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젊은 작가들, 새로운 SF를 꿈꾸다
문학의 장르 경계를 초월하는 SF 시리즈 〈초월〉의 첫 소설선
출간 예정작 5편의 프리퀄을 엮은 중·단편 SF 앤솔러지
SF라는 새로운 문학의 흐름에 뛰어든 한국의 젊은 작가들
기존 문학의 질서와 경계를 초월하는 한국 SF 시리즈의 탄생
앙팡 테리블. 장 콕토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이 프랑스어는, 감탄을 자아내는 천재성으로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는 신인을 가리키는 말로도, 그리고 기성세대의 관념과 권위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말로도 즐겨 사용된다. 2019년, ‘김초엽’이라는 앙팡 테리블의 등장으로 한국 문학의 기존 질서는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에 이르러, SF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읽고 쓰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명실상부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문학의 흐름이 된 SF. 이 새로운 문학의 흐름 속에서, 다섯 명의 앙팡 테리블이 새로운 SF 세계를 선보인다.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중편소설 『북해에서』 등을 펴내며 자신만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문학 세계를 인정받아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현대문학상과 문지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랐던 ‘우다영’,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경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 등을 펴내며 일상에 침투한 작은 종말에서 비롯된 다양한 장르적 세계를 선보이며 대중에 큰 사랑을 받아온 ‘조예은’, 시집 『책기둥』, 문학 에세이『일기시대』등을 펴내며 전위적이고 과감한 상상력과 더불어 자신만의 묵묵하고 건강한 감수성을 인정받아 2017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2022년 현대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랐던 ‘문보영’, 소설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장편소설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등을 펴내며 사회의 부조리함을 시원하게 비트는 독보적인 하이퍼리얼리즘 SF로 MZ 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심너울’,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더 셜리 클럽』등을 펴내며 드넓은 스펙트럼의 여성 서사와 사랑과 연대의 상상력을 인정받아 2018년 한겨레문학상, 2021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던 ‘박서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전부터 독특한 상상력과 발랄한 문체로 자신만의 스타일과 세계를 구축해왔던 5명의 젊은 작가들. 젊은 세대의 세계관과 감수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기존 문학이 가지고 있던 장르 질서와 경계를 초월하는 새로운 SF가 펼쳐진다. 그리고 허블은 그 앙팡 테리블들과 ‘초월’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자 한다. 이번에 첫 소설선을 선보이는 〈허블 초월 시리즈〉는, 현재 우다영,조예은, 문보영, 심너울, 박서련을 포함해 김희선, 전하영, 강화길, 천선란 등 14명의 작가가 함께 준비 중이다.
우다영·조예은·문보영·심너울·박서련의 SF 세계를 미리 경험하다
시리즈 출간 예정작의 세계관과 연결된 5편의 프리퀄 앤솔러지
프리퀄은 특정 작품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내용을 다루는 작품을 일컫는 말로, 일반적으로 이미 만들어진 작품의 속편을 뜻한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프리퀄 작품들은 출발점이나 기준으로 삼을 전작이 없다. 즉, 미래에만 존재했어야 할 SF 세계가, 중·단편소설의 형태로 미리 탄생한 것이다. 그리하여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에게 도달한 다섯 작가의 SF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것은 다음과 같다. 기존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유토피아·디스토피아를 초월한 SF 세계, 그리고 갓 탄생하여 혼란스럽고 불안한 세계에서 불안을 견디며 배우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유토피아는 인간의 잠재력을 칭송하는 세계이고 디스토피아는 인간의 악마성을 부각하는 세계라고 한다면, 한국 문학의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세계는 유토피아도 아니고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피할 수 없는 대재앙이 임박한 또는 인간의 욕심이 초래한 재앙 탓에 죽어가는 세계일지라도, 다섯 작가가 창조한 주인공들은 온 힘을 다해 살아가고 서로와 연대하며 사랑한다. 그렇기에 염세적인 세계일지라도, 주인공들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최소한 희망적이다.
