다는 것, 그리고 얼마 전부터 이 마을에 살기 시작한 민경 또한 자꾸만 자살하게 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민경은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혜린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혜린은 민경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혜린에게도 마을을 뒤덮은 강한 요기妖氣가 느껴지고, 급기야 혜린은 민경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그 요기에 이끌려 성진을 차로 칠 뻔하기에 이른다. 차가운 기운이 핸들을 잡은 손에서 어깨까지 스쳐지나갔다. 혜린은 급히 핸들을 꺾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 이상한 느낌 때문에 차를 멈추지 않았다면 자동차는 그대로 성진을 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이건 분명히 귀매야. 이렇게 강한 귀매는 처음 봐.’ 혜린은 놀라서 멈춰 선 성진을 보며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26쪽) 민속조사에 호의적이던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조사단을 경계하며 취재를 거부하는 등, 이상한 일들이 계속되지만 조사는 예정대로 강행된다. 혜린과 성진은 마을 사람들 몰래 ‘도깨비 고사’를 취재하기 위해 한밤중에 산속으로 향한다. 도깨비 고사는 산에 사는 도깨비에게 바닷가로 내려와 부정한 기운을 쓸어내려서 마을에 풍요를 가져와달라고 비는 의식이다. 바닷가로 내려가려다 실패한 도깨비를 산길에서 맞닥뜨린 혜린은 마을에 몰려든 요물들이 도깨비의 정화 의식을 방해해 세력을 불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있던 성진 또한 도깨비 같은 존재들을 볼 수 있는 영안靈眼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깨비는 혜린과 성진에게 마을에 포진한 요귀들을 물리쳐줄 것을 호탕하게 부탁한 뒤 사라져버리고, 도깨비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해코지를 당하게 되기에 혜린과 성진은 힘을 합쳐 귀신들을 쫓아내기로 마음먹는다. 조사가 계속되면서, 조사단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던 형섭과 유정까지 영안이 없음에도 오싹한 초자연현상을 여러 차례 겪고, 조사단의 분위기는 한결 가라앉는다. 혜린 또한 마을에서 만나는 귀신을 물리칠 때마다 평소보다 강한 사념으로 뭉쳐 강력해진 요물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친구 민경이 정말로 귀매에 홀려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민경의 죽음을 추적하던 혜린은 강한 영력을 지닌 존재의 원한이 마을의 귀매들을 조종해 비극적인 죽음을 일으키고 있음을 감지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지…… 산 자의 두려움을 먹고 살아. 까르르 웃는 소리가 다시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차가운 바람이 훅 끼쳐와 성진과 혜린의 몸을 휘감았다. “그게 뭔데?” 성진이 혜린의 귀에 대고 물었다. 혜린은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리며 나직이 답했다. “귀매를 말하는 거야.” 혜린이 다시 고개를 바로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넌 왜 여기서 사람들을 죽이는 거지?” 나지막한 휘파람 소리가 웃음소리같이 귓가에 스쳐지나갔다. (…) —통제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