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제 아버지의 땅이자, 제가 많은 시간을 보냈고, 아직도 제 가족이
있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그곳은 제가 더불어 자랐고, 저의 일부를 건설해 준 언어이자 문화이기도 하죠. 딸이 태어났을 때 저는 배우자와 함께 그곳으로 돌아가 정착했습니다.
삶을 전하고자 하는,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명백한 뭔가가 있었죠.
『코메 프리마: 예전처럼』에는 어린 시절, 가족, 기억, 말하지 않은 것들과 관련된
제 이야기가 배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고 다니는 것들 말이에요.
제가 이 책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은 제가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며 다른 양상을 띠었어요.
부성, 형제애, 뿌리, 어디서 왔는지 늘 이해하지 못한 채 내면에 지닌 것들,
감히 거론하지 못하는 오해들……. 전 저의 내부와 주변에서 많은 것을
끄집어냈어요. 그래도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전 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작가의 글 ─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형제의 삶이 펼쳐지다
10년간 연락이 끊겼던 파비오와 조반니 형제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집안과 의절했던 파비오는 아버지의 유골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동생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하지만 파비오는 일과 여자 문제 등으로 골칫거리가 생긴 데다가 아버지의 유산까지 챙겨 주겠다는 조반니의 제안에 마음을 바꾼다. 둘은 낡고 오래된 피아트 500을 몰고 먼 길을 나서지만,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서로에게 쌓였던 원망들은 걷잡을 수 없이 우수수 쏟아진다. 그러나 형제가 함께 나눴던 추억과 우연히 길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겹치면서 여정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단편적으로 그려지는 아버지의 초상을 통해 파란만장했던 형제의 관계도 서서히 드러난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칸초네 가수 토니 달라라의 명곡 「코메 프리마」의 뜻처럼, 두 형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후 이탈리아 흑백영화에 경의를 표하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하던 알프레드는 프랑스를 떠나 3년간 거주했던 이탈리아에서 이 작품을 완성하였다. 그가 막 아빠가 되었던 무렵이기도 했다. 책에 관한 첫 아이디어를 메모하기 시작했을 당시, 알프레드는 만화와 관련해 큰 위기를 겪고 있었고 몇 달간 계속된 정체 상태의 폭풍우에 익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그가 매달린 방법 중 하나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대화의 조각들, 기억들, 인상들, 욕망들……. 선험적으로는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주머니를 비우는 역할을 하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 나갔다. 그런데 몇 가지 주된 흐름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것처럼 보였고, 결국 자신이 몇 달 전부터 단 하나의 같은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살았던 곳이자 자신이 자랐고 자신을 건설해 준 언어이자 문화였던 <이탈리아>였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은 책의 진행과 더불어 서서히 변화하며 다른 양상을 띠었다. 부성, 형제애, 뿌리, 어디서 왔는지 늘 이해하지 못한 채 내면에 지닌 것들, 감히 거론하지조차 못했던 오해들……. 알프레드는 자신의 내부와 주변에서 많은 것을 끄집어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이야기에 적절한 어조를 찾아내는 일이었지만, 그는 1950∼1960년대 이탈리아 대중영화가 비희극을 다루는 방식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당시 이탈리아의 흑백영화들은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끊임없이 뒤섞고, 넓은 아량을 지녔으며 대개가 저예산으로 <수공>적이었다. 전후 이탈리아 흑백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알프레드는 이야기의 모든 단계이자 만남, 새로운 전개들이 각 장과 딱딱 맞아떨어지게끔 시놉시스를 구축했다. 실제로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등장인물과 동시에 자신도 여행을 하게 되고, 두 형제의 여정을 통해 그날그날을 살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마치 파비오와 조반니처럼. 즉흥적인 형식으로 출발하여 예상치 못한 것들과 드잡이를 하면서 작품은 예상을 훌쩍 넘어 260면이 되었고, 알프레드는 영화를 만들 때처럼 잔뜩 그려 놓고 편집하면서 잘라 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약간은 무모하고 <수공적인> 이 스타일은 작가가 앞으로 나아가고, 의심하고, 정체되고, 다시 출발하거나 뒤로 도로 돌아감에 따라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극히 매력적인 동시에 고달픈 작업 속에서도 작가는 <모든 것을 제어할 수는 없다>는 주제를 주인공들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