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의
차별과 편견을 허무는 특별한 가족, 또리네 집
장차현실의 자전적 만화 《또리네 집》이 15년 만에 완결되었다. 월간지 <개똥이네 집>에 2006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지금까지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만화 ‘장차현실 만화-또리네 집’은 발달장애인 은혜와 함께 살아가는 또리네 가족 이야기이다. 《또리네 집 ①나 땜에 너 땜에 산다》가 출간된 지 5년 만에 완결된 《또리네 집 ②니들이 나를 책임져라》에서는 발달장애인 은혜가 플리마켓에서 사람들 얼굴을 그리며 화가로 자리매김하고, 또리네 식구들이 행복을 일구어 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또리네 집》은 일상을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만화로 그려 내면서 독자들에게 장애와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 15년 만에 완결된 발달장애 은혜와 또리네 식구가 살아가는 이야기
주부이자 살림꾼인 아빠,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딸, 늦둥이 막내아들, 만화로 밥벌이하며 가장 노릇하는 엄마가 또리네 집 식구들이다. 하나같이 별난 가족, 또리네 집 식구들의 때론 즐겁고 행복하지만, 가끔은 징글맞고 짠한 이야기가 두 권의 만화책으로 완결되었다. 늦둥이 막내아들 또리가 2006년에 갓 태어나고부터 월간지 <개똥이네 집>에 ‘장차현실 만화-또리네 집’ 이야기가 연재된 지 15년 만이다.
다른 장애보다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다운증후군 은혜 씨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하지 못하면서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시선이 싫어 ‘시선강박증’을 앓고 또리네 식구들도 은혜 씨 앞에서는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은혜 씨가 천 명의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은혜 씨의 변화는 식구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그 시간 동안 또리는 중학생으로 성장하고, 살림꾼 아빠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식구들을 이고 지고 가장 노릇하던 엄마는 식구들과 그 짐을 조금은 나눠 질 수 있게 되었다.
❚ 길이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은혜 씨와 그 길을 함께 걷는 또리네 가족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는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성인이 되어도 장애인 자녀를 뒷바라지해야 하는 부모, 어릴 때부터 장애인 형제를 돌보는 책임을 지게 되는 비장애 형제자매의 마음을 비장애인이 잘 알 수 없다. 만화 《또리네 집》은 만화가 장차현실의 시선으로, 때로는 은혜 씨보다 열다섯 살 어린 동생 또리의 시선으로 장애를 가진 식구가 있는 가정의 모습을 현실 그대로 담아낸다.
만화가 장차현실은 “장애가 있는 식구가 행복하지 못하면 그 가족 역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리네 식구들은 장애인 은혜 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느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은혜 씨가 자기 욕망과 감정에 솔직할 수 있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지원한다. 그러다 은혜 씨는 엄마가 운영하는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던 학생들을 따라 우연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전문적인 미술 교육 없이도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성장했다.
만화 《또리네 집》은 장애인은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 준다. 가족의 장애를 ‘장애’가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건강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편견을 허물 수 있을 것이다.
❚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만화가 장차현실은 스물여섯 살에 다운증후군 딸 은혜를 낳고, 은혜와 함께 살아오며 장애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 들을 만화로 이야기하며 여성과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에 맞서고 있다. 30년 넘게 차별을 없애고 장애 인권을 위해 애쓰는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9월 제17회 서울시성평등상을 받았다.
만화책 《또리네 집 ②니들이 나를 책임져라》에서는 은혜 씨가 학년기를 넘어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면서, 장차현실의 사회 참여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장애인을 등급으로 나누는 장애등급제(2장 ‘거지모녀’), 장애인 부양의무제와 국가책임제(3장 ‘삭발’, ‘농성장으로 가자’), 현실과 사회적 여건에 부딪쳐 한 번도 비행기를 타 보지 못한 발달장애인들을 모아 전세 비행기를 빌리고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오는 ‘효니 프로젝트’(3장 ‘비행기 타요1~3’)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장차현실은 장애인이나 소수자 문제에 무관심으로 방치하는 사회에 절망하며 주저앉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남들과 조금 다른 가족, 하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또리네. 작가는 자기 일상을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만화로 그려 내면서 독자들에게 장애와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만화 《또리네 집》이 장애와 비장애의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