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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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하는 여자들, 사회가 그어둔 선을 넘다 가명을 쓰고, 위장 결혼을 하고, 밀항을 감행하며… 수학계 최대의 난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푸는 데 크게 기여한 여성 수학자 마리 소피 제르맹은 남학생만 진학할 수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르 블랑’이란 남자 이름으로 강의록을 요청하고, 논문들을 제출했다. 유럽 최초의 여성 수학 박사가 된 소피야 코발렙스카야는 대학에서 여성의 청강이 금지된 러시아를 벗어나 수학 공부를 하기 위해서 위장 결혼까지 하며 국경을 넘었다. 고대 그리스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는 학자로서의 업적과 활동으로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지만, 사회질서를 흩트리는 ‘마녀’로 몰려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여성이 수학을 한다는 것이 이토록 낯설고, 어렵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일이던 시대가 있었다. ‘수학’과 ‘여성’을 둘러싼 편견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래되었지만, 그토록 뿌리 깊은 차별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수학을 사랑했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사회가 그어놓은 선들을 넘으며, 각자만의 뚜렷한 성취를 역사에 남겼다. 그들의 생애와 업적은 그 성취에 비해서 과소평가되거나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조선 시대, 독학으로 새로운 풀이법을 창안할 만큼 그 누구보다 산학에 능했던 영수합 서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학문을 스스로 기록하지 못했다. 만약 영수합 서씨가 아들과 조카들의 기록이 아닌, 본인 스스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면,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널리 세상에 알려 조선 시대 최초의 여성 산학자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여성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았던 시대, 가족들이 남달리 깬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여성이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던 시대, 영수합 정도 되는 여성조차도 결혼 전의 본명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던 그 시대에, 다만 그들은 기록되지 않았기에 아예 없는 듯이 잊혔을 뿐이다. _ 83쪽, 〈어찌하여 이리도 번거롭게 풀었는가 • 영수합 서씨〉 시대의 한계로 이름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여성 수학자들은 또 있다. 쉴 새 없이 복잡한 계산을 해가며 에니악 컴퓨터를 움직인 여섯 명의 ‘컴퓨터’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에니악 시연 행사 전날까지 에니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점검한 주역들이었지만, 정작 행사에서는 그 어떤 인정도, 영광도 받지 못했다. 훗날에 가서야 이들의 업적을 다시금 제대로 평가받았지만, 그들이 에니악을 움직였을 때의 이름이 아닌, 결혼한 후의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여성들이 초기 개발자로서 해냈던 수많은 성과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이후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은 컴퓨터의 역사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_ 226쪽, 〈에니악을 움직인 여섯 명의 ‘컴퓨터’ • 진 제닝스, 매를린 웨스코프, 루스 릭터먼, 베티 스나이더, 프랜시스 빌라스, 케이 맥널티〉 우리는 그들이 바꾼 세상에 살고 있다 여성이 수학으로 바꾼 것들 ‘수학’이라고만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개념들을 떠올리며 사칙연산 외에는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역사 속 여성 수학자들이 일궈낸 성취들은 오늘날의 일상에까지 이어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컴퓨터 시대를 예언한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오늘날에 더 널리 쓰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본 개념을 확립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창안한 장미 도표는 구체적인 숫자 없이도 색깔과 면적을 통해 빠르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현대까지도 쓰이는 통계 그래픽 중 하나이다. 잉그리드 도브시는 웨이블릿이라는 수학 이론으로 미술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거나 복원을 하는 작업도 한다. 이처럼 여성 수학자들이 이룬 성취는 컴퓨터와 인터넷, 우주개발과 예술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폭넓게 자리 잡아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있다. 수학의 쓸모에 대해 최영주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수학이 어디에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수학자가 찾는 것은 변치 않는 진리거든요. 우리 사회가 20년 뒤, 30년 뒤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어요. 수학자가 찾아낸 진리가 어디에 쓰일지는 그다음 세대의 몫입니다.” _ 337쪽, 〈정수론의 새로운 방향을 열다 • 최영주〉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는 수학자가 찾아낸 진리가 때로는 “그다음 세대의 몫”라는 걸 보여준다. 프로그래밍의 기본 개념을 확립했던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업적은 아직 컴퓨터가 발명되지도 않았던 시절, 너무도 시대를 앞서간 업적이었기에 오히려 당대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10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여성 수학자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가 그대로 잊힐 뻔했던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업적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계승해 새로운 학문적 성취를 남긴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최초로 루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 업적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레이스는 에이다가 그 개념만을 만들었던 서브루틴을 마크Ⅰ에서 실제로 구현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해군의 함정 탄도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혁신적인 초탄 명중률을 기록했다. _ 209쪽, 〈세계 최초로 ‘버그’를 발견한 수학자 •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에서는 이처럼 여성 수학자들이 발명하고 발견했던 수학 개념에 대한 지식들도 따로 ‘수학 이야기’로 엮어 담고 있다. 수학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수학 개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교과서에서 접하는 수학 개념들보다 더 생생하고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불가능한 꿈을 이뤄내는 방법 연대와 우정으로 시대의 한계를 넘다 위대한 수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바라볼 때 우리는 개인의 빛나는 천재성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학자들이 보통 특출난 재능을 가졌지만 그만큼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듯한 괴짜 천재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역사 속 수많은 천재 중에서도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성취한 사람은 없다. 수학은 “한두 사람의 천재가 이룩해나가는 학문이 아니”라 “수많은 수학자가 계속 자신의 계단을 놓아가며,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더 높은 세계를 바라보듯이 발전해온 학문”이기 때문이다(프롤로그 중에서). 마리 소피 제르맹이 남자 이름을 가명으로 써가며 다른 학자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듯이, 그리고 메리 서머빌이 어린 소녀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만나 그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주었듯이 말이다. 특히 여성 수학자들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모든 걸 헤쳐나가기에는 사회가 그어놓은 선들이 많았다. 그들이 그 숱한 차별과 편견을 넘어 수학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친구, 스승과 동료 등 주변인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테아노에게는 여성에게도 학문의 자유를 허하는 피타고라스 학파 공동체가 있었고, 영수합 서씨에게는 일생의 지기이자 학문적 동반자인 남편 홍인모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불가능했던 꿈을 끝내 이뤄낸 뛰어나고 유능한 여성들의 성공담이자, 그들의 옆에서 편견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함께하는 따뜻한 우정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오늘날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외롭게 분투하는 모든 이에게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에 담긴 이야기들이 위로와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