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두고 온 것 7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45
윤광호 85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 125
9월은 멀어진 사람을 위한 기도 169
알 것 같은 밤과 대부분의 끝 211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 247
작가의 말 301
작품 해설 353
추천의 글 353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 小説
3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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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의 첫 소설집. 김병운은 첫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에서 자기 정체성을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결심한 배우 공상표의 용기를 다양한 형식적 재미를 곁들인 빼어난 서사로 풀어내며 주목받았다. 2년 만에 출간하는 첫 소설집에는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을 포함해 2020년 이후 발표한 7편의 작품이 실렸다. 김병운의 소설들이 포착하는 "인물들의 고요하면서도 격렬한 동요"(문학평론가 오은교)는 나를 드러내는 일의 어려움이라는 전작의 고민을 이으며 또 한 번 "다시 만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낸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에서 화자들은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뿐 아니라 타인의 자리까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 이야기의 출발점은 누구인가, 옆에 있는 이들과 함께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들은 자신을 뜯어낸 흔적을 여미고 타인이 머물렀던 자리를 응시하며, 신중하게 용기 내어 나아간다. "소설과 삶 사이의 복잡한 긴장을 버티"려 노력한다는 소설가 김병운의 더 깊어진 진실들이 세련된 문체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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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訳者
レビュー
30+目次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자기 진실성의 작가 김병운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수상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수록
* “김병운은 소중하다는 말로도 부족하고 어느새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김혼비(에세이스트)
* “이제 이 책은 다른 세상을 꿈꿔 왔던 이들에게, 내일의 당사자인 모두에게 도착한다. 이 작은 이야기들이 어떻게든 변형되고 연장되고 소용되고 살아나길 믿으며.” ―오은교(문학평론가)
김병운의 첫 소설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병운은 첫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에서 자기 정체성을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결심한 배우 공상표의 용기를 다양한 형식적 재미를 곁들인 빼어난 서사로 풀어내며 주목받았다. 2년 만에 출간하는 첫 소설집에는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을 포함해 2020년 이후 발표한 7편의 작품이 실렸다. 김병운의 소설들이 포착하는 “인물들의 고요하면서도 격렬한 동요”(문학평론가 오은교)는 나를 드러내는 일의 어려움이라는 전작의 고민을 이으며 또 한 번 “다시 만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낸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에서 화자들은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뿐 아니라 타인의 자리까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 이야기의 출발점은 누구인가, 옆에 있는 이들과 함께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들은 자신을 뜯어낸 흔적을 여미고 타인이 머물렀던 자리를 응시하며, 신중하게 용기 내어 나아간다. “소설과 삶 사이의 복잡한 긴장을 버티”려 노력한다는 소설가 김병운의 더 깊어진 진실들이 세련된 문체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 나를 이야기하는 용기
김병운의 소설이 공유하는 감각 중 하나는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 어떤 종류의 위화감이다. 연기를 하거나 소설을 쓰는 주인공들은 진짜 나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성 소수자에 대한 안일한 재현에 불만을 느낀다. 무력감과 불만에서 벗어나려면 나의 삶을 이야기에 끌어 와야 한다.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의견을 내야 한다. 분노와 불안, 해방감과 두려움의 뒤얽힘과 끝없는 자기 검열 끝에 화자들은 숨거나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고 나를 드러내 보기로 한다. “이렇게는 아니라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해 보기로 한다.(「한밤에 두고 온 것」) 그 끝에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웠다는” 자기 의심이 덧붙을 때면 그것조차 피하지 않은 채.(「윤광호」) 이 인물들의 끈기 있고 절박한 용기에 “소설이 삶에서 점점 희박해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뭐라도 해 보자는 심정으로 소설 속에 내 삶의 농도를 높였다.”라는 작가의 말이 겹쳐진다.
