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드라마 읽는 남자' 이정흠의 남다른 동유럽 여행기!
소심하고 수다스러운 한 여행자가 오랜 로망이었던 동유럽으로 떠났다!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하고,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인 40일간의 여행 기록을 따라
매력이 넘치는 그곳, 동유럽으로 떠나 보자!
◎ 읽는 맛이 남다른, 동유럽 여행기
동유럽은 사회주의를 막 벗어난, 그리고 전쟁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낙후된 곳'이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동유럽 곳곳에서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들은 아픈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생명력이 넘친다. 또한, 동유럽은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곳곳의 세계문화유산과 낮은 물가는 여행의 원초적 즐거움을 불러낸다. '다른 유럽' 그리고 '다른 사회'를 볼 수 있는 곳,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곳이 바로 동유럽이다.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는 본격적인 동유럽 여행기다. 저자는 일반적인 동유럽 여행 경로인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거쳐 발칸 반도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로 들어서며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꺼리는 보스니아, 세르비아, 코소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에서 애도의 시간을 가지길 원했던 그는 오히려 그들의 활기와 친절, 그리고 평온함에서 인생을 배운다. 저자는 그 여운을 간직한 채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쳐 40일의 여행을 마무리한다.
이 책은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이고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를 동유럽의 구석구석으로 안내한다. 그 안내의 길 위에는 문화비평가답게 드라마, 영화, 음악, 음식 이야기를 구석구석에 뿌려 놓아 읽는 재미를 준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 같이 웃고 같이 감탄하고 같이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동유럽의 골목을 걷고 또 걷는 이 소심하지만 대범한 여행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기분이 든다. 마치 길 위에서 만난 마음 맞는 동행자처럼.
01_ 동유럽, 오랜 로망을 실현하다
여행자에게는 누구나 로망이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언젠가 꼭 그곳에 가보겠다며 마음 한구석에 꼭꼭 숨겨 놓은, 그런 로망 말이다. 저자 이정흠에게는 동유럽과 쿠바가 로망이었다. 그는 사회주의를 지나온 사회가 궁금했고 그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 로망에 불을 붙인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가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묘사한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 반한 저자는 동유럽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그는 여행 정보보다는 동유럽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훑어보며 꼼꼼하게 여행을 준비한다. 덕분에 이 책에는 《프라하의 소녀시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등 동유럽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과 [십계] 등 동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그리고 스메타나, 쇼팽 등 동유럽 음악가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 담겨 있다. 거기에 동유럽의 복잡한 역사와 정치 상황,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한 동유럽 유적들에 대한 꼼꼼한 설명은 여행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는 호스텔을 전전하고, 국경을 걸어 넘고, 야간 기차를 내리 타며 힘들어하는 한 평범한 배낭여행자의 여행기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하며, 사소한 일에 실망하고 기뻐하는 보통 여행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몇 시간씩 영어로 떠들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모습이나, 줄리 델피를 꼭 닮은 카페의 아름다운 종업원에게 반해 몇 시간씩 카페를 떠나지 못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만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문득문득 드러나는 동유럽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만의 남다른 감수성과 진지함, 여행자의 윤리에 대한 탐문 등은 읽는 이에게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케 한다.
02_ 동유럽에서 만난 사람들
저자는 이 책이 '동유럽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소한 엿보기'이며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동유럽의 어떤 명소보다도 인상 깊었음을 고백한다. 여행을 떠나면 평소의 소심함을 떨치고 꽤나 대범해진다는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말을 붙이고 이야기 나누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드라마와 영화 애호가답게 민박집 주인에게서 드라마 주인공을 연상하고,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영화배우 이름을 붙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배경이 된 프라하에서는 진짜 비에라 선생과 마주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오가며 스친 수많은 여행자와 현지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크라쿠프에 반해 아예 눌러앉은 민박집 주인 한국인 젊은 부부, 전쟁의 기억에 아파하는 스플리트의 노신사, 소박한 친절을 보여준 두브로브니크의 루치 아줌마, 악착같이 민박을 꾸려가는 보스니아의 레나와 야스나, 여행 철학을 늘어놓는 여행 초심자 어린 하버드대생, 좋아했던 스포츠 스타의 고향을 40년 만에 찾은 일본인 아주머니, 행운을 빌어주던 벨리코 투르노보의 노인들 등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저자는 그들이 베푼 사소한 친절 혹은 불쾌한 기억 덕에 행복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동유럽이라는 곳이 궁금한 독자라면, 동유럽을 로망으로 간직하고 있는 여행자라면,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행복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할 테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오후 5시, 그 색다른 느낌이 가득 담겨 있는 동유럽의 공기가 제대로 전해져 동유럽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할 테니 말이다.
여행기는 하나의 텍스트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열린 텍스트이다. 여행자는 텍스트를 주조하지만 읽은 이와 함께 스토리를 완성한다. 이정흠의 동유럽 여행기는 읽는 이를 낚시하듯 끌어들여 텍스트 속에서 유영하게 만든다. 그의 시선과 경험, 그리고 스토리에 그냥 몸을 맡기고 싶은 느낌이다. 그만큼 편안하다. 민박집 아저씨를 만나면서도 드라마 인물을 떠올리며 마음대로 상상해 버리는 그의 여행기에는 드라마, 영화, 여행이 교차적으로 얽혀 있다.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