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뉴욕 타임스〉 〈NPR〉 선정 ‘올해 최고의 책’
〈원더우먼〉 〈오펜하이머〉 제작사 영화화 확정
부커상, LA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작
“역사를 서정적인 신화로 승화시키는 훌륭한 소설이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넘친다.
이틀 만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_살만 루슈디(소설가)
부커상, LA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살만 루슈디, 말런 제임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극찬을 받은 소설 『그림자 왕』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엄청난 재능의 작가가 선보이는 거대하고 잊을 수 없는 서사시”라는 호평을 받은 소설은 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을 배경으로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남동생을 대신해 전쟁에 나간 증조모의 실화에 착안해 소설을 집필한 작가 마자 멩기스테는 수년에 걸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역사의 격동기를 뚫고 지나온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소환한다.
어린 소녀인 주인공 히루트는 에티오피아 총사령관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한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하자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간 히루트는 죽음의 공포와 여성에게 가해지는 위협에 굴하지 않고 어엿한 전사로 거듭난다. 소설은 히루트뿐만 아니라 총사령관의 아내와 첩자로 활동하는 매춘부, 자유를 꿈꾸는 요리사 등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더해 계급과 젠더 문제, 역사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그림자 왕』이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독특한 구성과 문체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연극을 연상시키는 ‘합창’ ‘막간’과 같은 장은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동시에 서사를 다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사진’은 다큐멘터리 자료화면처럼 생생한 묘사로 생동감을 높인다. 1974년 현재와 1935년 과거가 교차되는 액자식 구성도 소설의 몰입감을 더한다. 따옴표 없이 이어지는 대화체와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박진감도 소설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이처럼 탄탄한 서사와 구성으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림자 왕』은 〈원더우먼〉 〈오펜하이머〉 제작사에서 영화화할 예정이다.
역사는 그들을 잊었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죽은 이들의 아우성이 더욱 커진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려야 해. 우리는 기억되어야 해. 우리의 존재가 알려져야 해. 애도를 받기 전에는 영면에 들 수 없어. 그녀는 상자를 연다. _19쪽
소설은 히루트가 기차역에서 금속 상자를 열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상자는 이탈리아 군인이자 사진사였던 에토레가 히루트에게 맡긴 것으로, 이탈리아군 포로였던 히루트의 사진도 들어 있다. 히루트는 복잡한 심정으로 상자를 들여다보며 전쟁터를 누비던 자신과 동료들을 떠올린다.
1935년, 불의의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히루트는 어머니의 친구이자 군 총사령관인 키다네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키다네에게는 아버지의 유품인 소총을 빼앗기고 그의 아내 아스테르에게는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히루트는 희망을 잃지 않은 채 언젠가 자유를 되찾으리라 다짐한다. 그런 어느 날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한다. 히루트는 키다네의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아스테르를 비롯한 마을 여자들과 함께 밤낮으로 훈련에 매진하며 전사로 성장한다.
한편 에티오피아 황제가 영국으로 망명하면서 패색이 짙어진다. 이때 히루트는 우연히 황제를 닮은 병사를 발견하고 그를 그림자 왕으로 내세우는 영리한 계획을 떠올린다. 작전은 성공해 군인과 시민들은 그림자 왕을 진짜 황제로 여기며 환호한다. 그러나 전투 중 적진에 깊숙이 들어간 히루트가 그만 포로로 붙잡힌다. 그곳에서 에토레에게 치욕스러운 사진을 찍히고, 죄 없는 민간인을 벼랑에서 떠미는 이탈리아군의 야만성을 목격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슬퍼하는 에토레와 대화를 나누며 기묘한 유대를 쌓기도 한다. 그 때문에 에티오피아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던 날,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낸다.
시간이 흘러 다시 1974년으로 돌아온다. 사십여 년 만에 에토레와 재회한 순간, 놀랍게도 그 자리에 우연히 진짜 황제가 나타난다. 히루트는 연민을 떨쳐내고 에토레에게 상자를 건넨 후 당장 이 나라를 떠나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리고 황제에게 자신이 그림자 왕의 용맹한 호위병이었다고, 황궁까지 가는 길을 호위하겠다고 제안한다. 황제와 함께 황궁을 향해 걸으면서 히루트는 함께했던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씩 되뇌며 그들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성별과 계급, 국적을 아우르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합창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현실의 개연성과 픽션의 재미를 모두 잡은 『그림자 왕』은 당시 에티오피아의 사회상을 서사에 매끄럽게 녹여낸다. 소설은 먼저 에티오피아의 계급 갈등을 이야기한다. 전쟁은 뜻밖에도 계급제의 근간을 뒤흔드는데, 귀족인 아스테르가 전쟁 참여를 독려하자 한 여자가 ‘당신은 우리 것을 빼앗기만 한다’라고 비아냥거리며 더는 따를 필요가 없다고 외치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아스테르 곁에서 수십 년간 일한 요리사는 전쟁이 터지자 자유를 손에 넣으며, 이탈리아군은 이 점을 이용해 노예를 해방시켜주겠다는 전단을 뿌리기도 한다.
또한 소설은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서사를 진행해 캐릭터를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탈리아군 사령관 카를로 푸첼리와 사진사 에토레의 입을 통해서는 그들 역시 가족이 있으며 두려움을 지닌 인간임을 드러낸다. 황제의 시점에서는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왕의 고뇌와 한탄을 섬세하게 표현해, ‘그림자 왕’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그 의미를 한층 부각시킨다. 매춘부이자 첩자로 활동하는 피피의 이야기는 사회적 차별에도 불구하고 자아를 펼치려는 여성의 주체성을 드러낸다. 이외에도 전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프랑스인, 에토레의 아버지 등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가 이야기에 합세하며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합창이 되어 웅장하고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