■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
나에 대한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성 소수자 정체성에 대해 쓰고 말하는 나 역시 성 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혐오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나에 대해 쓰기 어려운 만큼 타인에 대해 말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 머뭇거림에 당신이 쓸 소설은 ‘우리’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래서 당신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단호한 응답이 돌아올 때,(「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쓰는 일의 자격은 중요하지 않고 쓰는 이의 용기와 치열한 고민만이 남을 뿐이다. 나와 우리의 연결은 시간이 지나 드러나기도 한다. 소설가 지망생인 나에게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설을 쓰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윤광호 씨를 수신인으로 한 편지는 존재만으로 용기를 건넸던 이에게 보내는 뒤늦은 감사 인사다.(「윤광호」) 애도조차 할 수 없었던 친구의 죽음을 기록하는 일기는 없는 채로 나의 이야기 속에 살아 있는 이를 위한 애도의 편지다.(「9월은 멀어진 사람을 위한 기도」) 이 내밀한 형식의 소설들은 흔적을 남기고 간 이들을 기억하는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다.
■ 가깝고도 먼 사이에 놓아 둔 유머
가족은 가장 가까운 동시에 가장 먼 사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의무를 다하고 엄마와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사실 가족 앞에서 완전히 솔직했던 적은 없다. 친밀한 만큼 어려운 사이. 김병운이 그리는 가족 이야기의 매력은 그 모순된 거리감에서 발생하는 웃음을 능청스럽게 놓아 둔다는 데 있다. 나의 성 정체성을 짐작하지만 모른 척하는 것 같은 엄마 앞에서 “나는 고구마보다는 남자가 더 좋더라. 아니 감자가…….”라고 말실수할 때(「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 너는 결혼하지 말라는 사촌 누나의 말에 “뭐래, 나도 결혼할 거야.”라고 맞받아칠 때(「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 두 번 당할 수는 없어서 애인과 결혼만은 하기 싫었다는 엄마의 푸념을 듣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게 얼마나 큰 특권인지’에 대해 생각할 때(「알 것 같은 밤과 대부분의 끝」), 독자들은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대화에 웃다가도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 옆 사람과의 차이와 충돌을 예민하게 감지하면서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웃음과 유머로 그려 내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그 이야기들은 웃음의 온도만큼의 위로를 독자에게 착실하게 전달하고, 그 유머가 벌리는 틈만큼의 변화를 끝내 만들어 낸다.



천수경
5.0
나는 김병운과 김병운 소설들, 소설 속 인물들과 그들의 사랑과 슬픔, 앞으로 김병운의 몸 속에 생성될 모든 이야기들을 열렬히 지지한다. 걍 진짜로 소설 핵쌉개잘 쓰심.. 이 험악한 세상 속에서 진짜로 아름다운 게 뭐고,, 아름다움의 가능성이 어디에 놓여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계심,, 어디로 가서 뭘 찾아야 하는 건지 힌트를 주는 나침반 같은 소설들임. 장편이었던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도 그렇고 서사가 주말 드라마처럼 꿀잼인 점이 작가의 역량이나 취향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작가가 지키고자 하는 ‘예의’처럼 느껴짐. 그 정도로 소설의 구석 구석에 지구상 모든 인간한테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조심스러운 정성 같은 게 있음. 책 14000원인데 첫 단편인 <한밤에 두고 온 것>만 읽어도 14500원어치 감정을 느낄 수 있음.
최형우
4.5
자신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확실히 진실되고 깊이 있어졌다. 읽고 나면 감사하게 되는 글이 있다. 바로 이런 글이다. (2023.09.18.) <한밤에 두고 온 것> 4/5 그 사람의 진심, 외면하면 잊힐 줄 알았으나 더 큰 죄책감으로 남아 버렸다. 진심을 말하지 못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언제 올지 모를 내일에 진심을 말할 것을 약속한다. - 그녀는 한껏 격앙되었던 감정을 추스른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말은 꺼져 있는 줄도 몰랐던 내 안의 수많은 전구에 동시다발적으로 불을 밝혔다. "그런데요. 살다 보니 알겠어요. 그때 내가 그렇게 결혼한 건요, 가난 때문이 아니었어요. 나는 그냥 겁이 났던 거예요. 이러다 우리가 뭐라도 될까 봐, 나를 향한 순영이의 마음이 진실하다는 걸 아니까, 내가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원한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그런 건 잘못됐고 비참한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도망친 거예요. 그 애는 마지막까지 용기를 냈는데...... 나는 참 바보 같죠?" (38쪽)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4/5 진실되게 쓰기 위해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수정의 연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쓴다'는 것의 의미. 퀴어 작가들의 성숙과 성장에 관해 이야기한다. 수정되는 정체성도 다루고 있다. - "차라리 무성애자였으면 좋겠어. 아무 감정도 못 느꼈으면 좋겠고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면 좋겠어." /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걸 써 놓고도 까맣게 몰랐는지, (중략) 다시 만난 주호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을 때 주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념겼다. 