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계의 거장, 휴먼드라마의 일인자 요시나가 후미
만화와의 첫 만남부터 진화하는 오늘날의 비엘만화에 이르기까지,
한 창작자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유일무이 인터뷰집!
“제가 평생 일해서 스스로를 부양하며 살아간다면
그로 인해 세상에 일하며 살아가는 여성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고, 그거면 충분합니다.
우선 중요한 첫걸음은 스스로가 자신의 신념을 배신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_제2장 「꿈에 그리던 만화가가 되다」 중에서
한국에서도 영화화된 『서양골동양과자점』,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 일본 에스에프 대상,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선정작 『오오쿠』
오늘날 가장 현실적인 비엘만화 『어제 뭐 먹었어?』 등
데뷔 후 30년이 넘은 현재까지 유수의 명작을 그려왔고, 그려가고 있는 요시나가 후미.
삼시세끼 밥보다도 ‘만화’가 가장 좋다는 만화애호가이자
만화가라는 ‘직업인’이 걸어온 생생한 여정을 담다!
일본만화계의 거장, 휴먼드라마의 일인자 요시나가 후미.
만화가라는 ‘직업인’의 태도부터 데뷔작, 현재 연재중인 최신작까지―
지금껏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만화 인생의 모든 것을 고백하다.
1994년 단편 「달과 샌들」로 데뷔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수의 명작들을 그려온 요시나가 후미. 시기와 주제, 장르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소한 일상을 배경으로 할 때도, 가상의 서양국가나 특정한 역사 시대를 무대로 할 때도 작품마다 삶의 아이러니, 인간관계의 역설을 날카롭게 그려왔다. 그의 작품을 따라온 독자라면 요시나가 후미를 휴먼드라마의 일인자라 칭하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터뷰집 『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 : 만화와 요시나가 후미』는 그런 그가 만화를 처음 만난 어린 시절부터 데뷔작을 그리고 대표작을 완결하며, 현재 연재중인 최신작에 이르기까지의 만화 일생을 담고 있다.
요시나가 후미의 이름을 듣고 독자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키워드들은 무엇일까. 다양한 작품들을 제외한다면 #음식 #중년 #성실함. 그리고 『은하영웅전설』 『슬램덩크』를 포함해 본인 작품까지도 2차 창작하는 #동인활동 일 것이다. 첫 번째 장은 ‘음식’에 남다른 취향과 집착을 보였던 그의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한다. 당시 보기 드문 맞벌이 가정이었던 요시나가 후미는 음악 교사였던 어머니와 수평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여성’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리 꿈이 많던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선택하고, 마치 그것을 정답인 양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았죠. 아니 그럼, 대체 다른 꿈이 있는 여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더라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품고 있었습니다.”
_제1장 「만화에 마음을 뺏기다」
맞벌이를 통해 유지되는 대등한 부모관계, 수평적 가정 분위기, 다양한 만화를 접할 수 있는 자유롭고 행운에 가까웠던 환경 속에서 그에겐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그것은 만화 그리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생계를 유지할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다고, 초등학생밖에 되지 않았던 그는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잘못한 사람이 없어도 슬픈 일은 일어난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 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한 저의 일관된 취향이 반영돼 있습니다.”
_제2장 「꿈에 그리던 만화가가 되다」
두 번째 장은 학창 시절 만화부에서 동인지를 제작했던 것을 계기로 처음으로 만화 창작에 발을 들이고 막 태동을 시작한 비엘만화로 데뷔하기까지를 이야기한다. ‘헬리 혜성’이라 표현할 만큼 강렬했던 『슬램덩크』, 그리고 권준호(코구레 키미노부)라는 최애캐와의 만남에 대해 설명하는 그는 여전히 신이 나 있다. 그간 좋아해온 만화들의 궤를 훑고 거기서 천천히 쌓아온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취향과 서사적 경향을 숨김없이 들려주기도 한다. 동인 활동을 통해 배운 캐릭터 다루는 법, 작가의 취향과 기세가 중요한 비엘 장르의 특징에 대해 논하는 요시나가 후미를 보고 있으면 겉으론 변호사가 되겠다고 하나 사실 만화 창작 말곤 하고 싶은 게 없는, 엉뚱하고 성실했던 법대생의 모습이 언뜻 보인다.
“뭐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관계를 좋아합니다. 어떻게 부르는 게 마땅한지 알 수 없는 관계가 좋아요. 관계에 대한 명명은 어렵지만 ‘뭐,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라고 할까. 그런 ‘뭐, 어때’의 감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관계에 이름을 붙이기 어려워도, 그런 건 별로 상관없는 거죠.”
_제3장 「비엘 잡지여도 순정 잡지여도」
“잃어버린 것이 완벽하게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고 잃어버린 사실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지만, 그것이 곧 ‘불행’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_제4장 「해결되지 않는 일 속으로」
“작품을 그릴 때 판단하지 않는 걸 좋아해요. 픽션이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요. 저는 다큐멘터리처럼 상황을 뚝 떼서 제시할 뿐입니다. ‘부모 자식 관계란 참 좋죠’라거나 ‘이런 말 하는 부모 참 나쁘죠’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그곳에 있는,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_제5장 「다큐멘터리처럼」
3장부터 5장에서는 그간 그려온 비엘만화, 가족만화, 음식만화 등을 쭉 훑으며 만화가라는 ‘직업인’의 노고와 자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해 말한다. 다행히 변호사 일을 하지 않고 전업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는 그가 데뷔부터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두 가지 철칙은 ‘마감 엄수’, 그리고 ‘연재는 최대 두 작품까지’. 그는 잘나가는 만화가와 그렇지 않은 만화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만화로 먹고살 수 있는 만화가와 그렇지 않은 만화가에는 차이가 있다고, 그 차이는 ‘다음이 있는가 없는가’라고 말한다. 다음(차기작)을 이어가려면 반드시 마감만은 사수해야 한다며 직업인으로서의 성실한 면모를 강조한다. 하지만 ‘잡지’라는 한정된 지면 안에서 분량을 짜는 것이 데뷔 때나 지금이나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밝히는 그의 모습은 프로임에도 창작자로서 매 순간 고민하며 만화를 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장들에서 가장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은 창작자 개인의 취향과 대중적인 오락물로서의 균형 문제. 최소 30대, 40대 이상의 아저씨를 그리고 싶은 자신의 취향을 도대체 어떤 만화 잡지에서 반겨줄지, 늘 불안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그가 드디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과 정확하게 어울리는 잡지를 만나 대표작 『오오쿠』를 탄생시킨다.
“요시무네와 히사미치 같은 관계를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성별 역전 『오오쿠』를 그려서 좋았던 점이었어요. 사전에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이런 것을 그리고 싶었던 거구나 하고 깨달았거든요. 엄청나게 야심만만한 여성이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요.”
_제6장 「여성과 일」
주로 남자에게 발병하여 치명적인 치사율을 보이는 전염병 ‘적면포창’으로 인해,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반전된 시대를 무대로 한 가상 역사물 『오오쿠』.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도 많은 상을 받으며 그의 대표작이 된 작품이다. 6장에서는 처음으로 『오오쿠』라는 독특한 설정을 구상했을 때의 기쁨부터 의사, 역사 연구가, 의상집, 드라마, 배우 등 각종 자료와 자문을 구하며 작품을 치밀하게 구성하며 연재한 일화 등을 이야기한다. 캐릭터에 큰 애정이 없다고 말한 그였지만 각 인물들의 역사와 사정을 공부하다보니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며, 『오오쿠』를 통해 캐릭터들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특히 요시무네와 히사미치 같은 여성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