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창밖엔 꽃눈
내가 꾸고 싶었던 꿈 13
횡단열차 14
몽타주 16
그렇게 여름 18
밤을 건너는 손바닥 20
짝꿍의 자랑 23
눈을 뜰 수 있다면 26
창밖이 푸른 곳 28
짝꿍의 모래 30
짝꿍의 이름 33
아끼는 비밀 36
작은 물결 38
하염없이 긴 계단 40
공동주택 42
2부 두 손은 한 줌의 재
녹지 않는 눈 45
의자들 47
계단과 물 50
주말 상설 공연 52
생존수영 54
반듯한 사랑 56
구름 위에서 달을 볼 때 58
옥탑에게 61
산비둘기 찾아와 둥지를 틀고 64
가족일기 66
공유지 68
텐트 앞에서 70
새로 산 공책 72
쓴 적 없는 일기 75
뜸하게, 오늘 77
3부 봄의 끝에서 펄럭이는
정말 먼 곳 81
언제나처럼 작고 텅 빈 83
검정 몰래 84
예고편 86
죽은 나무들 88
점, 선, 면 90
쉬운 일 92
서로를 볼 수 없는 곳에 앉아 같은 소리를 들었다 94
비를 쏟아 낸 얼굴 96
거울을 보니 검은 개가 98
선명한 기준 100
계약직 102
녹음의 기원 104
( )에게 105
잠의 방향 112
가족일기 프리퀄 114
기념 촬영 116
빈 118
이별 일기 120
보리 감자 토마토 122
못다 한 말 124
작품 해설 125
꿈과 돌의 시 _김보경(문학평론가)
여름 상설 공연
박은지 · 詩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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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의시 288권. 박은지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간결하고 명징한 언어로 여기와 저기, 현실과 환상이라는 대립되는 두 세계를 오가며 “균형 잡힌 사유와 감각을 보여 주는” 시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은지의 시는 낭떠러지 끝에 선 듯한 현실 인식으로부터 촉발되는 듯 보이지만, 시에서 드러난 현실은 단지 무력함과 공포만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러므로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중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에 의해 자신이 망가지지 않아야 하고, 현실을 망가뜨리지도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 사실로부터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먼 곳’을 향하는 박은지의 시적 환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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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訳者
レビュー
100+目次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징검다리 같은 슬픔을 건너며,
요괴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꿈
박은지 시인의 첫 시집 『여름 상설 공연』이 민음의 시 288번으로 출간되었다. 박은지 시인은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간결하고 명징한 언어로 여기와 저기, 현실과 환상이라는 대립되는 두 세계를 오가며 “균형 잡힌 사유와 감각을 보여 주는” 시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은지 시인은 데뷔 소감에서 “발밑이 무너지거나, 흩어진 나를 찾아 이리저리 뛰거나, 가만히 울면서 오늘을 보낼 때”마다 시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박은지의 시는 낭떠러지 끝에 선 듯한 현실 인식으로부터 촉발되는 듯 보이지만, 시에서 드러난 현실은 단지 무력함과 공포만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러므로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중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에 의해 자신이 망가지지 않아야 하고, 현실을 망가뜨리지도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 사실로부터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먼 곳’을 향하는 박은지의 시적 환상이 펼쳐진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매일같이 펼쳐지는 환상의 무대를 약속하는 제목 ‘여름 상설 공연’은 현실과 환상의 팽팽한 공존을 예감하게 한다. 박은지의 시에서 환상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 아닌, 바로 여기에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는 환상이다. 환상적인 세계의 시작과 끝, 시도와 실패를 매일같이 반복할 것을 약속한다. 박은지 시인은 이 약속을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다. 벗어날 수 없는 곳에서 가장 먼 곳을, 매일 실패하는 곳에서 가장 불가능한 것을 함께 꿈꿔 보자고.
■ 낭떠러지의 꿈
낭떠러지의 꿈은 이어지고
짝꿍은 종일 낭떠러지 아래서 이름을 주웠다
봄꽃을 닮은 이름,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름, 잘 웃는 이름
주워도 주워도 주워지지 않는 이름을 붙들고 엉엉 울었다
잠에서 깨면 그 이름을 잊는다고 엉엉 울었다
―「짝꿍의 이름」에서
박은지의 시에서 진실은 침묵하는 사람들의 표정 뒤로 감춰진다. 러시안룰렛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게임의 룰을 알려 주는 대신 “넌 이렇게 이해가 한 박자 늦다”(「죽은 나무들」)며 다그치고, 예언자는 “너는 더 착해질 수 있을 거야”(「쓴 적 없는 일기」)라고 말하며 화자의 두 눈과 두 귀를 가릴 뿐이다. 낭떠러지가 많은 마을에 사는 아이에게 낭떠러지가 위험하다고 말해 주는 이도 없다. 아무도 진실을 알려 주지 않기에 인물들은 짐작에 몰두하고, 짐작은 꿈으로 번진다. 박은지의 인물들은 그렇게 꿈에서도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있지만, 그 모습이 무력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박은지의 시에서 꿈은 진실에 우회해 다가가는 길이자, 사라진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방식, 사랑을 지킬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을 통해 “나 진짜 열심히 사랑할 거야 더 많이 더 오래 성실하게”라고 건넨 다짐과 약속에도 사랑에 대한 시인의 태도가 녹아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그것으로 우리가 무엇을 지켜 낼 수 있을지, 정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박은지의 시는 바로 그 불분명함으로부터 꿈을 꾸기 시작한다. 눈을 감지 않고도 펼쳐지는 꿈, 현실 가운데 펼쳐지는 기묘한 꿈은 사랑이 불가능한 세계의 풍경을 조금씩 바꿔 놓는다.
