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M은 결코 노래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대통령 의전차이자 최고급 장의차 ‘링컨타운카’에서 발견된 아이, M
지난 세기와 오늘날의 실재 사건들 속에서 욕망과 어둠을 벗 삼아
거침없이 질주하는 아름다운 방랑자, M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유머로 대한민국 20년을 재구성하는 배지영의 첫 장편소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란씨」로 등단한 소설가 배지영의 첫 장편소설 『링컨타운카 베이비』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2010년 2월부터 7개월간 《문학웹진 뿔(http://blog.aladin.co.kr/ppul)》에서 연재할 당시, 회당 조회 수 3,500회를 초과하며 인기리에 연재된 작품이기도 하다. 감각적 문장과 빠른 전개로 우리나라의 1980~1990년대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이 책에는, 홍등가와 미군 부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 M과 그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마치 현재에도 존재하듯 소설 안을 부유하며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고 있다.
『링컨타운카 베이비』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한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의 20년 역사 속 사건을 하나씩 짚어가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필요한 경각심과 책임 의식을 일깨우게 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20세기와 21세기, 경계를 지나왔지만 그 시간을 넘어 우리 가슴속에 존재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의식까지 『링컨타운카 베이비』를 통해 그려낸다.
♣ M을 비롯해 사랑스러운 마미와 이모들…. 형님과 동네 사람들 덕분에 많이 웃고 울었더랬습니다. M이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_ID: 내일 님
♣ 지독한 이야기로 지독하게 즐겁게 해준 작가에게 경의를. 바람 아래 노니는 이야기 속 인물들과 손을 잡고 함께 노래 부르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 우리들의 노래도 오래도록 이어지겠지._ID: 뗏목 님
♣ 처음의 신선함과 전개 과정, 그 서사의 떨림이 생생합니다. 장엄하기도 하고 따듯하기도 한 결말에 이르러 M과 그 가족들, 우리 주변의 그들을 생각합니다. 『링컨타운카 베이비』를 위해 한잔하겠습니다.
_ID: 고넘 님
M이 노래를 그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듯 저 또한 노래를 계속 부를 참이에요. 마침내 그 노래가 당신을 향한 기도가 되고 슬픔이 녹아 사랑이 되고 어둠을 이길 빛이 될 수 있도록, 세상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때로는 오만하게 맞설 수 있도록, 그래서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그런 노래로써 말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 1981년, 링컨타운카에서 발견되어
어지러운 한국 현대사와 함께 자란 M의 우여곡절 성장기
차량 절도범이 훔친 링컨타운카에서 우연히 발견된 M은 폼생폼사 형님의 손에서 ‘반공’을 외치던 거지에게, 홍등가의 잡일을 돕던 ‘마미’에게까지 이어지며, 지난하고도 신비한 인생의 막을 올린다. 대통령 의전차로 사용하던 링컨타운카에서 태어나 꽃마차로 불리는 홍등가에서 ‘누나’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M은 웬만한 대기업 총수들보다도 타고난 손금을 가졌으며, 간드러지는 노래로 꽃마차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 덕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M은 그야말로 복덩이였다. M 역시 어여쁜 누나들과 형님, 무엇보다도 자신을 친아들처럼 젖을 물려 키워준 마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행복한 삶을 누린다.
