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33개의 철학적 논제들!”
우리 인간에게는 과연 다른 생물들―소, 양, 돼지―을 죽이고, 먹을 권리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배고픔과 생존을 위해 다른 생물들을 잡아먹는다면, 사람을 먹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일까? 코앞에 닥친 아사를 피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먹는 것은 어떤가? 식용으로 인간을 사육하는 것은 또 어떨까? 이와 같은 질문의 기저에는 인간 본연의 이기적이고 독단적이며 자기본위의 고정관념에 대한 역설과 도발이 숨어 있다.
전 영국에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 철학 바람을 일으킨 피터 케이브의 저서,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에는 이처럼 황당한 역설, 논리적 탈출구, 전통적인 재치 문답이 가득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삶의 가장 중요한 방정식들을 명쾌하고 재기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정리해낸다. 이 책에 담긴 퍼즐?역설?난제들은 인간의 삶 전체를 다루고 있으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신의 존재를 과연 입증할 수 있는가?”, “여성과 남성의 평등은 과연 추구할 가치가 있는가?”, “우리는 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을 구해야 하는가?” 등 정치와 사랑에서부터 윤리와 예술에 이르는 다양한 메뉴를 늘어놓는다. 이처럼 해학과 유머로 무장한 삶을 관통하는 33개의 논제를 우리에게 던짐으로써 일상 속에 자리한 철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한다.
“유쾌한 공상과 기발한 역설로 오늘을 도발하라!”
저자는 역설로 가득한 질문을 통해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일상을 도발하는 한편, 인간의 해악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방패’로 삼는 행위는 과연 용인될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게 한다면, 또 그와 같은 행위를 의도적으로 행한다면 과연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
우리는 왜 국가와 법에 복종해야 하는가? 정부는 어떤 권의에 의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일까? 왜 법을 지키는 것을 우리는 올바른 행동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베짱이처럼 사는 것은 과연 나쁜 것일까? 노동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삶을 어째서 우리는 손가락질 하는 것일까? 그런 삶을 비난하는 것 자체가 흑백의 답에 빠진 것은 아닐까?
어째서 연인들은 세상 사람들이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을 서로에게서 발견하는 것일까?
기적을 믿는 것은 합리적인 일인가, 불합리한 일인가?
그 밖에도 우리가 경험이라고 하는 것은 과연 뇌의 경험인지 육체의 경험인지, 흉악범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지 등 우리의 고정관념을 도발하는 질문들이 이 책 속에 가득하다. 그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고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상식과 일상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발견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각각의 논제들은 ‘인생’, ‘가치관’, ‘신’, ‘존재’, ‘윤리’, ‘욕망’, ‘자아’ 등의 상위 키워드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책은 띄엄띄엄 읽어도 되고, 또한 똑바로 읽어나가면서 여러 주제들을 건너뛰면서 읽을 수도 있다. 똑바로 읽지 않고 각 장의 끝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가면, 한동안 일정한 주제에 머문 후에 다른 주제로 넘어갈 것이다. 직소퍼즐처럼 짜여진 33개의 철학 퍼즐을 잘 짜맞추다보면 하나의 퍼즐이 다른 퍼즐로 이어지는 철학의 묘미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넘나드는 철학의 논제들을 통해 분석과 성찰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철학이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철학이라는 학문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피터 케이브는 우리의 읽기 능력과 대화 능력만으로도 이미 철학적 사고의 재료를 소유한 것이라고 말한다. 수학적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박식한 역사적 지식 또는 과학적 연구 능력을 갖출 필요도 없고, 단지 우리의 일상적 경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철학의 의의와 묘미는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기초적인 이해와 오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그동안 우리를 철학에서 멀어지게 한 원인인 동시에 다시 철학을 우리의 일상으로 가져올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철학은 경계가 없다. 철학은 우리의 눈을 연다. 철학은 또한 나를 연다’고 말하고 있다. 일상의 삶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를 생각할 때, 그 속에는 인간의 자유 의지, 욕망, 선택, 합리성에 대한 철학적 입장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접하게 되는 모든 토론과 논쟁, 성찰과 철학적 사고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향해 우리의 눈을 열어준다.
피터 케이브는 철학이 곧 취미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이 사회적 취미로 간주되고, 사람들은 철학의 검을 뽑아 베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철학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런 철학적 성찰과 난해함이 발전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아마 해가 지도록 얘기할 것이고, 어쩌면 해가 뜨도록 얘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