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몽드≫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에 포함된 소설
현대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기념비적 작품
기성 문학의 규칙을 배반하며 미지의 영토로 나아가는 글쓰기의 모험
—
장폴 사르트르, 알랭 로브그리예, 장 주네의 격찬을 받고,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누보로망의 효시가 된 작품
►재치 있고 형식적으로 완벽한 작품. -《가디언≫
►나탈리 사로트는 『향성』을 통해 발자크적 세계관을 해체하고, 인물의 내적 충동에 주목한 최초의 작가다. -알랭 로브그리예
►나탈리 사로트는 『향성』을 통해 현대 소설을 쇄신할 중요한 질문을 제기했다. -수전 손택
►사로트는 전통적 인물의 “매끈하고 단단한 표면”을 깨고, 자아의 소우주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련의 떨림을 발견했다. -한나 아렌트
누보로망(새로운 소설)의 탄생을 견인하고, 현대 문학의 신경지를 열어젖힌 기념비적 작품인 나탈리 사로트의 『향성』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7번으로 출간되었다. 『향성』은 사로트의 전 작품뿐 아니라, ‘누보’로망보다 훨씬 앞서 전대미문의 문학 사조를 예고하는, 심지어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소설의 존재를 암시하는 작품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전폭적으로 소설이라는 장르를, 더 나아가 언어적 재현의 한계를 의식하고 그 바깥의 영역을 탐색하여 글쓰기의 지평을 넓힌 작품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낯선 작품은 애당초 환영받지 못했다. 줄거리, 인물, 주요 사건이 전혀 없는, 짧게는 고작 한두 쪽이고 길어야 네댓 쪽에 불과한 글로 이루어진 『향성』은 일단 그 장르부터 모호했다. 이 작품이 야기한 당혹감은 갈리마르, 그라셋 출판사의 연이은 거절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1939년, 마침내 출판인 로베르 드노엘이 이 원고를 받아들여 『향성』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지만 세간의 반향은 거의 전무했다. 다만 일부 사람들(장폴 사르트르 등)만이 경탄의 편지를 보내왔을 따름이다. 그러다 1959년, 누보로망의 대표적 작가 알랭 로브그리예에게 주목받으며 현재의 24개 단편으로 구성된 판본이 완성되기에 이르고, 비로소 당대 젊은 작가들로부터 엄청난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낸다.
나탈리 사로트의 모든 작품은 결국 『향성』으로 수렴한다. ‘향성’이란 본디 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일정한 방향으로 굽거나 움직이는 지향성을 가리키는 생리학 용어다. 사로트는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뭔가에 이끌리고, 또 외부 자극에 반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움직임을 발산한다고 보았다. 예컨대, 그는 향성이라는 개념을 우리 삶에 적용하여,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비가시적인 작용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러므로 향성이란, 우리가 느끼고 표현하는 표면적 감정이나 말과 행위의 근원에 자리하는 어떤 것으로, 우리 의식의 경계에서 아주 빠르게 유동하는, 결코 규정할 수 없는 내면의 움직임이다. 사로트가 이러한 움직임에 천착한 까닭은, 사실상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속에는 대개 이렇다 할 사건도, 독특한 성격이 두드러지는 인물도, 일관된 시점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인물과 사건,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라는 구체적 설정과 설명)을 전제하고 성립하는 기성의 소설이라는 장르는 인간 존재의 진상을 드러낼 수 없으며, 요컨대 거짓일 뿐이다. 그러나 소설적 도구 없이 현실을 그리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확고부동한 기반 없이, 그저 한없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 가로놓인 우리의 관점으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사로트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품고 『향성』이라는 작품을, 자기만의 고유한 답안을 내놓는다. 그는 향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 작품 속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이는데, 가령 보이지 않고 형언할 수도 없는 움직임을 다양한 비유적 이미지로 묘사하거나 대조적 요소들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부각하거나, 같은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하거나 비슷한 단어들을 길게 열거하는 등 당대의 문학은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위적인 기법을 과감히 실험한다. 이렇듯 언어의 성긴 망을 쉬이 빠져나가는 뭔가를 붙잡기 위해 분투해 온 사로트의 문학과 문체는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결국 『향성』은 사로트가 지닌 새로운 문학에 대한 열망의 소산으로, 그는 이 낯설고 무서울 정도로 대담한 글쓰기를 통해 무한히 역동하는 우리의 삶 자체를 가장 온전하게 포착해 내고자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