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찌뿌드드 굳어 있던 마음을 깨우는 반달곰 당깨 씨의 우렁찬 외침 “페인트칠하러 왔당께요!” 반달곰 당깨 씨는 성실한 페인트공입니다. 작업실 벽에 붙은 ‘올해의 별점왕’ 타이틀이 그의 빈틈없는 실력을 증명하고, 가지런히 정돈된 도구들에는 당깨 씨만의 긍지가 묻어 있지요. 여느 때처럼 잠들기 전 메일을 확인하니 산딸기 아파트에서 의뢰가 왔네요. 아침이 밝자 수레를 꾸려 길을 나선 당깨 씨.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 큰 소리로 외칩니다. “저 거시기, 페인트칠하러 왔당께요.” 이 정다운 5층짜리 아파트에는 어떤 주민들이 살고 있을까요? 여기저기 거닐기를 즐기는 주미경 작가가 글을 쓰고, 작업실로 비치는 햇살을 좋아하는 민승지 화가가 그림을 그린 『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어요』는 찌뿌드드 뭉쳐 있던 마음이 풀어지는 봄날의 마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럼, 1층 문부터 차례차례 두드려 볼까요? 똑똑! 까칠한 호두 선생과 조심성 많은 도야 아주머니, 목소리가 너무 큰 아오 할아버지와 호기심 대장 까망코까지 개성 만점 주민들의 마음속에 하나씩 숨어 있는 작은 바람들 아파트를 무슨 색으로 칠할지 정해야 하는데, 어쩐지 아무도 나와 보지를 않습니다. 당깨 씨는 계단을 오르며 주민들을 만나 보기로 합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1층 문 뒤에서 등장한 것은 뜻밖에도 당깨 씨가 무려 일곱 번이나 읽은 인기 시리즈 <호두 선생의 호기심 여행>의 작가 호두 선생입니다! 반가움도 잠시, 2층에 올라가면 슬리퍼 좀 사시라고 전해 달라는 말만 떠안기고 들어가네요. 2층, 3층, 4층에서도 실패하고 겨우겨우 5층에 도착하니 꼬마 산양 까망코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가 아침 일찍 나가셔서 혼자 놀고 있던 까망코는 당깨 씨가 이웃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다 들은 모양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까망코는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음, 색칠하지 말고요. 층마다 집주인이 그려 달라는 그림을 그려 주세요.” 듣고 보니 그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메모지를 꺼내 주민들의 희망을 받아적은 당깨 씨, 다음 날부터 기운차게 시작하기로 합니다. 봄비를 머금은 듯 따스한 붓으로 그려진, 무언가 조금씩 잃어버린 우리들의 이야기 5층 벽에 세상에서 제일 편한 의자를, 3층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찻잔 두 개를, 2층에 먹음직스러운 피자를 그리는 동안 호기심 많은 까망코는 날마다 먼저 나와서 당깨 씨를 기다립니다. 커다란 붓에 페인트를 듬뿍 묻혀 커다란 벽에 커다란 그림을 쓱쓱 그리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워요. 당깨 씨의 붓에서는 노란 햇살이 태어나고, ‘따뜻하다’도, ‘보고 싶다’도 태어납니다. 텅 비어 있던 외벽이 아름다운 그림들로 채워져 가면서, 빼꼼 열린 문 뒤에 감추어져 있던 이웃들의 이야기가 살금살금 흘러나와 산딸기 아파트 마당에 자리를 잡습니다. 슬쩍 보이던 도야 아주머니네 집이 썰렁했던 이유도, 까망코가 엄마에게 의자를 선물하고 싶었던 사연도, 날이 갈수록 목청이 커지는 아오 할아버지는 왜 매일 두건을 쓰는지에 대해서도요. 서쪽 하늘의 산딸기색 저녁놀이 세상을 빠짐없이 물들일 때 마침내 닷새째 날, 가장 어려운 그림이 남았습니다. 1층 벽에 ‘아무거나’를 그려야 하거든요. 과연 당깨 씨는 이 마지막 미션까지 완수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 그나저나, 애초에 아파트를 칠해 달라고 연락한 건 대체 누구였을까요? 그림책 『산딸기 아파트에 봄이 왔어요』는 주미경 작가의 동화집 『와우의 첫 책』 속에 실린 단편 「당깨 씨와 산딸기 아파트」를 다시 쓴 작품입니다. “부드럽게 입에 붙지만 어딘지 모르게 운율이 새로워서 이 작가만의 문체가 도톰하게 느껴진다.”(김지은, 『와우의 첫 책』 심사평에서)라는 평을 받았던 주미경 작가의 문장은 그림책이라는 네모진 마당 안에서 한결 자유롭게 움직이며 즐거운 리듬을 전합니다. 민승지 화가만의 천진하고 무구한 표현과 사랑스러운 세부는 이 세계를 기분 좋은 봄날의 온도로 채우고 있어요. 제각기 생긴 의자에 모두가 나란히 앉아 아름다운 저녁놀을 바라보는 장면에 이르면 우리는 이 봄날이 선사하는 선물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누군가의 마음 안에 빠져 있는 조각을 채울 수 있는 퍼즐이 어쩌면 내 손에 들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마지막 책장을 넘길 무렵에는 기꺼이 그것을 내어주고 싶어지는 마음과 함께, 깨끗이 닦은 유리병에 담긴 산딸기잼의 맛처럼 달콤한 감동이 기다립니다. 당깨 씨, 언젠가 우리 동네에도 와 주실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