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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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고로 철학한다 고통의 순간에 오로지 걷고 또 걸은 니체 바람구두를 신은 천재 시인 랭보 몽상하는 고독한 산책자 루소 자본주의의 아케이드를 거닌 벤야민…… 느리게 걷고 깊이 사유하며 자유롭게 살다 철학적 행위이자 정신적 경험인 ‘걷기’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느리게 가는 데 걷는 것만큼 좋은 건 일찍이 없었다. 걷기 위해서는 두 다리만 있으면 된다. 다른 건 일체 필요 없다. 더 빨리 가고 싶다고? 그럼 걷지 말고 다른 걸 하라. 구르든지, 미끄러지든지, 날아라. 걷지 마라. 그러고 나서 중요한 건 오직 하늘의 강렬함, 풍경의 찬란함뿐이다. 걷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다. (10쪽) 걷기는 단지 한쪽 발을 다른 쪽 발 앞에 내딛는, 일상적인 동작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과 하나 되는 데서 오는 일치감과 충만함을 줄 뿐 아니라, 온몸의 감각을 두루 자극하고 머릿속을 신선하게 일깨워주는 걷기를 계속하다 보면 걷기는 하나의 삶의 자세, 하나의 철학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돈이 필요 없고 몸과 공간, 시간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걷기는 ‘속도의 시대’에도 그 느림의 미학과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프랑스 파리12대학 철학 교수이자 미셸 푸코 연구자로 잘 알려진 프레데리크 그로는 이 책에서 ‘걷기’라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보여준다. 그는 걷기를 철학적 행위이자 정신적 경험이라고 보고, 걷기가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우리 삶에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걸으려면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을 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고찰해나간다. 특히 이 책은 걸으며 사색하며 얻은 통찰력과 감수성, 영감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사상과 작품 세계를 형성해나간 철학자와 작가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만성적인 두통과 구토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알프스의 질스마리아를 걷고 또 걸으며 ‘차라투스트라’와 ‘영원회귀’의 착상을 떠올린 니체, 프랑스 샤를빌과 파리, 마르세유와 아프리카 사막 등지를 쉴 새 없이 오가며 ‘바람구두를 신은 인간’으로 불렸던 시인 랭보, 걸어야만 진정으로 생각하고 구상할 수 있다고 믿었던 루소,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을 제어하는 훈련을 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산책에 나섰던 칸트, 우울과 광기 어린 걷기를 통해 비범한 작품을 창조해낸 네르발과 횔덜린 등 사상사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의 삶에 걷기가 중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 책은 프루스트가《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보여주었듯 어른이 된 후로도 삶에 심원한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의 산책, 발터 벤야민이 주목했던 대도시 파리의 아케이드를 거니는 소요逍遙, 성인聖人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 자체를 통해 믿음을 확고히 다지는 성지 순례 등 걷기가 자연과 문명을 가로지르는 실로 다종다양한 행위를 아우른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걷기가 자연에서 얻는 충족감, 신선한 자극, 깨달음, 희열, 고통, 고독, 우울 등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시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냄으로써 걷기가 사유의 근육을 키워주는 하나의 철학임을 호소력 있게 주장한다. 니체와 루소, 걷기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나 우리는 책 사이에서만, 책을 읽어야만 비로소 사상으로 나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야외에서, 특히 길 자체가 사색을 열어주는 고독한 산이나 바닷가에서 생각하고, 걷고, 뛰어오르고, 산을 오르고, 춤추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다. -프리드리히 니체,《즐거운 학문》§366 (32~33쪽) 나만의 도보 여행에서만큼 많이 생각하고 많이 존재하고 많이 체험한 적은 결코 없었다. 