이렇듯 희망의 목소리가 담긴 SF 세계가 젊은 작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은, 지금의 한국 문학 독자들, 특히 젊은 세대 독자들이 호출한 결과로 보여진다. 앞서 기존의 위계와 차별을 지우면서 서로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연대하는 SF 세계를 ‘김초엽’을 위시한 젊은 작가들이 그려냈고, 그 세계에 젊은 세대의 독자가 큰 관심과 사랑을 보내왔다. 즉, 문학의 젊은 세대가 공감과 연대를 다루는 SF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음을 투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리하여 앞서 SF에 관심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다섯 작가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각기 다른 SF 세계를 구축했다. 허블은 이번 앤솔러지가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적절한 응답이 되리라 기대한다.
우다영·문보영·박서련, “초월”처럼 갓 태어난 SF 세계의 출발점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차오르는 세계의 사랑
이번 앤솔러지에 참여한 다섯 작가 중 SF의 라벨을 단 소설을 처음 발표한 작가가 있는데, 바로 우다영, 문보영, 박서련이다. 세 작가의 SF 세계는 인간과 비인간(각각 신, 로봇, 외계인) 사이에서 차오르는 사랑을 다룬다.
우다영의 「긴 예지」는 대재앙이 임박한 미래를 보게 된 수많은 예지 능력자들이, 자신들이 본 미래를 데이터화해 예지 능력을 갖춘 AI를 만들어 재앙을 피하려 노력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세상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한 예지자가 예지 능력을 가진 동료들과 관계를 유대를 쌓아가고, 그렇게 다시금 세상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어 종말을 막고자 미래를 초월한 어떤 세계로 나아가려는 이야기다.
문보영의 「슬프지 않은 기억칩」은 인간처럼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하는 AI 로봇들이 인간의 유년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SF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인간처럼 기억 데이터가 점차 사라지도록 만들어진 감쇠기가 함께 장착된 로봇들이, 로봇 동료들끼리 모여 기억의 공백을 채우고 수수께끼를 해결해 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 가는 이야기다.
박서련의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은 우주관광이 상용화된 미래에 지구가 어떤 외계 행성의 내세인 SF?세계를 그리고 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지구인으로 환생한 모습을 보러 온 외계인 관광객을 접대하게 된 우주관광 회사 직원이, 매력적인 외모와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외계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리하여 자신에 대해서 나아가 외계인에 대한 사랑까지 깨달아 가는 이야기다.
조예은·심너울, “만월”처럼 가득 차오르는 SF 세계의 분기점
비틀린 일상에서도 차오르는 세계의 사랑
이번 앤솔러지에 참여한 다섯 작가 중 앞서 SF의 라벨을 단 소설을 발표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조예은과 심너울이다. 두 작가의 SF 세계는 SF적 사건으로 비틀린 일상에서도 인간 사이에 차오르는 사랑을 다룬다.
조예은의 「돌아오는 호수에서」는 무엇이든 집어 삼키는 신비로운 호수와 그 호수에 온갖 것을 버리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결국 임계점에 다다른 호수가 폐기물로 뒤섞인 괴물을 뱉어내는 SF 세계를 그리고 있다. 호수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물건을 버리며 사랑과 우정을 쌓아가던 두 소녀가, 괴물의 탄생하는 대재앙 속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다.
심너울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는 운석 충돌 이후 퍼져나간 외계 바이러스에 의해 괴물의 형상과 초능력을 가지게 된 소수의 사람들이 탄생하고 그들의 막강한 초능력을 이용하기에 위해 정부 기관이 초능력자들을 통제하는 SF 세계를 그리고 있다. 운석 충돌 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괴물이 된 두 남매가, 사회에 적응할 것이냐 말것이냐로 갈등하는 과정에서 각자 자신의 소통 문제를 깨닫고 서로에 대해 이해해 나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