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 소설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 작품. 조셉 콘래드는 이 작품에서 흔들리는 정체성, 매우 복잡하고 인격적 분열 양상까지 보이는 현대인의 전형을 훌륭하게 그려낸다. 자신의 꿈과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는 주인공 짐은, 서유럽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대변한다.
지은이는 전지적 작가 시점, 친구 말로의 시점, 말로가 쓴 기록을 읽은 작가의 시점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 또한 이들의 서술 속에서 시간 순서를 자주 전도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총 45개 장으로 나뉘어진 이 소설은 도덕적으로 방황하는 주인공의 캐릭터,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 서술 기법 등 현대소설의 주요 특성을 보인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느 동남아 지역에서 기선 한 척이 조난하는데, 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간부 선원은 승객들의 안위를 외면한 채 구명정으로 탈출한다. 그후 그 기선은 침몰하지 않았음이 알려지고 짐은 선원 수칙을 저버린 데 대한 책임으로 자격증을 박탈당한 후 동남아 각지를 떠돈다. 결국 그는 오지에 정착하게 되고, 자신의 과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원주민들 사이에서 지배자적 위치에 오르는 데 성공하지만, 바깥 세상에서 찾아온 해적 일당과의 대결에서 실패한 후 자살이나 다름없는 죽음을 맞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