자기는 내가 말하기 전까지 그 책에 그런 문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고, 사실 그런 편견은 이제 너무 뻔해 상처도 되지 않으니 더는 마음을 쓰지 말라고도 했다. (81-82쪽) - 나는 오래전부터 그날에 대해 써 보려고 한다. 뭔가를 써야 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날이 다가와 나를 건드렸을 뿐 아니라, 그날에 대해 쓰지 못하면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로부터 얼마만큼 멀어졌는지 나 자신에게조차 증명할 길이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날에 대해 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내 한계를 확인하고는 지운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투박한 나머지 우리를 흐릿하게 뭉개 놨다는 판단에 지우고,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성급한 나머지 우리를 매끄럽게 정리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지우며, 또 어느 날은 내가 쓴 것들이 모두 궁색한 자기변명 같다는 느낌에 지운다. 그리고 그렇게 지우고 또 지우다 보면 어김없이 어떤 대사를 마주한다. 끝내 지우지 못하는, 아니 모조리 지워도 속절없이 다시 쓰게 되는 그 대사를. / 내가 써낸 그 모든 실패들 속에서도 인주 씨는 한결같이 나를 보며 말한다. / "쓰면 좋겠어요.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 (83-84쪽) <윤광호> 4.5/5 사회에 떠다니는 공기에 관한 작품. 답답하고 유독한 공기가 끝내 젊은 투쟁가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 공기의 독성을 걷어내려는 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 눈물겨운 보고서. - 광호 씨, 11년 전 우리의 내기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겼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합니다. 당신은 그냥 이긴 것도 아니고 아주 크게 이겼어요. 왜냐하면 당신 앞에서 절대로 이쪽 얘기는 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던 제가 이제는 이쪽 얘기가 아닌 건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당신이 이겼기에 다행인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당혹스러워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당신을 자주 떠올리면서요.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어디든 그곳은 당신이 오래도록 염원했던 미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당신의 버전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기를. / 그럼 그때까지 안녕. (123-124쪽)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 5/5 다시 보아도 놀라우리만치 생생한 현실의 풍경과 이면의 이야기. 묘하게 이어지는 동질적 관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는 말은 결국 읽는이에게 하는 말 같다. 상기된 기분으로 답정너 식 질문을 해오는 화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 나는 지금도 누군가를 겉모습만으로 혹은 분위기만으로 퀴어로 오해하고 단정하는 짓을 자주 했고 - 제발 한 사람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 - 그건 아마도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그만두지 못할 터였다. 물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다고 해서 퀴어가 아니라는 법은 없고, 정체성이라는 게 세상의 분류처럼 그렇게 말끔하고 자명하지만은 않다는 것 역시 모르지 않았지만, 어쩐지 내 게이더는 원체험부터 형편없었다는 게 증명된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닐 수 있다면 아닌 게 낫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그래도 된다면 한 사람이라도 덜 외롭고 덜 고통스러운 게 낫지 않을까. 이런 비관은 항상 마음속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다 불쑥 기어 나와서는 내 삶을 좀먹었고, 내가 날마다 나를 용기와 자긍심으로 단련해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145쪽) <9월은 멀어진 사람을 위한 기도> 4/5 내 삶에 죽음이 던져지며 생겨난 파문은 언제 그칠지 모른다. 그 파문을 누군가만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나와는 크게 관계가 없는 제3자가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특히 공감이 간다. - 어째서 나는 '물'의 죽음을 무결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가. 어째서 나는 불온해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지우려 하는 것이며 게이는 다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고 다 그렇게 죽는 것도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어 하는가. 내가 자기 검열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는 시선의 주인은 도대체 누구이고, 그 시선으로부터 허락받기 위해 밀어내거나 끊어 내는 사람은 또 누구인가.(205쪽) <알 것 같은 밤과 대부분의 끝> 4/5 엄마에게 아웃팅한 아들의 이야기, 엄마와 사뭇 터놓고 얘기하는 관계가 나온다. 소설이 뒤로 갈수록 약간은 불친절하다. -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자 이 바닥에 나온 것이면서도 나를 좀처럼 긍정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수시로 서글퍼졌고, 내가 이 짓을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막막해 자주 비관했다. 