■ 요괴의 춤
요괴는 환영의 춤을 추었네 작은 새의 날갯짓 같기도 하고 삽질 같기도 한 춤. 나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요괴가 끓여 준 수프를 먹었다 그러곤 요괴에게 이름을 물었지 우리는 해가 뜰 때 일어나 밭을 일구었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꿈으로 엮은 노래를 불렀네
―「보리 감자 토마토」에서
박은지 시의 인물들은 산책을 하다가,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다가,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기묘한 존재들을 마주친다. 모든 계절을 한 번에 살아 내는 나무, 숲을 헤매다 마주친 요괴, 문설주에 바른 양의 피를 넘어 교실로 들어오는 악마가 마치 평범한 일인 듯 일상 속에 등장한다. 이렇게 현실로 태연히 걸어 들어온 기묘한 존재들은 현실의 시공간 사이사이에 환상을 겹겹이 포개어 놓는다. 요괴, 비밀, 발소리 같은 환상이 현실과 뒤섞이고, 그 가운데로 들어가는 인물들을 따라 우리의 감각은 비현실적인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다. 오늘에 붙박여 있으면서도 과거-현재-미래를 한 번에 살아 내는 모습을 그려 본다. 까마득히 먼 미래에도 거듭될 실패를 예감하면서, 밥을 지어 먹고 춤추고 노래한다. 이런 인물들의 모습들은 일상의 슬픔을 견디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았는데, 그 모습이 위안이 되는 것은 슬픔 위로 내려앉은 환상의 풍경이 우리가 아는 슬픔을 조금 더 머물 만한 장소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름 상설 공연』은 슬픔 앞에서 가져 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상상하게 한다. 오늘의 슬픔을, 어쩌면 슬픔 다음에 올 풍경까지도 가만히 마주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진태
4.0
선생님에겐 의자 세 개가 있다 나는 적당한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거나 끝나지 않는 라디오를 들었다 그럴 때면 셀 수 없이 많은 미래가 주위를 맴돌았다 그것들을 하나씩 펼쳐보는 일은 즐거웠다 녹조가 흐르거나 파스스 흩어지거나 빛을 뿜거나 따뜻하게 녹아내리거나 살아 볼 만한 미래에겐 빈 의자를 내어 주고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멋진 의자를 갖고 싶었다 창밖을 내다보거나 더 많은 미래를 펼쳐 보고 싶었다 멋진 의자를 세 개나 들여 놓기에는 어느 쪽이든 여유가 없었다 고민 끝에 낚시 의자와 욕실 의자를 꺼내 놓았다 책상 의자까지 세 개가 완성되었다 높이가 맞지 않아 그럴듯해 보였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선생님은 혼자일 때도 의자를 비워 두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빈 의자에 나무 바람 햇볕 여유가 없어도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초대해 보았다 방에선 나무가 곧잘 죽었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오래되었다 햇볕이 닿기엔 너무 작은 창문 그래도 나는 창을 열었다 더 많은 미래가 생각지도 못할 곳에서 다가온다 생각하면 마음이 부풀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밤이 깊어지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밤이 다 지나가도록 의자는 비어 있었다 아무도 몰래 선생님의 반질반질한 가죽 의자에 앉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집으로 달렸다 창문을 닫고 벽에 기대 앉아 의자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 <의자들>, 47~49p
none
4.0
여름은 겨울로 완성되는 것 같아 그런 균형의 감각
abg
4.0
나 진짜 열심히 사랑할 거야
yoon
3.5
돌의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는 지난하다. 너무 많아 잊혀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돌을 손에 쥔다는 것, 그 무게를 느낀다는 것, 비록 잊혀질지라도 우리가 눈을 맞춘 적이 있다는 것. 이런 것들만으로도 나아갈 이유가 된다 계절이 가도 밉지 않고 또 살아남아 사랑을 하겠지 엉망진창이어도 꼭 살아 있자 우리
DB
2.5
엉망진창이어도 꼭 살아 있자 우리
지수
3.5
짝꿍의 손을 잡고 영영 국경 너머로 달아나고 싶었다 그래도 될 것 같은 사랑이었다
비자유
3.0
제목 참 잘 지었다
깨비
4.5
그 여름을 채워 주던 짙푸른 초록이 자꾸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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