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 시리즈 작가 22인의 ‘싫어하는 음식’ 대잔치!
“세상에 음식은 많고, 하나 정도는 마음껏 싫어해도 되지 않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론칭한 이후 꾸준히 출간을 이어오고 있는 세미콜론 음식 에세이 ‘띵 시리즈’. 그동안 치즈, 고등어, 라면, 훠궈, 평양냉면, 짜장면, 카레, 삼각김밥과 같은 한 가지 분명한 음식부터 조식, 해장 음식, 그리너리 푸드, 프랑스식 자취 요리, 엄마 박완서의 부엌, 용기의 맛, 병원의 밥, 식탁 독립 등 좀 더 폭넓은 음식 관련 주제에 이르기까지, 애정이 듬뿍 담긴 음식에 관한 푸드 에세이 시리즈로 자리매김해 지금까지 열여섯 권을 출간했다. 현재 계획되어 있는 근간으로 바게트, 돈가스, 팥, 아이스크림, 멕시칸 푸드, 소설가의 마감식, 직장인의 점심시간 등 열네 가지 주제가 더 있으며, 이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22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선보이는 이번 열일곱 번째 띵 시리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아닌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고 싶은 마음’으로 22인의 작가들이 모였다. 모두 앞서 언급한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책을 출간했거나 출간이 예정되어 있는 띵 시리즈 작가들이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동자가 커지고 목소리를 높여온 작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주제는 다름 아닌, ‘싫어하는 음식’. 고수, 오이처럼 특정 재료를 싫어하는 사람이 식당에서 주문할 때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하는 이 한마디를 제목으로 삼았다.
좋아하는 대상과 그에 대한 마음을 다룬 에세이는 정말 많다. 좋아하는 것을 힘껏 좋아하는 그 마음만으로도 분명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기운들이 마구 차오른다. 물론 띵 시리즈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도 대부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골라 전시하는 데 익숙한 편이고, 우리는 의외로 ‘싫어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싫어하는 음식’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 대부분이 원고를 넘기며 “그동안 싫어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생각하거나 글로 써볼 기회가 흔치 않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물론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좋은 것만 옆에 두고 보기에도 시간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단순히 “그냥 싫어.”가 아니라 “너무 싫어.”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는 수많은 내적 근거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을 너머 한 사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가치관으로까지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역사는 길든 짧든 하나쯤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나 선언으로부터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경험에서 시작되어 인생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좋아하는 건 좋아한다고 말하기, 싫어하는 건 싫어한다고 말하기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너무 좋아."라거나 "너무 싫어."라고 말하기
이 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각자의 취향이란 정말 고유해서 서로 얽히고설키다가 때로 교차하며 엇갈린다는 점이다. 김미정은 좋아하는 음식 ‘치킨’을 주제로 띵 시리즈에 참여하기로 한 반면, 신지민은 이번 앤솔러지에서 ‘닭’을 싫어하게 된 계기와 잊지 못할 에피소드에 대해 썼다. 같은 경우가 한 번 더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떡볶이’를 주제로 띵 시리즈에 참여하기로 한 김겨울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음식 앤솔러지에 ‘떡볶이’로 참여한 봉달호가 있다. 이들은 “어떻게 닭이 싫어?” “어떻게 떡볶이가 싫을 수 있지?” 하며 서로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겠지만, ‘싫어하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한배를 탔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절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 전환을 위해 찾는 달달한 디저트류를 마다하는 김겨울에게는 짜장면의 ‘단맛’조차 불쾌하며, 짜장면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물었던 박찬일은 짜장면의 짝꿍 ‘단무지’는 또 싫다고 말한다. ‘그리너리 푸드’를 좋아해 온갖 채소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던 한은형도 ‘팽이버섯’만큼은 좋아할 수 없음을 넘어 절대 먹지 못하는 것 또한 예상치 못한 대목이다.
그뿐 아니다. 300명이 넘는 군중 앞에서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은 누워서 떡 먹기인 김민철도 여러 명이 모이는 ‘회식’ 자리에서만큼은 낯가림이 발동한다. 라면을 사랑하는 윤이나는 아무리 짜고 맵더라도 색깔이 ‘하얀’ 음식에서는 맛있다고 느낄 수 없다. 마트에서 파인애플을 잘라 시식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하현도 파인애플을 토핑으로 올린 ‘하와이안 피자’는 질색이다. 두 아이의 아빠 서효인은 ‘노키즈존’이라며 아이들을 받지 않는 식당엔 가지 않으며, 안서영은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만 굳이 ‘줄 서서 먹는 맛집’까지는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또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끼 손수 차려 먹는 자취 요리의 즐거움을 설파한 이재호도 ‘혼밥’은 하고 싶지 않다. 김민지는 식당을 운영하지만 배달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느니 차라리 굶겠다고 선언한다.
초콜릿은 ‘너무’ 좋지만 ‘민트초코’는 ‘너무’ 싫은 고수리도 있고,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두족류’는 먹을 수 없는 정의석도 있다. 완두콩이 너무 ‘예뻐서’ 가끔 밥에 넣어 먹을 순 있어도 그 외의 모든 콩을 활용한 ‘콩밥’은 도무지 삼킬 수 없는 김자혜도 있다. ‘알로에’가 너무 끔찍해서 비슷한 제형의 스킨과 로션도 거부하는 김미정이 있고, 바다 가까이에서 태어나 온갖 해산물을 잘 먹지만 ‘생선회’만큼은 도무지 무슨 맛인지 즐길 수 없다는 정연주도 있다.
오래전 청소년 필독서였던 어느 자기계발서에 솔깃하여 먹어보았으나 ‘그냥’ 맛이 없었던 이수희의 ‘마시멜로’도 있고, 보기만 해도 서러웠던 어린 시절을 기억에서 소환해내는 임진아의 ‘김밥 꽁다리’도 있다. 자제력을 잃고 접시에 가득가득 담아대던 자신의 모습이 미워진 김현민의 ‘뷔페’도 있으며, 할머니에 선언에 따른 것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먹지 않게 된 호원숙의 ‘보신탕’이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해외 출장이 밥 먹듯 잦았던 허윤선에게도 ‘기내식’은 영 답답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이렇듯 특정 음식을 싫어하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체질에 맞지 않아서, 성격에 맞지 않아서, 충격적인 사진을 봐서, 어느 책을 읽고 나서부터, 식감이 별로여서, 색깔이 희멀건해서, 어릴 적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 자꾸 목구멍에 걸려서, 슬픈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집착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서, 그저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저런 저마다의 사연들로 각자 싫어하는 음식의 전당에 오른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먹먹하게 펼쳐진다.
몹시 단호하지만 결코 무례하지는 않게,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할 용기
우리는 유독 다른 사람 앞에서 ‘호불호’를 드러내는 일을 어려워하고, 특히 ‘불호’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칫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고,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한다. 어디 음식뿐이랴. 우리 인생 곳곳에는 생각만 해도 싫은 것들이 여럿 존재한다. 싫어하는 것에 좀 더 분명히 눈을 뜨고 그것과 조금이라도 거리두기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조금 더 간결해지고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의 요소를 이해하면서 동시에 반대로 나를 이루지 못하는 것들의 목록도 스스로 정리해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라는 말은 몹시 단호하지만 결코 무례하지는 않다. 아무도 해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지키는 간단한 말 한마디에 이 책의 핵심이 모두 들어 있다.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여행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