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 나만의 토템
어디 하나 기댈 수 없는 답답한 상황,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는 순간,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작지만 단단한 물건은 불안을 이겨 낼 힘을 건네고 분노를 신중하게 꺼내 놓을 차분함을 준다. 나만의 작은 토템이다. 소설 「토템, 토템」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말들에 둘러싸여 지쳐 가던 ‘소하’는 평범한 빨간 펜을 만지다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은 빨간 펜을 손에 쥐고 자신을 평가하려는 이들로 가득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손에 쥐고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소하가 ‘토템’으로 다시 호명하는 빨간 펜은 부당한 현실에 나의 기준을 적용할 용기를 준다. 토템의 마법을 경험한 소하는 빨간 펜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친구들에게 나누기 시작한다. 소하가 건네는 것은 각자의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친구들을 위한 위로와 용기다.
■ 우정의 씨앗
무엇이든 토템이 될 수 있다. 고민을 들어 주는 친구, 그 친구와 함께 보내는 별일 없는 휴일, 지루한 일상에 틈을 내는 작은 루틴들까지. 토템은 사회적 기준들이 나를 자꾸 흔들어 놓을 때 다시 나를 나로 살아가게끔 해 주는 모든 것들이다. 은모든의 소설에는 언제나 이처럼 인물들이 자신을 돌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있다. 「모닝 루틴」은 설 연휴를 함께 보내는 세 친구의 이야기다. 이혼을 하며 원치 않는 명절의 의무에서 벗어난 은하와 오랜만의 휴일을 만끽하려는 민주, 쏟아지는 집안사람들의 충고에서 탈출해 친구들의 집을 찾아온 성지. 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은 복잡한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를 북돋는 안식처가 된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서로의 감정을 헤아릴 여유가 없는 현실에 치여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가 되어 드립니다」에서 성지가 소원해졌던 민주를 불현듯 떠올렸듯, 관계는 순식간에 회복되기도 한다. 「공범의 반대말」의 경진과 혜진이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노인을 합심해 도운 사건을 계기로 우정을 쌓게 되었듯, 삶에는 언제나 다시 재생되고 새로 움틀 수 있는 우정의 씨앗이 심겨 있다.
■ 가능성의 세계들
은모든의 소설을 읽어 온 독자들은 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른 작품에도 등장하며, 그 인물들이 조금씩 다른 삶을 살아가는 ‘평행 우주’의 세계관이 흐르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보경이 해설에서 짚어 주었듯, 이러한 평행 우주의 세계관은 특정한 삶이 옳다거나 그것만이 진짜라는 식의 당위와 원본성을 거부하며 “모든 가능한 삶을 최대치로 긍정”한다. 이 최대치의 긍정 속에서 인물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 무수한 가능성이 된다. 이야기를 넘나들며 새로운 우주를 누비는 인물들을 따라가는 일은 그 자체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벗어날 길 없는 듯한 답답한 현실을 조금은 거리 두고 바라볼 여유를 안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