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의 별 같은 순간은 이후 수십 수백 년의 역사를 결정한다. 보통은 평온하게 전후로 나란히 일어나던 일이 단 한순간 속에 응축되어 나타나고, 그러고 나면 그 순간은 역사상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 유럽 문학계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는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열두 인물의 극적인 생애를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엮어낸다. 하룻밤 사이 70척의 배를 끌고 산을 넘어가 비잔티움을 포위한 메흐메트 2세와 기적적으로 부활해 불멸의 음악을 탄생시킨 헨델, 열아홉 소녀를 사랑하게 된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늙은 괴테, 비극적이고도 장엄하게 생을 마감한 남극 탐험가 로버트 스콧, 세계 역사를 향해 탄환처럼 날아가 큰 충격을 일으킨 레닌 등 장엄하고도 위대한 역사적 순간들이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난다. 세계 역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이 모두 위대했던 것만은 아니다.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패배를 불러온 그루시의 잘못된 판단과 하룻밤만에 프랑스의 국가가 될 노래를 만들었지만 정작 노래의 주인이 되지 못한 루제처럼, 츠바이크는 위대한 운명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그 안타까운 순간들에도 주목하며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낸다. 츠바이크는 “감히 어떤 작가가 역사를 능가해 스스로 각색하려 들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지만, 탁월한 이야기꾼이 들여주는 역사는 보통의 역사책과는 다르다. 그는 풍부한 상상력과 세밀한 문체를 통해 지루한 역사책 속에 존재했던 인물들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비주얼 마스터 웨스 앤더슨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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