감히 말하건대, 이 여행에서만큼 나 자신이었던 적은 결코 없었다. -장 자크 루소,《고백》제4권 (108쪽) 춤추는 건각健脚 니체, 바람구두를 신은 랭보, 몽상하는 고독한 산책자 루소, ‘철학자의 길’을 거닌 칸트, 자본주의의 아케이드를 통과한 벤야민……. 이들은 모두 ‘걷는 사람’이자 ‘걷는 철학자’, ‘걷는 작가’였다. 이 책은 걷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일대기를 풍부히 제시한다. 이들이 어떻게 걸었는지, 걷기를 매개로 또는 걷기에 대하여 어떻게 사유하고 어떤 저작을 남겼는지를 통해 ‘걷기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평생에 걸쳐 걷고 또 걸은 철학자 니체와 루소는 걷기를 통해 깊고 넓게 사유하며 독특한 사상 체계를 구축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근대성을 뛰어넘는 사유를 시도했던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는 젊은 시절 대학 교수로 일했으나 끔찍한 두통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알프스의 산들과 호숫가 등지를 오랫동안 걷곤 했다. 이로써 고통을 잠시나마 잊는 한편, 자연 속에서 구상하고 상상하고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사상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걷기로 점철된 10년 동안 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즐거운 학문》등의 대표작들을 집필했다. 저자는 “걸으면서 구상하는 사람은 얽매인 데가 없어 자유롭다. 그의 사유는 다른 책의 노예가 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의 사유에 의해 무거워지지도 않는다”며 니체의 사유에서는 오랜 걷기를 통해 체현된 “육체의 유연성과 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평가한다. 이후 재차 몸 상태가 악화되어 예전처럼 걷기 힘들었던 니체는 한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다가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를 발견하고는, 그곳 강변을 따라 오랫동안 걸으며 샘솟은 영감으로 다시금 집필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내 광기에 사로잡힌 그는 마부에게 맞은 말의 목에 매달린 채 눈물을 흘리거나 횡설수설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말년에는 쇠약해진 채 어머니와 여동생의 보살핌 속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 와중에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늦은 오후 오랜 산책을 하며 몸과 마음의 고통을 달래곤 했다. 문명과 인위적인 사회 제도에 반대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설파한 루소는 인생의 청춘기와 절정기, 황혼기에 세 번의 위대한 걷기를 체험했다. 흥분과 열정으로 충만하여 유럽 전역을 떠돌며 견문을 쌓았던 청춘기의 걷기는, 문명과 허위에서 벗어난 원초적 인간을 발견하여《인간 불평등 기원론》,《에밀》등의 파격적인 저작을 쓰도록 영감을 준 절정기의 걷기로 이어진다. 이 주요 저작들을 통해 펼친 사상 때문에 박해를 받고 쫓기는 신세가 된 루소는 인생의 황혼기에 숲 속을 산책하고 식물을 채집하며 위안을 얻고 당시의 심정을 유고작《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 담담히 밝힌다. 이처럼 루소는 평생을 걸으며 문화와 교육, 예술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자연인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사상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니체와 루소 외에도 자본주의와 몰인간성을 경멸하고 안전한 집 안을 벗어나 길 위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자 했던 비트 제너레이션의 작가 케루악·스나이더·긴즈버그·버로스, 매일 산책하고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삶에 대해 성찰한 자연 문학가이자 시민의 자유를 옹호한 실천적 지식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바깥을 떠돌며 원초적이고도 자족적인 삶을 살면서 ‘날것’의 사유를 펼쳤던 고대 그리스의 견유학파 철학자 등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자연과 문명을 가로지르는 걷기 ― 산책, 소요, 일주, 탐험, 방랑, 성지 순례, 행진…… 걷는다는 것이 단지 정처 없는 산책이나 외로운 방황인 것만은 아니다. 걷기는 역사 속에서 형태를 갖추며 체계화되었고, 이 형태는 그것의 전개와 기한, 목표를 결정했다. 순례는 이 문화적 형태들의 일부를 이룬다. (161쪽) 간디가 생각하는 걷기는 인내가 필요한 느린 에너지다. 걷는 동안에는 눈부신 활동이나 뛰어난 공로, 공적에서 멀어진다. 걷기는 간디가 좋아하는 겸허함 속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