그리고 이런 게 게이 라이프라면 게이를, 아니 인생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했다. 물론 그런 비장한 결론에 도달한 날에도 어김없이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눈이 돌아갔지만.(226쪽)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 4.5/5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쓸 수밖에 없는 소설가도 엄마에게만은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기가 어렵다. 그 절절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 하지만 나는 내가 써놓은 유년 시절의 기억과 상처들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 얌전히 종이를 찢었다. 엄마를 탓하고 싶고 책잡고 싶어 기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어리석고 유치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성장을 위해 부모의 세계에 필연적으로 균열을 내야 하는 10대가 아니었고, 엄마도 더는 자신의 포용력이나 회복력을 시험받아야 하는 학부모가 아니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기엔 엄마도 나도 너무 멀리 와 있었다.(264쪽) - 나는 K의 헛발질에 긴장이 풀리면서 피식 안도의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아니, 서너 박자쯤 늦게 깨달았다. K가 내 에세이집에 등장한 애인을 당연히 남자라 생각했다는 것을. "야!"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먹먹해져 K를 불렀다. 굳이 되묻지 않아도 K가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네가 누구를 사랑하든 우리는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동안 나를 만나려 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왜?" "야!" "아, 왜?" "야!" 나는 갑자기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애써 삼키면서 말했다. "넌 진짜......" "진짜 뭐." "고마워."(284-285쪽,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는 부분 중 하나) 평균 : 4.2857/5.0
샤프
5.0
분명 그간 다 읽었던 작품들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니··· 나는 김병운이 써내는 단편의 결말이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김병운의 화자—대개 '나'—가 변하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마음속에서 정리된 이야기를 전하는 김지연의 화자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아직 뭐가 되었든 정리하지 못 한 사람이기에, 명쾌하고 시원하게 내 마음을 주해할 수 없기에, 김병운의 화자들이 걸려 넘어지는 지점에 기어코 함께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아아공필』과 더불어 이 책은 한 작가의 위대한 성취이다… 이렇게 말하면 작가님이 좀 부담스러우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정말 그렇다… 이건 내 바람인데: 『문학동네』 2022년 봄호에 실린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사소한 일이다」가 두 번째 소설집의 처음에 배치하고, 이어지는 단편들에서는 사소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그걸 사소하다고 치부해버린다면 이 세상 어떤 것도 다시는 중요해지지 않는—우리의 생활이 쓰이면 좋겠다. 돌아 돌아 마주하게 되는 문장은 이것이니까. “쓰면 좋겠어요.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 P.S. 김병운의 두 작품을 읽느라 북다트를 다 썼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덕분에 새로 주문했다. 독서는 즐겁다. 이런 순간은 정말이지 좋다.
rushmore
4.0
무성애자에게 상처 입힌 게이와 무성애자의 결혼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 표제작이 가장 좋았다. 본인의 정체성에 매몰되어 타인을 이해할 생각도 하지 못한.. 근데 이게 무성애자 서사와 겹쳐진다니 눈물이 나. 쓰면 좋겠어요.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
da
4.0
소설은 딜레마에 대한 것. 세상은 확신에 가득 찬 운동과 그 반대편의 혐오만이 대결하는 게 아니니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순간 고민하고 메타인지하는 이야기들
아영
5.0
그렇게 조심하고 걱정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어느 날의 나는 무례했고 어느 날의 나는 상처받았다.
장윤영
2.5
“숨겨왔던~ 나의~ “ 본인의 성 정체성이나 언덕을 올라가듯 개인의 풍경에 다가가는건 느꼈지만 뭔가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것에 너무 매몰된 것은 아닐까
예인
4.0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담담한 소설들.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김병운 작가의 소설은 열린 결말까지 완벽하다. p232 한 번 할 수도 있고 두 번 할 수도 있으며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게 얼마나 큰 특권인지를, 10년을 만나도 여전히 서로의 마음 말고는 기댈 곳이 전혀 없는 관계의 미래를 엄마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테니까. p259 하지만 머지않아 나는 이건 어쩌면 해피나 새드일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엔딩일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졌는데, p296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누가 대답을 강요한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나는 말을 할 수 있늩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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