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리뷰 오브 사이언스 픽션'의 발행인이자 과학소설 전문 편집자인 데이비드 하트웰은 해마다 을 발표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03년 6월에 출간된 것으로, 2002년 한해 동안 각종 과학소설 잡지나 웹진에 실린 작품들 중에서 선정된 스물세 편의 SF 단편이 실려있다. 사이버 펑크의 출발을 알린 브루스 스털링의 '천국에서', 판타지와 SF를 오가며 걸작을 발표해온 어슐러 르 귄이 특유의 서정적 필치로 그려낸 '안사락족의 계절', <쿼런틴>의 작가 그렉 이건이 양자역학을 토대로 쓴 특별한 생명 이야기 '단일체' 등 익히 알려진 거장들의 작품 외에, 재기발랄한 신예 작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각 단편들 대부분 충실한 완성도와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남성.여성.중성이 모인 집단 인격체 '곡스햇'을 중세 음유시인처럼 묘사하는가 하면('방랑자의 시'),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와 조우하는 인간을 그린 이야기('슬로 라이프')도 있다. 먼 미래 모네의 그림을 소재로 제국주의와 문화적 충돌을 은유하기도 하고('미술관에서 보낸 어느 한가한 하루'), 페로의 동화 '장화 신은 고양이'를 SF적으로 패러디한 작품('에일로라')도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익숙한 소재들의 개성적 변용, 안정적이고 간결하게 잘 씌어진 단편들이 흡족하게 와닿는다. 660여 페이지 안에 빼곡히 담긴 각 단편들의 함량은 모자람이 없고, 거울처럼 반짝이는 은색표지의 책은 반양장으로 제책하여 두께에 비해 가볍게 들린다. 문단의 최신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썩 훌륭한 SF 단편집.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