트로트면 트로트, 디스코면 디스코. 못하는 게 없던 내게 입이 떡 벌어졌던 건 이모들뿐만이 아니었다. 술에 취해 허청허청 걸어가던 늙은 사장님들, 다리를 꼬고 앉은 이모들의 치마 속을 은근슬쩍 건너보는 맛에 부러 길을 돌아 지나가던 까까머리 학생들, 서로의 지폐며 동전까지 긁어모아 놓고도 망설이던 대학 복학생들, 딱지를 떼게 해주겠다며 호언하는 사수 곁에서 불안과 기대로 얼어 있던 군인들, 하루 치의 노동으로 두둑해진 주머니에 뿌듯해하며 물을 살피러 와서 간 보던 산업의 역군들까지.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관심 가진 건, 내 재롱에 흠뻑 빠져 구경하는 꽃마차 이모들의 헤벌어진 입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젓가락을 두드리고 노래를 불러주던 그녀들은, 오직 그녀들만을 위한 나의 노래와 춤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손뼉을 치며 따라 불렀다. 누군가에게 파는 웃음이 아닌, 스스로가 기쁜 웃음을 흩날렸다. 두껍게 바른 화장 속에 풋풋한 매력이 고스란히 발산되는 싱싱한 웃음이었다. (p.46)
꽃마차는 그때부터 호황기를 누렸지만 그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1988년, M은 자신의 생년월일에 태어난 호돌이를 찾는다는 ‘호돌이 선발대회’에 선발되었다가 떨어진다. 그 배후에는 자신을 평소 친동생처럼 아껴주던 유미누나의 사연이 있었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어느 선글라스 사내들이 유미누나를 발견하고는 M을 강제로 탈락시킨 것이다. 꽃마차 가족들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않기로 한 유미누나와 M만의 비밀이었다. M은 아무것도 모른 채 유미누나의 말을 따랐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유미누나는 아무도 모르게 꽃마차를 떠나버린다. 그리고 마냥 잘될 것만 같았던 꽃마차 골목에는 철거령이 내려지고 꽃마차의 가족들은 모두 “언젠가 우연히 만날” 날을 기약하며 흩어진다. M은 마미와 함께 길가를 방황하다 미군 부대로 들어간다.
어쩌다 만나게 되면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이고, 어쩌다 누군가에게 소식을 들으면 그랬구나 하는 거였다. 무릇 어딘가에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반갑게 알은척도 하고 모른 척 눈길을 돌리기도 해야 하는 법이다. (p.166)
나는 나대로, 미군 부대에 가면 마미는 어쩐지 꽃마차에서 걸레나 행주를 쥐고 다니던 주눅 든 모습이 아니라 큰 덩치를 활짝 펴고 호령을 하며 다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별의 끝엔 아쉬움과 슬픔이 있지만 거기엔 또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나 설렘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하여 마미와 난 이별의 순간을 맞아야 했다. (pp.169~170)
▣ 기쁨은 슬픔을 동반하고, 빛은 어둠을 몰고 온다!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굴곡진 인물들, 그 속의 M
M의 타고난 돈복은 미군부대 내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마미와 M은 미군부대 내 땅굴 파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으나 지배인 ‘송 씨 아저씨’의 아량으로 PX에 물건을 조달하게 된다. 마미는 부대 내에 비싼 양주를 몰래 훔쳐 와 시중에 비싸게 팔았으며, 구덩이 아래에서 미군들의 사랑을 받아주며 돈을 벌었다. 여전히 M은 마미 옆에서 노래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미는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돈을 벌 수 있었고, “이제는 여관방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으로 부동산을 찾아가 전세를 구한다.
미군들과 이미 얼굴을 튼 마미와 난 외상값을 받으러 왔다고 하면 신분증 없이도 캠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도 마미의 커다란 치마는 아주 유용했다. 마미는 치마 안에 고무줄이 탄탄한 몸뻬 바지를 입었다. 발목 부분엔 고무줄을 몇 개나 집어넣어 흘러내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마미는 가랑이가 터지기 직전까지, 발목에 있는 고무줄이 늘어나기 직전까지 술병을 넣었다. 병당 마진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이 가져갈수록 이익이었다. 마미는 혹시라도 술병이 깨질지 모른다며 술병 사이에다가 이들을 완충시켜 줄 담뱃갑을 끼워 넣었다. 그 역시 밀수품의 하나였기에 손해 볼 건 없었다. 마미는 술과 담배를 욕심껏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욕심일 뿐이었다. (중략) 그녀 뒤로 지나가던 군인들도 걸음을 멈추고 마미를 지켜봤다. 너무도 어설픈 밀수에 입을 쩍 벌렸고 누군가는 입을 막고 웃음을 참았다. 마미를 제지하려는 군인을 또 다른 군인이 슬쩍 팔을 잡으며 눈짓했다. 모두 하나가 되어 마미를 놀려주고 싶어 했다. (pp.193~194)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