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가와바타는 자신의 작품과 꼭 닮은,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다정하며, 그러면서도 서늘한 면이 있는. _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번역가, 문학연구가) 일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실과 고독이 빚어낸 허무의 아름다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학은 상실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작품에서 상실은 주로 죽음으로 표현되지만 조금 더 넓게는 영원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나며, 그렇기에 그의 문학은 필멸하는 것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품고 있다. 이는 늘 이별과 함께했던 삶과 깊은 연관이 있다. 1899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두 살 때 아버지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어머니 역시 사망하면서 누나 요시코와 함께 조부모에게 맡겨졌다. 그러나 소학교에 입학한 해에 할머니, 4학년이 된 해에는 누나가 죽고 중학교 3학년 때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혈육을 모두 잃고 타인의 호의에 기대 살아야 했던 기억은 그의 인생을 지배하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 가와바타는 카페 종업원 이토 하쓰요(지요)를 만난다. 그녀는 가와바타에게 첫사랑이자 뮤즈였고, 그의 첫 소설인 「지요」 역시 하쓰요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하쓰요는 가와바타의 청혼을 받아들였다가 한 달 후 일방적으로 파혼을 고했다. 연이어 겪은 가족의 죽음과 갑작스러운 실연, 거기에 뒤이어 닥친 중일전쟁과 2차대전으로 연달아 맞은 지인들의 죽음까지. 이와 같은 상실의 경험은 가와바타 문학의 축이 되었다. 가와바타가 작가로 이름을 알리던 시기는 문학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프롤레타리아문학의 전성기였으나, 그는 늘 상실과 고독을 묘사하고 허무한 감정을 정제하는 예술로서의 문학을 추구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그는 종종 자신은 ‘게으름뱅이’이며 자기 문학은 ‘게으른 자의 문학’이라고 겸허히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 ‘게으름’이란 실은 적막하면서도 처연한 일본의 정서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고통스럽고 힘겨운 현실 속에서 잔잔한 아름다움을 놓지 않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도피가 아니라 인간 안의 감정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또다른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의 문학이 지닌 이 같은 아름다움은 일본에 한하지 않고 전 세계를 움직였으며,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968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진정한 문학을 보여주는 7편의 특별한 단편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주로 『설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문학세계를 더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그의 단편을 들여다봐야 한다. 평생 동안 약 200편의 단편을 썼으며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단편을 발표하지 않은 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오십여 년에 걸친 작가 생활에서 단편소설은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무와 고독으로 이루어진 세계와 서정적이고 고요한 문체는 다름 아닌 그의 단편들과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지고 말 것을』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초기 주요 단편들이 실려 있다. 「푸른 바다 검은 바다」 「봄날의 경치」 「수정환상」 「서정가」 「그것을 본 사람들」 「금수」 「지고 말 것을」 7편으로, 이중 「푸른 바다 검은 바다」 「봄날의 풍경」 「수정환상」 「그것을 본 사람들」 4편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서정가」는 가와바타 문장 특유의 가련한 아름다움이 잘 담겨 있는 소설이다. 화자인 ‘나’에게는 너무나 사랑했기에 하나의 영혼인 듯 모든 것을 공유하던 남자가 있었으나 그는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버린다. 그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은 후, 그녀는 변하지 않은 사랑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쓴다. 미시마 유키오를 비롯한 문학가들은 물론 가와바타 본인도 무척 아낀 단편으로, 처연한 사랑의 이야기로 국내에도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사랑과 죽음을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린 「푸른 바다 검은 바다」는 한번 동반자살에 실패했다가 다시 죽음을 택한 화자가 쓴 유서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죽음을 택한 과정과 그녀의 체온과 목소리 덕에 다시 살아돌아온 일,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며 또 한번 죽음으로 향하는 이야기가 고요하게 이어진다. 그의 아름다운 문장은 때로는 연민을 한 겹 거둬내고 잔혹한 세상을 냉정하게 비추기도 한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일화를 짚어나가는 소설이다. 시체를 발견한 통신병, 조사를 받은 옷가게 주인과 의사, 시체를 버리는 장면을 목격한 소녀,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들, 그리고 마침내 용의자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죽었음에도 다른 이들의 삶은 무심히 계속된다. 가와바타의 대표 단편 중 하나로 꼽히는 「금수」는 그가 상실에 격렬하게 맞선 소설이다. 화자인 ‘나’는 사람을 혐오해서 늘 동물들과 지내면서도 막상 동물의 죽음에는 냉담하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특별한 사람인 지카코, 그녀가 변한 모습에 그는 고통을 느낀다. 가와바타는 자신을 버린 첫사랑 하쓰요를 오래도록 영원한 아름다움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녀와 재회한 일은 그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었고, 어떤 영원성을 상실한 슬픔을 가와바타는 소설에 담았다. 「금수」를 본인이 쓴 소설 중 가장 싫어하는 소설이라 평한 것 역시 이러한 사연 탓이었으리라. 또한 이 책에는 일본의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신감각파의 대표 작가로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단편들도 실려 있다. 「수정환상」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독백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연상에 연상을 거듭하는 부인의 독백은 부부의 불임, 개의 교배, 수술 도구와 프레파라트, 삼면경 등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소재들을 따라 끝없이 뻗어나간다. 「봄날의 경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회화 제작 소설’이라고도 불린다. 가와바타는 여러 작품에서 자연을 이야기에 녹여 넣어 계절감을 아름답게 묘사하곤 했는데, 이 단편 역시 화가인 주인공이 그리는 그림을 통해 봄의 정취가 감각적인 색감과 터치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표제작인 「지고 말 것을」은 당시 문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식의 소설이다. 실제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소송기록과 재판 관련 자료를 활용해, ‘사실’인 살인 사건의 기록과 그 행간에서 창조한 ‘허구’의 이야기가 맞물린다. 감정을 배제한 법적 기록물, 그중에서도 살인 사건에 대한 기록을 기반으로 생명이 지닌 힘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가와바타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관련 서평 일본인 심성의 본질을 더없이 섬세한 표현으로 훌륭하게 묘사한 대가.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가와바타는 자신의 작품과 꼭 닮은,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다정하며, 그러면서도 서늘한 면이 있는. _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번역가, 문학연구가) 그의 소설은 고요하게 파괴적이다. 서정적이고 절제된 표면 아래 어지러운 열정이 고동친다. _인디펜던트