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나쁜 남자 최광희의
인생, 영화, 사랑에 대한 달콤 쌉쌀한 에세이
이 에세이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영화 저널리스트가 영화 얘기나 하지 뭔 사람 얘기냐고? 천만의 말씀! 영화는 우리 삶의 CCTV와도 같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란 말이다. 그러니 영화밥 먹는 영화 저널리스트가 사람 이야기에 관심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비스토커》에서는 자타공인 영화 스토커(무비 스토커) 최광희가 영화 대변인(무비스 토커)으로 나서서 영화가 바라본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어장관리의 신기술, 얼굴 빠지는 건 용서해도 몸매 빠지는 건 용서 못 하는 사람들,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이 감정 자판기를 찾듯 영화관에 가는 불편한 진실까지, 영화계의 까칠 마력남 최광희는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우리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그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거침없이 까발리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 아픔을 발견해 따뜻하게 위로하기도 하면서 독자와 밀당을 한다. 이제 영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매력적인 스토커 최광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
영화로 엿보는 우리의 인생
영화 선택과 연애 성공의 함수를 알고 있는가? 어두컴컴한 곳에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 한창 작업 중인 여자 혹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면 당신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관에 간다고 다 된 것이 아니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분위기도 좋아지고 대화거리도 풍부해지지만, 영화가 너무 재미없다면 스킨십도 불가, 추후 분위기도 썰렁해지고 만다. ‘재미없는 영화를 선택한 남자 = 재미없는 남자’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 선택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다 영화 잘못 골라 여자에게 차여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반도의 흔한 술주정, 즉 옆 테이블 사람에게 욕하기, 지나가는 행인에게 이단옆차기 날리기, 대로변에서 숙면하기 등 남부럽지 않은 찌질함을 자랑한다. 필름 끊긴 다음 날에는, 자신에게 내재된 헐크를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배너 박사처럼 그도 전날의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다.
《무비스토커》에서는 이처럼 평범한 저자가 바라보는 영화처럼 찌질한, 영화처럼 아름다운, 영화처럼 슬픈 우리의 인생을 함께 살펴본다.
영화로 엿보는 우리 사회
<부러진 화살>에서 안성기는 말한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비단 사법체계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마더>에서 김혜자가 섬뜩하리만치 잘 보여주고 있는 내 자식만 살고보자는 일그러진 모성도 입시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흔히 보여주는 현실 속 모습이다. 선거는 또 어떤가? 정의의 히어로 배트맨은 죽고 조커들이 판을 치는 세상. 이 세상은 너무 각박하다.
사람들이 <반지의 제왕>은 사랑하고 똑같은 판타지 영화인 <판의 미로>에는 치를 떠는 이유를 알고 있는가? 재미가 없어서? 아니다. 꿈에서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판타지영화에서라도 꿈을 꾸고 싶으니, 꿈을 깨우는 판타지영화 따위 필요 없다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자신의 감정이 메말라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울라고 혹은 웃으라고 만든 기획영화로 몰린다. 9,000원짜리 감정자판기 영화에서 눈물과 웃음을 찾는 것이다.
《무비스토커》는 까칠남 최광희의 책답게 우리 사회의 감추고 싶은 이면들까지 대놓고 꼬집는다. 이 아픈 꼬집음 속에는 사랑의 매를 들고 난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이것은 러브레터이자 데스노트다
저자는 《무비스토커》에서 안 좋은 영화는 거침없이 까고, 절세미인 여배우도 어설픈 연기를 하면 욕한다. 하지만 좋은 영화에는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 식의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마디로 나쁜 남자 스타일의 책이랄까? 결국 이 책은 좋은 영화를 향한 열렬한 러브레터이자, 나쁜 영화를 향한 데스노트다.
까칠한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조차 사랑에 빠지게 만든 영화는 무엇일까? 그가 사랑하는 영화들은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영화들이 아니다. 우리의 삶과 세상을 잘 담아내고, 현실에 대한 설득력 있는 환기로 작용하는 영화들이다. <부러진 화살> <디스트릭트 9> <아바타> 등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담아내는 데 성공한 영화들을 살펴본다.
반대로 나쁜 영화를 논할 때는 저자 특유의 까칠함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의 심기를 건드린 영화는 무엇일까? <트와일라잇> <이끼> <트랜스포머> 등 제돈 주고 보기 아까운 영화, 구성에서 내용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고,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영화들을 말한다.
《무비스토커》는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착한 남자 스타일의 다정다감한 에세이는 아니다. 까칠함 속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나쁜 남자처럼 이 책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들로 가득 차 있다.
조금은 삐딱한 영화 저널리스트의 영화 속 세상 읽기
영화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와 바람들이 한 편의 영화가 되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단순히 재밋거리로만 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발견해 웃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필름 속 이야기라는 틀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영화 이야기와 반대로 영화 속으로 들어간 세상의 모습을 담았다. 이제 영화는 우리의 잘못을 꼬집는 손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몰랐던 누군가와 소통하게 되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며,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랜 시간 영화 저널리스트로서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세상을 담은 영화 이야기와 우리 일상에 뚜렷이 새겨진 영화의 흔적들은 영화 같은 인생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여행이 된다.
『FILIM2.0』 『북&』 『빅이슈』 등에 연재되었던 칼럼들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모았던 것들을 엄선하고 새로운 글을 가득 담아 만든 이 책은 영화계 마성의 남자 최광희의 팬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