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노벨문학상 수상
헤르타 뮐러의 최신 화제작!
언어로 만든 예술품, 이 책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_포쿠스
“상황은 처참했다. 문자는 아름다웠다.
나는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문학의 명예였다.”
_헤르타 뮐러
『숨그네』는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독일 소년의 삶을 충격적이고 강렬한 시적 언어로 밀도 있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숨그네』는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삶의 한 현장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루마니아 독재 치하에서 비밀경찰에 협조를 거부하며 독일로 망명한 헤르타 뮐러가, 자신처럼 망명한 시인이자 실제 수용소 생존자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구술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증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헤르타 뮐러의 2009년 대표작이다.
작품 소개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문학적 증인 헤르타 뮐러,
침묵 뒤로 숨은 말을 찾아나서다
주인공 레오폴트 아우베르크가 소련의 강제노동 수용소로 떠나던 날 들었던 마지막 말 “너는 돌아올 거야”는 2006년 작고한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가 수용소로 떠나던 날 들었던 마지막 말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숨그네』는 뷔히너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자, 실제 우크라이나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오 년을 보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그의 체험은 독일계 소수민이었던 헤르타 뮐러의 전(前) 세대가 공유했던 체험이기도 했다. (헤르타 뮐러의 어머니도 수용소에서 오 년을 보냈다.) 헤르타 뮐러는 이차대전 후 수용소 생활을 했던 독일계 소수민들의 비극적 운명에 주목한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간인들이 유배되었기 때문에, 나는 집단적 죄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에 민간인들이 차출되었고, 아주 나이 어린 사람들, 자기 손으로 아무런 죄를 짓지 않은 열일곱 살짜리도 포함되었다. 나치 독일의 범죄가 없었다면 유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할 요소다. 그런 일이 맑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경우는 없으니까.”_헤르타 뮐러 (노벨 재단 인터뷰 中)
헤르타 뮐러의 아버지 또한 이차대전 당시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되었다가 돌아왔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에서 오 년간 노역했다. 단지 히틀러의 동족인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던 마을 사람들은 돌아와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침묵의 무게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뮐러는 침묵 뒤로 숨은 말들을 찾아나섰다. 2001년, 헤르타 뮐러는 강제추방 당했던 마을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동료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도 추방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뮐러는 파스티오르의 경험담을 받아 적었고 두 사람은 함께 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2006년 10월 파스티오르가 돌연 세상을 떠나자 뮐러는 일 년여 가까이 글을 쓰지 못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8월 17일 그녀의 생일에,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소설 『숨그네』를 발표한다.
인간성이 사라진 극단의 땅으로의 추방,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숨그네』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학대받은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다.”_헤르타 뮐러
루마니아 1945년. 이차대전이 끝나고 루마니아에 살던 독일계 소수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소련은 폐허가 된 땅을 재건하기 위해 그들을 강제로 징집한다. “순찰대가 나를 데리러 온 건 1945년 1월 15일 새벽 세시였다. 영하 15도, 추위는 점점 심해졌다.” 열일곱 살의 소년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숨그네』는 레오폴트 아우베르크의 이야기이자 그와 함께 수용소에 있었던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죽음이 결정된 집단학살 수용소가 아닌 노동 수용소에서의 오 년 동안, 기본적인 욕구만 남은 고통스러운 일상과 단조롭고 끝없는 고독을 경험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늘 굶주림이 있다.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대도시로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한 후에도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수용소는 계속 그의 안에 있다. 헤르타 뮐러의 신작소설 『숨그네』는 ‘생존자’에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은 비참한 경험을 보여준다.
숨 막히는 공포와 불안에 맞선 신비로운 시적 언어,
소설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언어 예술!
“상황은 처참했다. 문자는 아름다웠다.
나는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문학의 명예였다.” _헤르타 뮐러
『숨그네』는 강제노동 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수용소’ 문학, 혹은 기록 문학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수용소에서의 공포와 불안을 강렬한 시적 언어로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수용소 안의 강제노동자들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단절되고 이전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다. 기존의 언어로는 비현실적이기조차 한 ‘수용소’를 표현해낼 수 없다. 동시에 이 작품에서 언어는 수용소가 아닌, 존재하지 않지만 희망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된다. 이를 위해 헤르타 뮐러는 그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조어들을 탄생시킨다. ‘숨그네’‘배고픈 천사’‘양철키스’‘심장삽’‘감자인간’‘석회여인’‘볼빵’등은 독일어로 이루어진 말이지만 정작 독일어에는 없는 말이며, 두 단어가 합쳐져 새로운 상징어가 된다. ‘숨그네’는 ‘숨’과 ‘그네’라는 말이 합쳐져 인간의 숨이 그네처럼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단어로 재탄생한다.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면서 가쁘게 흔들리는 숨그네는 수용소에서의 오 년 동안 강제노동자들과 언제나 함께한다. 헤르타 뮐러의 언어는 독자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수용소의 일상을 머릿속에 섬뜩하리만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넣는다. 헤르타 뮐러는 주인공의 운명뿐만 아니라 그 경험의 핵심을 미적으로 시화한다. 인간의 남은 삶 전체를 결정짓는 통렬한 경험, 그 원초적인 고통을 거장의 솜씨로 설득력 있게 묘사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